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자들이 대규모 유전자(게놈) 분석을 통해 포도 재배의 역사를 밝혀냈다. 1만1000년 전 인류가 농사를 시작한 시점부터 포도가 재배된 것으로 나타났다.
중국 윈난농대가 이끈 국제 공동 연구진은 “포도 유전자의 대규모 분석을 통해 약 1만1000년 전 코카서스 지역과 서아시아 지역에서 포도 재배가 시작된 사실을 찾았다”고 국제 학술지 ‘사이언스’에 지난 2일 밝혔다.
인류는 오랜 역사 동안 포도를 재배하며 과일로 먹었을 뿐 아니라 포도주도 만들어 마셨다. 하지만 포도가 진화해 온 역사는 거의 알려진 바 없었다.
연구진은 유라시아 지역에서 수집한 3500여 개 포도나무의 게놈을 확보했다. 샘플에는 야생 포도 품종을 비롯해 사람이 재배한 포도 품종도 포함됐다. 분석 결과 1만1000년 전 농부들이 포도를 재배한 것으로 나타났다. 인류가 농업을 시작한 시점과 일치한다. 윈난농대 웨이 첸 교수는 “포도 덩굴은 아마도 인간이 길들인 최초의 과일 작물이었을 것”이라고 했다.
포도는 하나의 특정 지역이 아닌 멀리 떨어진 두 지역에서 동시에 재배가 시작된 것으로 나타났다. 오늘날의 아르메니아, 조지아, 아제르바이잔을 포함하는 코카서스 지역과 서아시아 지역이다. 연구진은 코카서스 지역의 포도는 와인을 생산하기 위해서 재배됐고 서아시아 지역은 음식으로 먹기 위해 재배된 것으로 추정했다. 고고학적 증거에 따르면 약 8000년 전 현재의 조지아인 코카서스 지역에서 최초의 포도주 양조가 이뤄진 것으로 알려져 있다. 두 지역은 거리가 1000㎞ 가까이 떨어진 것으로 보아 문화적 교류가 있었다고 연구진은 보고 있다. 이스라엘 야생 포도(Syl -E1)는 현재 재배되는 식용 포도의 원천으로 밝혀졌다. 초기 농부들과 함께 동유럽과 서유럽으로 분산돼 현재 알려진 다양한 와인 포도들로 진화한 것으로 분석됐다.
연구진은 기후변화와 신종 질병이 포도 농업을 위협하는 상황에서 이번 연구 결과가 와인 산업을 보호하고 유지하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 기후변화와 질병에 잘 견디는 야생 포도의 유전자가 생산성 개선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뜻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