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 떨어질 뻔한 2.5t 위성 - 9일 베링해에 추락한 미국 지구관측위성 사진. 1984년 발사된 이 위성은 무게가 2450㎏으로, 지구의 열복사 분포를 관측하고 분석하는 임무를 수행해왔다. /NASA

수명을 다한 미국 위성의 추락 예상 지점에 한반도가 포함되면서 정부가 9일 한때 우주위험 경계경보를 발령했다. 우주 관련 경계경보는 중국 위성 톈궁(天宮) 1호가 추락했던 2018년 이후 4년 9개월 만이다. 다행히 위성 잔해가 한반도를 벗어나 피해가 없었지만, 민간 주도 우주산업 시대를 맞아 위성 발사가 폭증하면서 앞으로 우주 잔해 추락 빈도가 증가하고 그에 따른 피해 위험도 갈수록 커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위성 추락 위험에 전국 불안에 떨어

이번에 추락한 것은 미국의 지구관측위성 ERBS(Earth Radiation Budget Satellite)이다. 무게 2450㎏의 이 위성은 1984년 챌린저 우주왕복선에서 발사돼 지구 열복사 분포를 관측·분석하는 임무를 2005년까지 수행했다. 이후 수명이 다해 고도가 낮아지다 9일 지구로 추락했다. 과기정통부는 이날 이 위성의 한반도 추락 가능성이 있다며 오전 7시 경계경보를 발령하고, 전국적으로 ‘외출 시 주의해달라’는 재난안전문자를 발송했다. 낮 12시 20분부터 한 시간 동안은 항공기 이륙도 금지됐다. 다행히 이 위성은 이날 오후 1시 4분쯤 알래스카 서남부 베링해에 떨어졌다. 과기정통부 관계자는 “추락 위성의 궤적이 한반도를 관통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했다.

◇추락 잔해 유해물질 위험

천문연구원에 따르면, 현재 지구 궤도에서 정상적으로 작동 중인 인공위성은 7178기이고, 고장이나 임무 종료로 방치된 위성은 2964기다. 인공위성 가운데 29%가 추락 위험성이 있는 셈이다. 수명을 다한 인공위성은 궤도를 유지할 만한 속도를 내지 못해 고도가 낮아지다 300㎞ 고도로 내려가면 수개월 내 지구로 추락한다. 이때 잔해가 떨어지는 예상 범위는 최대 2000×70㎞에 달한다. 우주 잔해물의 추락 지점을 사전에 정확히 예측하기 힘든 이유다.

민간 우주산업 시대에 위성 발사가 급증하면서 지구 상공에 떠도는 우주 잔해(쓰레기)가 지구로 추락하거나 운영 중인 인공위성에 충돌할 위험이 커지고 있다. 사진은 지구 궤도의 우주 잔해를 시각화한 그림. /그래픽=양인성

추락하는 우주 물체가 대기 마찰로 불에 타거나 부서지면서 지상에 충돌할 때 속도는 시속 30~300㎞로 줄어든다. 1t급 물체는 대기권에 진입하고도 100㎏ 이상 잔해가 지상에 추락할 수 있다. 최은정 천문연구원 우주위험연구실장은 “2450㎏인 이번 위성은 잔해가 10~40% 정도 떨어질 수 있어 특별한 주의가 필요했다”고 말했다. 1978년 당시 소련의 정찰위성 코스모스 954호 잔해물이 캐나다로 떨어졌을 때 길이 600㎞에 이르는 구간에서 흩어진 파편들이 발견됐고, 일부는 방사능 물질로 오염됐다. 과기정통부는 “낙하 잔해물로 의심되는 물체를 발견하면 만지지 말고 소방서에 즉시 신고해야 한다”고 했다.

◇지구상공 인공위성 29%는 임무 종료

우주 물체의 지상 추락 위험은 갈수록 커질 수밖에 없다. 미국 스페이스X를 비롯한 민간 기업들이 소형 발사체 시장을 확대하면서 2020년 한 해에만 위성과 발사체를 포함해 1274개의 인공 우주 물체가 발사됐고, 지난해엔 그 숫자가 2163개로 늘어났다. 이런 추세라면 2030년까지 5만7000여 개에 이르는 위성과 발사체가 지구 궤도에 더해질 전망이다.

특히 우주쓰레기로 불리는 무수한 우주 잔해들이 떠돌며 인공위성과 충돌하거나 고장을 일으킬 확률도 커지고 있다. 유럽우주국(ESA)에 따르면 10㎝ 이상 우주 잔해가 3만6500여 개로 추정된다. 우주 물체 추락에 대응하기 위한 국제적인 공조가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