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닥 기술 상장 특례 1호 기업 헬릭스미스가 사 측과 소액 주주 간 갈등으로 임시 주총을 잇따라 열며 몸살을 앓고 있다. 지난 1월 31일 임시 주총을 연 데 이어 15일 임시 주주총회를 다시 연다. 이달 말 정기 주총까지 예정된 상황이다. 주가 폭락으로 주주들의 불만이 쌓인 상황에서 회사 경영권이 카나리아바이오엠으로 넘어가자 갈등이 폭발한 것이다. 증권가에서는 “짧은 시간에 주총이 3번이나 열리는 것은 이례적인 상황”이라는 말이 나온다.

15일 주총에는 소액 주주 측 사내 이사 3명의 해임과 사내·사외 이사 5명을 신규 선임하는 안건이 올라갈 예정이다. 앞서 1월 주총에서는 신규 이사 선임이 5명 가운데 3명만 통과됐다. 소액 주주들은 지난해 회사를 인수한 카나리아바이오엠 측 추천 이사 선임을 강행하려는 헬릭스미스에 대해 “절차상 문제가 있다”며 강력히 반발하고 있다.

바이오업계에선 “임상 실패에 이어 소액 주주와의 갈등으로 회사 본연의 업무인 신약 개발에 차질이 빚어질까 우려된다”며 “갈등이 장기화되면 업계 전체의 신뢰도까지 떨어트릴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회사 주인 바뀌며 갈등 폭발

유전자를 이용한 희소 질환 치료제를 개발해 온 이 회사는 2019년 주가가 16만원(액면분할을 반영한 수정 주가 기준)을 넘었지만, 임상 시험이 실패하면서 현재 1만원대 아래로 주저앉았다. 시가총액이 4조원 넘게 증발하자 5만명(약 82%)에 이르는 소액 주주가 들끓고 있는 것이다. 소액 주주 측은 “경영 정상화가 필요하다”는 입장이지만 회사 측은 “소액 주주들의 경영 간섭이 도를 넘었다”고 맞서고 있다. 결국 양측의 갈등은 소송전으로 번졌다.

헬릭스미스는 김선영 전 서울대 교수가 1996년 학내 벤처 1호로 창업한 회사로 2005년 코스닥에 상장됐다. 국내 바이오 벤처 1세대이자, 기술력은 있지만 이익을 내지 못하는 기업의 자금 조달을 돕기 위해 마련된 기술 상장 특례 첫 적용 사례로 주목받아 왔다. 헬릭스미스는 그러나 2019년 임상 3상에서 위약(가짜 약)과 실제 투약 환자가 섞이는 문제가 발생해 주가 폭락 사태를 겪은 뒤 아직 이렇다 할 신약 연구 결과를 내놓지 못하고 있다. 지난해 기준 매출은 27억원, 영업 손실은 528억원을 기록했다.

주가 폭락으로 개미 투자자들이 속앓이하는 와중에 헬릭스미스는 지난해 12월 바이오 계열사를 둔 중소기업 카나리아바이오엠에 경영권을 넘긴다고 밝혔다. 지난해 12월과 올해 2월 유상증자를 통해 카나리오바이오엠은 헬릭스미스의 지분 9.39%를 확보했다. 이전까지 최대 주주였던 김선영 교수는 지난 2월 대표에서 물러나 등기 이사로 연구·개발을 총괄하고 있다.

하지만 주주들은 “김 교수가 회사를 단돈 50억원 헐값에 팔아넘겼다”고 반발했다. 카나리아바이오엠이 유상증자를 통해 350억원을 헬릭스미스에 투자했지만, 헬릭스미스는 이 돈을 카나리아바이오엠의 또 다른 자회사인 세종메디칼이 발행한 300억원 규모 전환사채(CB)를 사는 데 썼기 때문이다.

◇회사·소액주주 간 소송전

양측의 갈등은 이사회를 장악하려는 싸움으로 이어졌고, 현재 5건이 넘는 소송이 진행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현재 이사 8명 가운데 3명이 소액 주주 측 인사다. 소액 주주 측은 카나리아바이오엠을 상대로 의결권 행사 금지 가처분 소송을 제기했다. 유상증자로 취득한 주식의 의결권을 행사하지 말라는 취지다. 또 지난 1월 임시 주총에서 선임된 사외 이사의 직무 집행을 정지하는 소송도 냈다.

헬릭스미스도 고발로 대응하고 있다. 지난 2월 헬릭스미스는 소액 주주 추천으로 선임된 사내 이사에 대해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위반으로 고발했다. 공시 정보를 외부로 유출했다는 것이 이유다. 헬릭스미스는 소액 주주 비대위원장에 대해서도 민형사 소송을 제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