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일 서울 성수동 무인탐사연구소에선 월면토(月面土)처럼 고운 흙이 깔린 주행 시험장에서 달 탐사 로봇(로버)이 이동하고 있었다. 이 회사는 국내 최초이자 유일한 로버 전문 스타트업이다. 창업자 조남석(28) 대표는 “회사를 세운 2016년 우리나라가 달에 착륙선을 보내리라고 생각하는 일반인은 거의 없었지만 ‘10년 후면 우리도 달에 착륙할 것’이라고 확신하고 도전을 시작했다”고 했다. 그의 예상보다 늦어지긴 했지만, 한국은 작년 말 달 궤도선 다누리를 달 궤도에 진입시키는 데 성공했고 2032년엔 첫 달 착륙선 발사를 목표로 하고 있다.
국내에서 ‘우주산업’이란 말이 낯설던 때부터 한 우물을 파온 청년들이 민간 주도 우주산업 시대를 맞아 주목받고 있다. 이들의 기술력은 글로벌 최고 수준과는 아직 거리가 있지만, 불모지였던 국내 우주산업 분야마다 개척자 역할을 해왔다. 당장 수익을 못 내도 포기하지 않았던 이들의 도전 정신은 우리 우주산업이 도약하는 밑거름이 되고 있다.
◇NASA 의뢰 받아 드론 제작… 달 탐사용 로버 도전
달 탐사 로버를 목표로 창업한 조 대표는 초기에는 드론을 제작·운용하는 사업으로 시작했다. 그게 입소문이 나면서 미 항공우주국(NASA·나사)과 협업하던 전문가를 통해 화성 탐사용 소형 드론 인저뉴이티의 시험 모델을 만들어달라는 의뢰를 받았다. 그가 만든 드론은 화성 표면과 환경이 비슷한 서호주 사막에서 시험 비행을 했고, 나사의 실제 화성 드론 운용에 참고가 됐다. 조 대표는 이후 한국항공우주연구원의 로버를 제작했고, 최근에는 종이접기 원리를 응용해 로버 바퀴 크기를 조절하는 기술을 카이스트와 함께 개발했다. 그는 “2032년 우리나라 첫 달 착륙선에 무인탐사연구소의 로버를 실어 보내고 싶다”고 말했다.
◇로켓·위성에 빠져든 청년 창업자들
소형 발사체를 개발하는 페리지에어로스페이스는 중·고교 시절 아마추어 우주 동아리에서 만난 20대 청년들이 창업한 회사다. 2018년 창업 당시 카이스트 1학년이었던 신동윤(27) 대표를 주축으로 1996~1997년생 10여 명이 모여 우주 수송 서비스를 목표로 발사체 개발을 시작했다. 페리지에어로스페이스는 2021년 국내 민간 기업으로는 처음으로 액체연료 로켓 발사에 성공했다. 올해는 발사체 개발을 완료하고 내년 실제 서비스를 하는 것이 목표다. 미국 스페이스X의 로켓과 같은 재사용 발사체 기술도 연구하고 있다. 김수환 CFO는 “발사체 회사로 끝나지 않고 우주를 기반으로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플랫폼 기업이 되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이노스페이스는 로켓 분야 한 우물만 판 김수종(47) 대표가 2017년 설립했다. 김 대표는 15년 넘게 로켓 기술을 연구·개발해 오며 논문 100여 편을 발표한 전문가다. “내 손으로 로켓을 만들어보자”는 생각으로 회사를 창업했다. 이노스페이스의 강점은 ‘하이브리드 로켓 엔진’이다. 하이브리드 로켓은 고체와 액체연료 로켓의 특장점을 융합해 개발한 로켓이다. 단순한 구조이면서도 추력 조절도 가능하다. 추력 15t급 하이브리드 로켓이 주력 제품이다. 이노스페이스는 올해 1분기에 시험 발사체 발사를 앞두고 있다.
초소형 위성(큐브샛) 스타트업인 나라스페이스의 박재필(35) 대표도 오직 우주 하나만 보고 달려왔다. 대학 시절 위성 제작 동아리 활동을 하다 2015년 취업 대신 우주 스타트업을 창업했다. 오는 10월 자체 개발한 25㎏짜리 위성을 발사하고, 부산시와 함께 개발한 ‘부산샛’도 나사 도움을 받아 내년 발사할 예정이다. 박 대표는 “3년 안에 위성 100기를 띄우고자 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