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변은 신장에서 노폐물이 걸러지면서 만들어진다. 90% 이상은 물이며 소변 속에는 요소와 아미노산, 호르몬 등이 포함돼 있다. 우리 몸속을 거쳐 배설되므로 소변은 건강 상태를 알 수 있는 주요 지표다. 소변 검사는 조직·혈액 검사 같은 다른 검사 방법과 달리 간편하기 때문에 건강검진에 활용되고 있다.

과학자들이 소변에 주목하고 있다. 소변 속 건강 정보를 더 쉽고 더 정확하게 알기 위한 연구가 국내외에서 진행되고 있다. 기존 소변 검사를 통해서는 당뇨 등 제한적인 질환만 검사할 수 있지만 이젠 다양한 암까지 소변 검사를 통해 찾아내고 있다.

◇한국 연구진, 소변에 빛을 비춰 전립선·췌장암 99% 정확도로 진단…일본은 뇌종양 찾아내는 기술 개발

한국재료연구원 정호상 박사 연구진은 “소변 내 대사물질의 광신호를 증폭할 수 있는 소변 센서를 개발하고 현장에서 암을 진단하는 데 성공했다”고 밝혔다. 10마이크로리터(uL·100만분의 1L)의 소변에 빛을 쏴 전립선암과 췌장암을 검사할 수 있는 기술이다. 연구 성과는 지난달 국제 학술지 ‘바이오센서 앤드 바이오일렉트로닉스’에 발표됐다.

연구진은 정상인과 달리 암 환자의 소변에만 존재하는 대사물질 구성 성분 차이에 주목했다. 하지만 암세포가 비정상적인 대사를 하며 배출한 물질은 소변 안에 극미량만 존재해, 분석하려면 고가의 큰 장비를 써야 했다. 연구진은 종이 위에 산호초 모양의 나노 소재를 붙인 센서를 만들었다. 나노 소재와 산호초 모양의 구조는 대사물질이 내는 광신호를 10억배 이상 증폭시켰다. 이 신호를 인공지능(AI) 기반으로 분석해 전립선암·췌장암 환자를 99% 구분해냈다. 이 센서의 생산 가격이 개당 100원 이하여서 대량 검사에도 활용할 수 있다고 연구진은 설명했다. 연구진은 대장암·폐암 환자의 소변을 분석해 진단 가능한 암의 종류를 늘려갈 계획이다.

이처럼 소변 검사는 조기 진단이 필요한 다양한 암으로 확대되고 있다. 일본 나고야대 연구진은 소변으로 뇌종양 환자를 찾아내는 기술을 개발해 국제 학술지 ‘ACS 나노’에 지난달 발표했다. 뇌종양은 움직임이나 말하는 것이 불편해지는 신경학적 증상이 나타나기 시작해서야 발견된다. 이땐 이미 종양이 커져 버린 상태여서 치료가 늦어지는 경우가 많다.

연구진은 뇌종양 환자에게서 발견되는 특정 유형의 단백질을 찾는 기술을 개발했다. 세포 간 신호를 주고받는 나노 크기의 ‘세포 외 소포(EV)’는 분해되지 않고 소변으로 배출된다. 연구진은 뇌종양 환자의 소변에 있는 두 가지 유형의 EV 막 단백질을 탐지하는 나노 물질을 개발했다. 탐지 부위를 수정하면 다른 암을 찾는 데도 적용할 수 있다. 연구진은 “다양한 유형의 암을 조기에 발견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했다.

◇자가진단 키트로 당뇨 쉽게 판별

연세대 신용 교수 연구진도 소변에서 전립선암을 진단하는 기술을 개발했다. 암세포가 죽으며 체액으로 방출하는 유전물질은 극소량만 존재하고 암 진행 단계에 따라 다양한 비율로 존재한다. 이 때문에 유전물질을 농축해 분리하는 기술이 필요하다. 연구진은 양전하(+)를 띤 나노물질을 이용해서 음전하(-)의 유전물질을 포집했다. 이 기술을 활용하면 20분 이내에 고농도의 유전물질을 분리할 수 있다.

소변 검사는 점점 더 간편해지고 있다. 한국기초과학지원연구원 최종순·한도경 박사 연구진은 당뇨병을 효과적으로 판별할 수 있는 자가진단 키트를 개발했다. 당뇨병 환자들은 채혈 방식으로 혈당을 측정하지만, 하루에 2~4번 피를 뽑는 건 일상생활에서 불편하다.

연구진은 고감도로 당을 검출할 수 있는 자가진단 키트를 만들었다. 백금 나노와 고분자 기능성 복합소재가 키트에서의 반응 신호를 증강시킨다. 연구진은 소변에 존재하는 당을 15분 이내에 수 밀리그램 수준까지 검출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당이 검출되면 색이 변하면서 당뇨병을 판별할 수 있다. 스마트폰으로 변색이 된 검출부를 촬영하면 검사 결과를 확인하는 식이다. 한 박사는 “새로운 당뇨병 자가진단법으로 활용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