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항공우주연구원이 개발한 도심 항공 교통(UAM) ‘오파브’를 시험하는 모습. 날개에 모터 8개가 달린 오파브는 최고 시속 240㎞로 비행할 수 있다. /항공우주연구원

지난 19일 전남 고흥 한국항공우주연구원 고흥항공센터. 주변에 건물과 사람이 없고 비행기의 이동도 드물어 각종 비행 시험을 할 수 있는 곳이다. 센터 2층에서 항우연이 개발한 도심 항공 교통(UAM) 오파브(OPPAV·Optionally Piloted Personal Air Vehicle)의 컴퓨터 시뮬레이션이 한창이었다. 오파브에 적용한 조종 시스템을 그대로 가져와 컴퓨터로 항공기를 조종하는 것이다. 이날 고흥항공센터와 똑같은 가상 환경에서 오파브가 연구진의 조종대로 운항하고 있었다. 실제 공기 조건 등을 입력해 다양한 비행 과정에 대한 데이터를 쌓아 가는 과정이다. 황창전 UAM 연구부 부장은 “여러 차례 시험 비행을 통해 올해 UAM 기술을 확보하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세계적으로 UAM 시장 선점을 위한 경쟁이 한창인 가운데, 항우연에서도 관련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UAM은 미래의 교통수단으로 주목받고 있다. 도심에서 빠른 속도로 택시처럼 이동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항우연에 따르면, 세계적으로 750종이 넘는 개념 설계를 제안했고 30~40종 정도를 개발하고 있다. 이에 항우연을 비롯한 국내 여러 기업이 UAM 시장에 뛰어든 상황이다.

◇최고 시속 240㎞까지 비행

오파브는 무인기처럼 원격 조종이나 자율 비행이 가능하고, 탑승자도 조종할 수 있는 개인 항공기다. 국토부와 산업부의 지원을 받아 2019년 4월 개발을 시작해 현재 실물화에 성공했다. 항우연이 개발을 총괄하며 현대자동차, 한화시스템, 베셀에어로스페이스 등 12개 기업·기관이 참여했다.

오파브는 날개 길이가 7m인 전기 비행기다. 비행체의 총중량은 650㎏으로 현재는 1인승급이다. 100㎏ 정도 실을 수 있다. 날개 앞과 뒤에 프로펠러가 각각 4개 달려 있다. 수직 이착륙 때는 프로펠러가 하늘을 향해 있다가 상공에서는 날개 앞에 있는 프로펠러 4개가 전방을 향한다. 오파브의 강점인 일명 ‘틸트 기술’이다. 이를 통해 고속 이동이 가능하다. 순항 속도는 시속 200㎞이며, 최고 시속 240㎞까지 비행할 수 있다. 또 한 번에 거리 50㎞ 이상 비행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 황 부장은 “모터 8개를 동시에 정확히 조종하는 것이 기술의 핵심”이라고 말했다.

항우연은 오파브를 올해 50번 정도 시험 비행하는 것이 목표다. 이렇게 해서 UAM 기술을 확보하겠다는 구상이다. 안전하게 수직 이착륙을 하며 원하는 지점까지 자율 비행하는 기술 등이다. 황 부장은 “안전성 검증이 확인되면 4분기에는 사람이 타는 시험 비행도 시도해볼 수 있다”고 말했다.

◇2030년대 중반쯤 상용화 예상

이에 앞서 항우연은 오파브의 축소형 모델을 개발해 시험해왔다. 44%를 축소한 비행기로, 날개 길이가 3.1m다. 2020년 11월 초도 비행 이후 지금까지 38회 시험 비행을 수행했다. 크기는 실제 모델보다 작지만 다양한 환경에서 시험을 통해 제어 기술을 확보했다. 축소형 모델로 쌓은 기술을 기반으로 실물을 개발한 것이다.

상용화를 위해서는 남은 과제도 많다. 먼저 소음 발생을 줄이는 것이다. 오파브는 도심에서 운행해야 하고, 이착륙장이 건물 옥상에 들어설 확률이 크기 때문에 소음이 중요하다. 헬리콥터와 달리 오파브는 전기 모터를 사용해 소음이 작은 편이지만, 상용화하려면 소리가 사람들에게 불편함을 주지 않는 수준이 돼야 한다. 또한 비행기가 멀리 갈 수 있는 배터리 기술을 확보해야 하며 경제성도 있어야 한다. 황 부장은 “현재 1인승이지만 기술을 확보하면 4~5인승으로 확장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2030년대쯤 UAM이 상용화될 것으로 예상한다. 황 부장은 “2025년부터 2030년 사이에 여러 시도가 있을 것”이라며 “2030년대 중반부터 각국에서 본격 상용화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