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연구진이 지난달 네이처 자매지인 국제 학술지 ‘커뮤니케이션 바이올로지’에 게재한 논문이 세계 고생물학계를 달궜다. 오늘날 펭귄이나 바다쇠오리처럼 잠수를 할 수 있는 7000만년 전 공룡 화석을 처음으로 발견했다는 내용이다. 뉴욕타임스, 내셔널지오그래픽 등 영미권 주요 매체들이 앞다퉈 보도했고, 세계 학자들 사이에서 “오늘날의 반수생(半水生) 동물들처럼 유선형 갈비뼈 구조를 가진 첫 공룡” “수영하는 공룡으로 단정하긴 이르다” 등 다양한 평가가 나오며 관심을 모았다.
연구진은 이번 논문에서 밝힌 공룡에 ‘노토베나토르 폴리돈투스(이하 노토베나토르)’라고 이름 붙였다. 라틴어로 ‘이빨이 많은 수중 사냥꾼’이라는 의미다.
◇유선형 몸통과 수많은 이… 수중 생활 근거
화제가 된 논문을 낸 서울대 고생물학연구실을 지난 6일 찾아갔다. 화석 처리실에서 연구원들이 암석 속에 묻혀 있는 공룡 머리뼈를 추려내는 작업을 하고 있었다. 에어 스크라이브(air scribe)로 불리는 볼펜 크기 공기 파쇄기로 압축 공기를 뿜어내 암석을 조금씩 떼어가는 방식이다. 거칠게 다뤘다가는 뼈가 파손될 수 있어 세심한 주의가 필요한 과정이다. 크기에 따라 차이가 나지만 대개 머리뼈를 추려내는 데 3개월 가까이 필요하고, 척추 등 몸통 전반을 추려내려면 몇 년이 걸리기도 한다.
건물 5층 고생물학연구실 실험실에는 이번 논문에서 밝혀낸 노토베나토르 화석이 보관되어 있었다. 갈비뼈를 비롯해 두개골과 척추, 앞발과 뒷발뼈 등이 추려져 투명한 상자에 담겼다. 논문 제1저자 이성진 박사과정 연구원은 “몸길이 45㎝, 키 30㎝ 정도로 오리 크기와 비슷하고, 후기 백악기인 7200만∼7100만년 전에 살았던 것으로 판단한다”고 했다. 연구진은 컴퓨터 단층촬영(CT)도 동원해 노토베나토르 골격 구조를 분석했다. 이를 통해 유선형 몸통과 거위처럼 기다란 목을 가진 공룡이라는 것을 확인했고, 육상과 수상 생활을 두루 했을 것으로 추론했다. 특히 육상 동물과 달리 갈비뼈가 꼬리쪽을 향하는 형태가 반수생(半水生) 공룡일 가능성이 크다는 판단의 근거가 됐다. 이는 잠수할 때 저항을 덜 받는 유선형 체형을 가졌다는 뜻이다.
또 작은 턱에 이가 100여 개나 있는 점도 어류 포식자였음을 보여주는 근거로 제시됐다. 연구진은 “작은 이가 많으면 미끄러운 물고기가 몸부림쳐도 놓치지 않고 물 수 있다”며 “위(胃) 내용물 화석을 분석해 실제로 물속에서 먹이를 잡았는지 확인할 계획”이라고 했다.
◇”고생물학은 멸종된 생물을 되살려내는 학문”
이번 연구는 고생물학연구실을 이끄는 이융남 서울대 지구환경과학부 교수가 한국지질연구원에 몸담았던 2006~2011년에 이끈 국제공동탐사단이 몽골에서 발굴한 화석을 분석한 결과물이다. 경기도 화성시 지원을 받아 진행된 당시 공동탐사에서 지층 위로 노출된 노토베나토르 화석이 2008년 처음 발견됐고, 이를 서울대 고생물학연구실 연구진이 분석해 7000만년 전 공룡을 복원해낸 것이다.
설명서 없이 무에서 유를 창조하듯 뼛조각들을 퍼즐처럼 맞춰나갔고, 현생 동물과의 비교를 통해 근육 구조를 추측, 구체적 생김새와 어떻게 살았는지 등을 추정했다. 고생물학 연구에서 세밀한 해부학적 지식은 기본이고, 작은 단서에서 실마리를 찾는 감각과 정확한 근거로 추론하는 능력이 필수로 꼽히는 이유다.
이 교수는 지난 2014년에는 공룡 데이노케이루스의 전체 골격을 찾아 식물과 물고기를 먹는 잡식성 공룡이라는 점을 밝혀낸 논문을 네이처에 발표했다. 육식공룡이라는 기존 학설을 뒤집은 이 논문은 세계적 주목을 받았다.
앞서 2008년 화성시에서 발굴된 공룡 꼬리뼈와 뒷다리뼈가 트리케라톱스처럼 뿔공룡(각룡)의 것임을 밝혀냈고, 그가 이름 붙인 ‘코리아 케라톱스 화성엔시스(화성에서 발견된 한국 뿔공룡)’는 2011년 공식 학명이 됐다. 지난해 문화재청은 이 화석을 국가지정문화재 천연기념물로 지정했다.
이융남 교수는 “고생물학자들은 지구에서 멸종한 생물을 되살려내는 사람들”이라며 “외국처럼 화석 처리, 분석, 복원 이미지 제작 등 분야별로 인력의 전문화가 활성화될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