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일(현지 시각) 강진으로 4만명 이상이 숨진 튀르키예와 시리아에 여진이 잇따르는 가운데, 미 항공우주국(NASA)이 개발한 첨단 탐지 장비가 생존자 구조에 사용되고 있다. 파인더(FINDER)라는 이름이 붙은 이 장비는 극초단파 레이더를 이용해 지진 잔해에 갇힌 실종자의 심장박동 등 인체의 미세한 움직임을 감지하는 기기다. 최근 들어 나사(NASA)는 나사 기술을 사업화해 분사한 스핀오프(spin-off)의 대표 사례로 인체 탐지기 ‘파인더’를 내세우고 있다.

/그래픽=양진경

◇극초단파가 콘크리트 투과해 심박 감지

파인더는 2010년 아이티 대지진 때 미 국토안보부(DHS) 연방재난관리청이 나사에 생존자 수색을 위한 기술 지원을 요청한 것을 계기로 개발됐다. 극초단파가 6m 두께 콘크리트를 투과할 수 있어 건물 잔해에 매몰된 실종자의 심장박동과 호흡 등 인체의 미세한 움직임을 탐지할 수 있다. 돌무더기의 경우는 9m 아래 있는 사람과 동물의 움직임을 구별할 수 있을 정도다. 토성 탐사 위성이 원거리 물체의 변화를 탐지하는 데 썼던 기술을 인체 탐지기에 적용한 것이다. 파인더는 여행용 가방과 비슷한 크기에 무게도 9㎏으로 휴대하기 편리해 재난·재해 현장에 신속 투입할 수 있다. 2015년 네팔 강진 때에도 투입돼 건물 잔해에 매몰된 실종자 4명을 찾아내 구조했다.

나사에서 기술을 이전받은 회사는 파인더 무게를 6㎏으로 줄이고 탐지에 걸리는 시간도 90초에서 30초로 단축했다. 또 눈사태 실종자 수색에도 쓸 수 있게 개량해 사업화했다.

◇적외선 체온계 등 일상 기술도 많아

인체 탐지기 외에도 나사의 연구·개발(R&D)을 계기로 사업화로 이어진 사례는 많다. 일상에서 거의 매일 접하는 것으로는 휴대폰 카메라를 꼽을 수 있다. 약 30년 전 나사는 우주 임무에 쓸 저전력 카메라를 위해 CMOS(상보성 금속산화막 반도체) 이미지 센서를 개발했다. 이것이 오늘날 디지털 카메라와 휴대폰 카메라의 토대가 된 기술이다.

무선 진공청소기도 나사의 달 탐사 계획인 아폴로 프로그램을 계기로 개발된 기술에서 비롯됐다. 침대 매트리스, 베개로 쓰이는 ‘메모리 폼’은 나사가 우주비행사 충격 보호용으로 개발한 기술이 상업화에 성공한 사례다. 행성 온도 측정 원리를 응용해 개발된 적외선 체온계는 수은 체온계와 달리 신체에 직접 닿지 않고도 온도를 잴 수 있어 코로나 팬데믹 때 진가를 뽐냈다. 정수 필터는 국제우주정거장(ISS)에 체류하는 우주비행사들을 위해 개발한 기술에서 비롯됐다. 시력 교정을 위한 라식 수술도 나사 기술이 스핀오프된 사례로 꼽힌다.

◇36년간 2000여 기술 스핀오프

나사의 스핀오프는 1976년부터 체계적으로 관리됐다. 나사는 지금까지 스핀오프 사례가 2000여 건에 이른다고 밝히고 있다. 나사 기술을 스핀오프한 회사들은 기술당 평균 100만달러(약 13억원) 이상 수익을 낸 것으로 추산된다. 나사가 일부 회사를 대상으로 한 조사로 추정한 결과다. 이것을 산술적으로 따져보면 스핀오프로 적어도 20억달러(약 2조6000억원) 이상 민간 수익이 창출됐다는 얘기다. 스핀오프뿐 아니라 우주탐사 등 나사의 다양한 임무 수행이 유발한 경제 효과는 연간 712억달러(약 92조9000억원·2021 회계연도 기준)에 이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