최근 실험에서 젊은 생쥐의 대변에 있는 장내세균이 나이든 쥐의 근육량을 늘리고 기억력도 높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젊은 똥이 회춘 효과를 낸 것이다./Jackson 연구소

어린 혈액이 나이든 동물을 회춘(回春)시킨 데 이어 대변에 있는 장내세균도 같은 효과가 있다는 연구 결과가 잇따르고 있다. 젊은 피에 이어 이제 ‘젊은 똥’이 노화를 억제하고 뇌와 신체 기능을 젊은 상태로 되돌린다는 것이다. 이미 사람도 장내세균에 따라 건강이 좌우된다고 알려진 만큼, 같은 회춘 효과를 거둘 수 있다는 기대가 나온다.

연세대 김지현(시스템생물학과), 남기택(의대) 교수 연구진은 지난 3일 국제 학술지 ‘마이크로바이옴(Microbiome)’에 “나이 든 쥐가 젊은 쥐의 대변에 있는 장내세균을 이식받고 근육, 피부가 젊어졌다”고 밝혔다. 쥐는 근육세포가 커지면서 봉을 붙잡는 악력도 세졌다. 피부도 두꺼워지고 수분도 더 많아졌다.

◇근력 늘고 피부 보습력도 회복

노화는 나이가 들면서 신체 기능이 점차 쇠퇴하는 자연스러운 과정이다. 하지만 노인성 질환이 증가하면서 노년기 삶의 질이 크게 떨어지고 있다. 사회가 고령화되면서 이로 인한 의료비 증가도 큰 문제가 되고 있다. 과학자들은 건강한 노화를 위해 신체 기능을 회춘시킬 다양한 방법을 찾고 있다. 젊은 똥도 그 후보이다.

연구진은 사람으로 치면 청소년기에 해당하는 생후 5주 된 생쥐의 대변 미생물을 12개월된 갱년기 생쥐에게 이식했다. 그러자 근섬유가 45% 굵어지고 앞발로 봉을 쥐는 힘도 40% 증가했다. 피부도 달라졌다. 각질층이 80% 두꺼워지면서 피부의 보습력이 향상됐다. 수분 함유량이 100% 늘고 손실량은 40% 감소했다. 논문에 따르면 젊은 생쥐의 장내세균을 25개월 된 노년기 생쥐에게 이식해도 마찬가지로 근육량이 늘었다.

젊은 똥의 회춘 효과는 박테로이드속 미생물과 같은 특정 장내세균 때문인 것으로 밝혀졌다. 앞서 연구에서 박테로이드는 나이든 생쥐의 생존률과 연관이 있다고 알려졌다. 연구진은 젊은 장내세균이 이식된 갱년기 쥐의 피부에서 세포 구조 단백질을 만드는 유전자의 활동이 증가하는 것을 발견했다. 이 유전자 기능이 줄면 피부의 보습력도 떨어진다.

이번 연구는 젊은 쥐의 장내세균이 신체 어느 곳에서 효과를 내는지, 또 구체적으로 어떤 미생물과 유전자가 회춘에 영향을 미치는지 밝혀냈다는 평가를 받았다. 지금까지 연구에 따르면 쥐와 인간은 유전자를 80% 공유하고 있다. 이점에서 젊은 똥이 인간에서도 같은 회춘 효과를 낼 수 있다는 기대가 나온다.

젊은 생쥐의 대변에 있는 장내세균을 나이든 쥐에 이식하면 근육량이 늘고 피부 보습력도 향상됐다. 기억과 학습능력도 개선되며 운동도 더 많이 하는 것으로 밝혀졌다./Adobe

◇운동량 증가시키고 기억력도 향상

앞서 다른 연구에서도 젊은 똥의 회춘 효과가 확인됐다. 노화를 억제하려면 꾸준히 운동을 해야 한다. 육체적 운동 뿐 아니라 머리도 자주 써 뇌 기능 퇴화를 막아야 한다. 이 역시 젊은 똥이 도울 수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미국 펜실베이니아대의 크리스토프 타이스 교수 연구진은 지난달 14일 국제 학술지 ‘네이처’에 바퀴를 다른 생쥐보다 5배나 많이 돌리는 생쥐는 장내세균이 달랐다고 밝혔다. 나이가 들어 운동을 싫어하는 것이 장내세균 때문일지 모른다는 말이다.

