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에서 평균 2억2500만㎞ 떨어진 화성에서 탐사 중인 초소형 무인 헬리콥터 ‘인저뉴이티(Ingenuity)’가 40번째 비행을 성공적으로 마쳤다. 미 항공우주국(NASA·나사)은 인저뉴이티가 지난 19일 10m 높이로 날아올라 시속 11.5㎞로 85초 동안 171m를 비행했다고 밝혔다. 앞서 재작년 4월 화성에서 처음 비행할 때 “인류가 다른 행성에서 라이트 형제의 첫 비행과 같은 일을 성공시킨 것”이라는 평가를 받았던 당시에는 3m 높이까지 올라 39초간 공중에 떠 있었다. 이에 비하면 비행 성능이 크게 향상된 것이다. 인저뉴이티는 인공위성보다 자세한 관측이 가능하고, 이동형 탐사 로봇(로버)보다 짧은 시간에 더 넓은 범위를 관찰할 수 있어 화성 공중 탐사 시대를 연 인류 최초의 헬기로 꼽힌다.
◇지구 밀도 1% 불과한 화성 대기
인저뉴이티가 비행에 성공하기 이전에 화성 탐사는 주로 이동형 탐사 로봇에 의존했다. 진작에 화성 공중 탐사에 도전하지 못한 것은 지구 밀도의 1%에 불과할 정도로 대기가 희박하기 때문이다. 인저뉴이티 같은 헬기를 띄우려면 날개 주변으로 공기가 빠르게 흘러들어 양력이 발생해야 하는데, 화성에서는 거의 불가능하다. 이를 극복하려고 나사가 고안한 방법이 날개의 회전 속도를 확 높이는 것이었다. 무게 1.8㎏에 높이 49㎝ 인저뉴이티에는 길이 1.2m의 회전 날개 두 쌍이 장착되어 있는데, 1분에 2500번 돈다. 지구의 일반 헬기보다 5~6배 빠르게 날개를 회전시켜 양력을 일으키는 것이다.
◇당초 5회 비행 예상했는데 40회 장수
약 2년 전 인저뉴이티가 화성에 처음 도착했을 때 목표는 총 5번 비행이었다. 화성의 거친 지형과 강추위, 모래 폭풍 등으로 추락 사고를 당할 가능성이 크다고 봤기 때문이다. 이런 예상을 뛰어넘고 인저뉴이티는 40회째 비행 임무를 완수하며 기대 이상 성과를 내고 있다. 화성 착륙 당시 낙하산을 비롯해 보호 장치 잔해를 발견했고, 현재까지 이동 누적 거리도 8㎞를 넘어섰다. 지표면 촬영용 흑백 카메라와 지평선용 컬러 카메라로 화성의 생생한 모습을 담아냈다. 이 과정에서 영하 85도 기온과 모래 폭풍 등 난관도 뛰어넘었다. 나사는 인저뉴이티가 화성 생명체 흔적을 찾는 임무를 성공적으로 수행할 것으로 기대한다.
◇2028년 초소형 헬기 2대 추가 투입
화성 탐사 로봇 ‘퍼서비어런스(Perseverance)’는 인저뉴이티의 단짝으로 꼽힌다. 인저뉴이티가 지구를 떠나 화성으로 향할 때에도 퍼서비어런스 몸체에 붙어 함께 왔고, 화성 탐사 임무도 둘이 짝을 이뤄 진행하고 있다. 퍼서비어런스가 바퀴로 오르내릴 수 없는 지역을 인저뉴이티가 비행하며 관측하거나, 퍼서비어런스가 탐사할 지형으로 미리 날아가 정찰하는 식이다.
나사는 인저뉴이티가 내년에 수명을 다할 가능성도 염두에 두고 있다. 앞서 먼지 폭풍에 동작을 멈춘 화성 로버 오퍼튜니티, 태양광 패널에 먼지가 쌓여 전원 공급이 중단된 인사이트처럼 언제든 돌발 상황이 벌어질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나사는 오는 2028년에 인저뉴이티 같은 초소형 헬기를 화성에 더 투입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