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벌이 하는 행동을 보고 따라 하는 학습 능력이 벌에게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Diego Perez-Lopez, PLOS

벌이 사회적 학습을 통해 나름의 문화를 가지고 있다는 연구 결과가 잇따라 나왔다. 영국 런던퀸메리대 연구진은 최근 국제 학술지 ‘플로스 생물학’에 “범블비(bumblebee·뒤영벌)도 영장류나 조류처럼 사회적 학습을 할 수 있는 것을 확인했다”며 “이를 문화의 증거로 볼 수도 있다”고 밝혔다. 연구진은 빨간색 탭은 시계 방향으로, 파란색 탭은 시계 반대 방향으로 밀어야 설탕물을 먹을 수 있는 실험 장치를 만들었다. 그리고 ‘시범 조교’ 역할을 할 벌을 골라 빨간 탭을 시계 방향으로 밀어 설탕물을 구하도록 훈련했다. 이른바 조교 벌이 다른 벌들 앞에서 빨간 탭을 시계 방향으로 밀어 설탕물을 먹는 행동을 선보였더니, 다른 벌들도 조교 벌과 같은 방법으로 빨간 탭을 밀어 설탕물을 얻어냈다. 일반적으로 벌은 빨간색보다 파란색을 선호하는데, 파란 탭을 밀려고 하지 않고 조교 시범대로 빨간 탭을 민 것이다. 반대로 파란 탭을 시계 반대 방향으로 밀어 설탕물을 먹도록 훈련받은 조교 벌이 시범을 보이자, 이번에는 다른 벌들이 조교 벌 행동대로 파란 탭으로 달려들어 밀었다. 연구진은 “설탕물을 얻는 데 성공한 사례의 98.6%가 조교 꿀벌이 보여준 방법대로 따라한 경우였다”며 “조교 벌의 시범을 본 군집과 조교 벌이 없는 군집과의 비교에서도 하루 평균 설탕물 접근 성공 횟수가 28대1로 차이가 컸다”고 밝혔다.

이 연구가 발표된 이틀 후 중국과학원과 UC샌디에이고 공동 연구진은 꿀벌의 ‘꼬리춤(waggle dance)’이 학습을 통해 문화적으로 전수된다는 연구 결과를 사이언스에 발표했다. 8자춤으로도 불리는 꿀벌의 꼬리춤은 꿀이 있는 곳까지의 거리와 방향에 관한 정보 등을 담고 있다. 연구진은 같은 시기에 태어난 어린 벌 중에서 꼬리춤을 보고 배운 벌과, 아예 보지 못하고 자란 벌을 비교 관찰했다. 다른 벌의 꼬리춤을 배우지 못한 벌도 본능적으로 1~2주 만에 꼬리춤을 추기 시작했지만, 그 춤대로 따라가면 꿀을 찾기 어려울 정도로 꼬리춤의 거리와 방향 정보 등이 무질서한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경험 많은 선배 벌의 꼬리춤을 보고 자란 벌은 정확한 꼬리춤을 췄다. 꼬리춤을 배우지 못하고 자란 꿀벌은 20일이 지난 후에는 뒤늦게 배워도 정확한 꼬리춤을 출 수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거리에 관한 정보는 죽을 때까지 꼬리춤으로 제대로 표현하지 못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배움에는 때가 있다”와 “세 살 버릇 여든까지 간다”는 말이 꿀벌에게도 들어맞는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