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7일 대전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KINS) 실험실. 우리나라 인근 해역에서 채취한 해수에서 삼중수소를 분석하는 실험이 한창이었다. 삼중수소는 일반 수소보다 중성자가 2개 더 많은 수소로 방사능을 가지고 있다. 해수에는 아주 적은 양이 포함돼 있어, 이를 분석하기 위해서는 특별한 처리가 필요하다. 이날 실험실에서는 유리병 수십개에 바닷물을 담아 끓이는 과정을 반복하고 있었다. KINS 연구진은 증류된 물 800㎖를 전기분해해 40㎖까지 농축한 이후 다시 재증류해 10㎖로 만든다. 여기서 삼중수소가 얼마나 들어가는지 측정하게 된다. 시료 분석에는 1개당 28일이 걸리지만 전체 과정은 2~3달 정도 소요된다. 김대지 KINS 환경방사능평가실 실장은 “2011년 일본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 해양 방사능 수치 변화는 없었다”며 “앞으로 일본의 오염수 방류를 앞두고 방사능 처리 과정에 대해서도 철저히 검증할 것”이라고 말했다.
KINS는 우리나라 인근 해역 방사능 감시뿐 아니라 일본의 방류 전 오염수 교차검증도 맡고 있다. 일본 정부는 2011년 동일본 대지진 이후 원전 부지 내 보관해온 오염수를 방류할 계획. 도쿄전력에 따르면 현재 전체 저장 가능한 용량의 96%인 약 133만t(톤)이 원전 내 탱크에 저장 중이다. 현재 11국 전문가로 구성된 국제원자력기구(IAEA) 모니터링 TF에 한국이 참여 중이다. 일본 정부는 TF가 발간할 포괄적 보고서 발표 이후 방류를 결정할 방침이다. 시기는 올봄부터 여름으로 예상된다. 이와 별도로 KINS는 IAEA의 교차 검증 과정에 참여하고 있다.
◇일본 오염수 처리 분석에 참여
일본은 정화시설(ALPS)로 방사능 물질을 처리해서 방류한다고 밝혔지만, 삼중수소는 걸러지지 않는다. IAEA는 두 차례 모니터링(교차검증)을 하기로 했다. 여기에 KINS와 프랑스, 스위스 실험실이 함께 참여한다. 일본 원전 내 ALPS에서 처리된 1차 시료는 지난해 3월 채취돼 10월 각국 실험실에 배송됐다. 실험실에서는 올 3월까지 IAEA에 분석 결과를 제출하고, IAEA가 종합 보고서를 공개할 예정이다. 2·3차 시료는 작년 10월 채취돼 11월에 배송된 상태이지만 이에 대한 분석결과 제출과 보고서 공개 일정은 아직 미정이다.
방류 지점 인근 해역의 해수와 해저퇴적물, 어류·해조류에 대한 분석도 진행할 예정이다. 원전 오염수가 방류되면 가장 먼저 영향을 받는 곳은 해수이지만, 해수를 기반으로 살아가는 생태계도 방사능이 축적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방류 지점 인근 해수는 올해 1월 배송됐지만, 해저퇴적물과 어류·해조류는 작년 11월 시료 채취 후 아직 도착하지 않았다. 해양생물·퇴적물에 대한 2차 시료는 원전 오염수 방류 이후 수행될 예정이다.
◇방사능 감시 시점 40곳으로 확대
일본의 원전 오염수 방류를 앞두고 원자력안전위원회와 해수부는 국내 방사능 감시체계를 강화하고 있다. 원안위는 우리나라 연안에서 300㎞ 떨어진 먼바다까지 해양 감시를 수행하고 해수부는 연안의 방사능을 측정하고 있다. 원안위는 2020년 22개였던 감시지점을 올해 40개까지 늘렸다. 방사능 물질인 세슘과 삼중수소 등을 주기적으로 조사·평가하고 있다. 오염수가 태평양을 돌아 우리나라에 들어올 것으로 예상되는 지점인 제주도 남방 4곳과 울릉도 인근 2곳은 특별관리 지점으로 관리된다. KINS의 해수 분석 결과 세슘 같은 다른 방사능 물질들도 후쿠시마 이전과 비슷한 수준으로 나타났다. 해수와 더불어 해양생물, 해저퇴적물도 KINS에서 분석하고 있다. 삼중수소와 마찬가지로 다른 방사능 물질들도 전체 분석 과정은 2~3달 정도 소요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