연구진은 다양한 종류의 생쥐를 조사해 운동을 열심히 하는 생쥐와 게으른 생쥐는 유전자나 신체대사에서 큰 차이가 없다는 것을 확인했다. 차이는 장내세균에 있었다. 항생제를 투여해 장내세균을 모두 죽이자 활기가 넘치던 생쥐도 운동량이 급감했다.

뇌 기능도 떨어졌다. 이로 인해 운동을 할 때 쾌감을 주는 도파민 분비량이 줄었다. 장내세균이 사라지자 운동해도 재미가 없어진 셈이다. 생쥐에게 활력이 넘치는 다른 쥐의 장내세균을 이식하자 다시 운동을 열심히 했다.

영국 이스트앵글리아대 노리치의대 연구진은 젊은 똥이 뇌에도 영향을 준다는 사실을 실험으로 확인했다. 연구진은 지난해 10월 ‘마이크로바이옴’에 발표한 논문에서 늙은 쥐의 대변 미생물을 젊은 쥐에 이식하면 공간 기억력과 학습 능력이 퇴화했다고 밝혔다. 반대로 젊은 쥐의 대변 미생물을 늙은 쥐에 이식하면 기억과 학습력이 향상됐다.

노리치의대 연구진은 젊은 쥐의 대변 미생물을 이식하면 신경세포 사이의 연결과 신경신호 전달이 증가하는 것을 발견했다. 뇌에서 학습과 기억을 담당하는 해마 세포에도 변화가 온다고 연구진은 설명했다.

우리 몸에는 장내세균이 인체세포보다 10배나 많다. 장내세균은 소화기관은 물론 각종 장기와 뇌 기능까지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밝혀졌다. 최근에는 회춘 효과도 연구되고 있다./NIH

◇혈액, 척수액에서도 회춘 성분 탐색 중

젊은이에서 회춘 방법을 찾는 것은 2005년 미국 스탠퍼드대 연구진의 실험에서 비롯됐다. 당시 젊은 쥐와 늙은 쥐의 피부를 연결해 피를 공유시켰더니 늙은 쥐의 근육과 간이 젊어졌다고 발표했다. 이후 젊은 피를 이용한 회춘 연구가 줄을 이었다.

하버드대의 리 루빈 교수는 2014년 사이언스에 젊은 쥐의 피로 늙은 쥐의 근육을 향상시켰다고 발표했다. 스탠퍼드대 의대의 토니 와이스-코리 교수 연구진은 2021년 네이처에 운동을 많이 한 쥐의 혈액에 있는 단백질이 게으름뱅이 쥐의 뇌에 운동을 한 것과 같은 효과를 냈다고 발표했다.

젊은 피에 이어 젊은 척수액도 같은 효과를 냈다. 토니 와이스-코리 교수 연구진은 지난해 네이처에 젊은 생쥐의 뇌척수액을 나이든 쥐에게 이식해 기억력을 개선시켰다고 밝혔다. 결국 젊은이의 피와 척수액, 대변 곳곳에 회춘의 비밀이 담겨 있는 셈이다.

특히 장내세균은 우리 몸에 있는 세포보다 10배나 많다는 점에서 건강과 직결된다고 볼 수 있다. 과학자들은 최근 사람에서 장내세균이 몸은 물론 뇌 기능에도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어쩌면 젊은 피, 젊은 똥이 한 몸으로 작동할지도 모르는 일이다.

참고자료

Microbiome, DOI: https://doi.org/10.1186/s40168-022-01386-w

Nature, DOI: https://doi.org/10.1038/s41586-022-05525-z

Microbiome, DOI: https://doi.org/10.1186/s40168-020-00914-w