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일(현지 시각) 튀르키예에서 규모 7.8의 강진이 덮치며 3만명이 넘는 사망자가 발생했다. 튀르키에에서 7400㎞ 떨어진 우리나라에서도 강진의 영향을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지질자원연구원 이수형 박사 연구진은 “튀르키예 강진의 본진(규모 7.8)과 여진(규모 7.5) 이후 국내 지하수 관측정 두 곳(문경, 강릉)에서 지하수 수위의 변화를 감지했다”고 14일 밝혔다.
◇7000㎞ 떨어진 국내 지하수에 영향
지진이 일어나면 지진파에 의해 지하수가 있는 대수층 주변의 암석들에 압력이 가해진다. 대수층은 지하수를 함유한 지층으로 모래, 자갈, 실트, 점토 등으로 구성된다. 모래, 자갈의 혼합물은 공극(구멍)의 크기가 커서 지하수가 잘 유동하는 반면에 실트나 점토는 공극의 크기가 작아서 지하수 이동이 어렵다. 압력으로 인해 대수층에 압축과 팽창이 발생해 지하수 수위는 상승과 하강의 반복현상이 일어난다.
연구진은 이번 연구를 통해 규모 7.5 이상의 지진이 7000km 이상 떨어진 국내 지하수에 영향을 줄 수 있는 것으로 분석했다. 특히 문경 관측정에서는 본진 이후 지하수 수위의 7cm 상승과 여진에 따른 3cm 수위 하강을, 강릉 관측정에서는 본진 후 3cm의 수위 상승을 탐지했다.
◇인도네시아·동일본 지진 때도 지하수 수위 변화
그동안 연구진은 인도네시아 강진(2010년, 규모 7.7), 동일본 대지진(2011년, 규모 9.0), 네팔 강진(2015년, 규모 7.8)은 물론 9300km 떨어진 뉴질랜드 강진(2021년, 규모 7.8) 당시에도 지하수 수위 변화를 관측해 국제학술지에 발표한 바 있다.
강력한 지진이 발생하면 지하수의 급격한 유동으로 유출과 유입이 불규칙적으로 일어날 수 있다. 지하수가 풍부한 대수층이나 방사성폐기물 부지 및 오염 지역 등 땅속환경에 심각한 영향을 미칠 수 있기에 지진-지하수 연계 점검을 통한 지속적인 연구가 필요하다고 연구진은 설명했다.
이 박사는 “이번 관측 연구를 통해 강진이 발생하면 수천 킬로미터 떨어진 곳에서도 지각의 흔들림뿐만 아니라 지하수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결과를 확인했다”며 “지진과 연계한 지하수 관측과 분석 연구를 꾸준히 수행해 보이지 않는 보물인 지하수의 보존과 활용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