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바이오에피스는 자사가 개발한 자가면역질환 치료제 바이오시밀러(바이오 의약품 복제약)인 ‘하드리마’와 미국 애브비가 개발한 오리지널 의약품 ‘휴미라’의 상호 교환성(interchangeability)을 확인하는 임상 시험을 오는 5월까지 진행한다. 기존 계획보다 4개월 앞당긴 것이다. 오리지널 의약품과 복제약의 효능·안전성을 비교하는 상호교환성은 미국에만 있는 특수한 제도다. 보건 당국으로부터 상호 교환성을 확인받으면 처방한 의사 동의 없이도 약사가 휴미라 대신 복제약인 하드리마를 처방할 수 있다. 다시 말해 바이오시밀러의 본격적인 시판이 가능하다는 이야기다.

코로나 백신이 나오기 전까지 단일 의약품으로 세계 매출 1위였던 휴미라가 올해 미국에서 판매 독점권이 만료되면서 20조원 시장을 둘러싼 글로벌 제약사들의 시장 쟁탈전이 본격화했다. 올해에만 미국에서 10종의 휴미라 복제약이 출시될 예정이다.

◇올해 휴미라 복제약 10종 출시

휴미라는 미국 제약사 애브비가 개발한 자가면역질환 치료제다. 2012년부터 2021년까지 전 세계 의약품 매출 1위를 굳게 지켜온 블록버스터 제품이다. 휴미라의 2021년 매출은 207억달러(약 25조7000억원)로 미국에서만 173억달러(약 21조5000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휴미라는 2002년 미 FDA에서 처음 허가를 받고 출시됐다. 2016년 핵심 물질 특허가 만료됐지만 애브비는 추가 특허를 내는 방식으로 휴미라 복제약 출시를 막아왔다. 법적 소송까지 벌인 애브비와 글로벌 제약사들이 합의하면서 올해부터 미국 시장에서 휴미라 복제약 출시가 가능해졌다.

현재 미국 FDA의 허가를 받은 휴미라 복제약은 8종이다. 허가 심사 중인 2종을 포함하면 올해 10종이 출시된다. 미국 암젠 제품이 1월 31일 출시로 가장 빠르고 베링거잉겔하임(독일)과 화이자(미국), 산도스(스위스) 등 글로벌 대형 제약사 제품도 잇따라 나온다. 국내 기업으론 삼성바이오에피스와 셀트리온이 있다. 삼성바이오에피스는 저농도와 고농도 제품에 대해 각각 2019년과 2022년 FDA 허가를 받았고, 셀트리온은 현재 허가 심사를 받고 있다. 두 회사 모두 7월에 출시 예정이다. 삼성바이오에피스 관계자는 “올해부터 미국 내 휴미라 복제약이 대거 출시 예정인 상황에서 파트너사와 협력을 강화해 시장을 선점한다는 계획이다”라고 말했다.

◇급성장하는 바이오시밀러 시장

업계에서는 경쟁이 치열한 바이오시밀러 시장에선 얼마나 빠르게 시장에 진입해 선점하느냐를 최대 관건으로 본다. 바이오 업계 관계자는 “복제약 제품 간에는 효능 차이가 거의 없어 누가 먼저 시장에 진입하느냐가 핵심”이라며 “휴미라의 미국 시장 규모가 워낙 커 매출 일부만 가져와도 높은 수익을 기대할 수 있다”고 말했다. 휴미라 미국 매출의 5%만 가져온다면 1조원 넘는 매출을 올릴 수 있는 셈이다. 국내 제약·바이오 기업들 가운데 전체 매출이 1조원을 넘으면 대형 제약사로 분류된다. 반대로 애브비는 올해부터 휴미라 매출 감소가 불가피하다. 앞서 유럽에선 2018년부터 7종의 휴미라 바이오시밀러가 출시되면서 휴미라 시장 점유율이 40% 아래로 떨어졌다. 애브비 최고경영자(CEO) 리처드 곤살레스는 “휴미라 미국 매출이 35~55%로 감소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한 바 있다.

바이오시밀러 경쟁은 더 치열해질 전망이다. 시장조사기관 아이큐비아에 따르면, 2020년 179억달러(약 22조원)인 바이오시밀러 시장 규모는 2030년 750억달러(약 93조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한국보건산업진흥원은 “매년 10억달러 이상 매출을 올린 55개의 블록버스터급 의약품의 독점 생산권이 10년 내에 풀린다”고 했다.

☞휴미라

미국 제약사 애브비가 개발한 류머티즘, 궤양성 대장염, 건선을 포함한 15가지 질병에 대한 자가면역질환 치료제. 코로나 백신이 나오기 전까지 전 세계 의약품 매출 1위였다. 미국에서 특허가 2016년 만료됐지만, 애브비가 추가 특허를 내 다른 회사들의 바이오시밀러 출시를 지연시키면서 올해 10종이 출시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