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자(量子·quantum) 기술’은 반도체는 물론이고 미래 산업계 모든 분야의 판도를 완전히 뒤바꿀 ‘게임 체인저’로 통한다. 양자 고유의 특성을 활용해 기존 기술의 한계를 뛰어넘는 파괴적 혁신 기술로 양자 컴퓨터, 양자 통신, 양자 센서가 양자 기술의 3대 핵심으로 꼽힌다.

윤석열 대통령이 19일 오후(현지시간) 스위스 취리히 연방공과대학을 찾아 학교 관계자들과 대화를 나누고 있다. 유럽의 MIT라고도 불리는 이곳은 세계 최고 대학 중 한 곳으로 아인슈타인, 쿠트르 뷔트리히 등 노벨상 수상자를 대거 배출했다. /대통령실 2023.1.20

◇ 尹대통령이 반한 미래 전략인 양자기술, 컴퓨터·양자 통신·양자 센서가 3대 핵심 분야

양자 컴퓨터는 3대 양자 기술 중에서 우리나라가 선도국보다 가장 뒤처지는 분야다. 정보통신기획평가원에 따르면, 우리 양자 컴퓨팅 기술은 세계 최고인 미국 수준을 100으로 삼았을 때 77에 그친다. 미국과는 2.4년 기술 격차가 있으며 일본·중국에도 처진다.

양자 통신은 3대 핵심 기술 가운데 상용화에 가장 가까운 단계에 이른 기술이다. 이미 중국은 2017년 세계 최초로 1200㎞ 거리의 양자통신 실험에 성공했다. 우리나라와 양자 통신 최선도국인 중국의 기술 격차는 1.6년으로 평가된다. 양자 통신은 중간에 도·감청 시도가 있으면 정보 자체가 변해버려 해킹이 사실상 불가능하다. 초정밀 측정이 가능한 양자 센서는 기존 기기가 측정할 수 없는 미세한 자기장·온도·중력 변화까지 감지할 수 있어 반도체·배터리 설계와 결함 분석을 비롯해 제조업 공정에도 큰 변화를 줄 것으로 예상된다.

◇글로벌 기술 패권 경쟁의 핵심으로 부상

글로벌 기술 패권 경쟁에서 양자 기술이 주목받는 이유는 제조업·바이오·AI(인공지능)·국방·통신은 물론이고 항공 운항 시스템을 비롯해 교통망과 물류 최적화, 금융 위험 분석과 보안 강화 등 모든 분야에서 혁신을 가져올 수 있기 때문이다.

양자 컴퓨터는 기존 수퍼 컴퓨터로는 구현할 수 없는 연산 능력으로 신약, 신소재 개발 속도를 획기적으로 끌어올릴 수 있다. 예컨대 2019년 구글은 기존 수퍼 컴퓨터가 1만년 동안 풀어야 할 문제를 양자 컴퓨터로 200초 만에 해결했다고 발표했다. 올해 IBM은 역대 최고 성능의 양자 컴퓨터를 내놓을 계획이다. 또 양자 컴퓨터로 신약 후보 물질이나 신소재 시뮬레이션을 하면 개발 속도를 비약적으로 높일 수 있다. 다만 양자 컴퓨터의 상용화를 위해서는 양자 상태를 안정적으로 유지하기 위한 시스템 환경 등 기술력을 끌어올려야 한다.

세계 각국은 자국의 대표 기업, 연구 기관과 함께 양자 기술 확보에 총력을 쏟고 있다. 대표적으로 미국은 양자 기술을 2018년에 전략 기술로 지정하고 최근 4년간 약 28억달러(약 3조5000억원)를 투자했다. 2018년 베이징에서 오스트리아 빈까지 7600km 양자 통신 실험에 성공한 중국은 최근 5년간 양자 기술에 1000억위안(약 17조원)을 투자했다. 일본은 2025년 양자컴퓨터 실용화를 목표로 하고 있다.

우리 정부도 양자 기술을 12대 국가 전략 기술로 선정하고 올해 984억원을 투입한다. 2030년 양자 분야 고급 인력을 1000명 확보한다는 목표도 밝혔다. 이르면 이달 중에 양자 기술 전략 로드맵을 발표할 계획이다. 정부가 국가 양자 PM(프로그램 매니저)으로 위촉한 오윤제 정보통신기획평가원 반도체·양자 PM은 “양자 기술이 반도체 이후 미래를 이끌 기술로 패권 경쟁의 중심이 될 것”이라며 “3대 핵심 기술과 이와 관련된 소재·부품·장비에 고루 투자해 경쟁력을 높여야 한다”고 했다.

☞양자(量子) 기술

원자 수준의 미시 세계에 있는 양자가 한 번에 두 가지 상태를 동시에 갖는 ‘중첩’, 멀리 떨어진 양자 간 동시에 영향을 주고받는 ‘얽힘’ 현상과 같은 고전 물리학으로 설명할 수 없는 특성을 활용해 기존의 한계를 뛰어넘는 혁신 기술이다. 양자 기술의 3대 핵심 기술로 양자 컴퓨터, 양자 통신, 양자 센서가 꼽힌다. 신약 개발과 교통망 최적화, 통신 보안, 제조업의 초정밀 측정과 공정 효율화 등 산업계 각 분야의 판도를 바꿀 게임체인저로 부각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