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약품이 자체 확보한 글로벌 역량을 토대로 대규모 CMO(위탁생산) 및 CDMO(위탁개발생산) 사업에 본격 시동을 걸었다. 신약 개발 전문 기업으로서 축적한 개발 역량과 대규모 바이오의약품 제조 능력의 시너지를 통해 해당 분야를 한미의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 키워나간다는 계획이다. 이를 위해 최근 유럽 최대 규모로 열린 바이오 콘퍼런스에서 다수의 글로벌 제약사와 CMO 비즈니스에 대한 다양한 협력 방안을 모색했다.
◇글로벌 기업 대상 CMO 수주 활동
한미약품은 지난 20일부터 22일까지 스위스 바젤에서 열린 ‘2023 바이오 유럽 스프링 콘퍼런스’에 참가해 다국적 제약사들과 비즈니스 미팅을 진행했다. 바이오 유럽 스프링은 세계 제약·바이오 기업 및 관련 투자자들이 네트워크를 쌓고 파트너십을 추진하는 행사로, 올해는 노바티스와 로슈, 일라이릴리, 화이자 등 전 세계 기업에서 온 주요 관계자 3000여 명이 한자리에 모였다.
한미약품은 업체별 개별 비즈니스 미팅을 통해 바이오의약품 상업 생산에 최적화된 평택 바이오플랜트의 첨단 대형 제조 설비(최대 1만2500리터 규모 배양기)와 이를 운영할 수 있는 전문화된 인력 및 시스템 등을 알리며 적극적으로 수주 활동을 펼쳤다.
특히 바이오플랜트 2공장 내에는 CMO 수요에 따라 탄력적으로 설비를 확장할 수 있는 공간을 별도로 갖추고 있어 글로벌 제약사의 대규모 CMO 발주에도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다는 점을 회사 측은 강조했다. 한미약품 실무진은 21일 오후 노바티스와 로슈가 후원하는 ‘이브닝 네트워킹 리셉션’에 참여해 제약 업계 리더들과 자유로운 분위기 속에서 파트너십 강화 방안을 논의하기도 했다.
한미약품은 이번 출장을 시작으로 오는 5월 열리는 아시아 최대 바이오 전문 행사 ‘바이오 코리아(BIO KOREA 2023)’ 및 10월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개최되는 ‘세계 제약 산업 전시회(CPHI Worldwide 2023)’에서 홍보 부스를 마련해 더 적극적으로 CMO 비즈니스를 펼쳐 나갈 계획이다.
◇미생물 배양 방식 바이오플랜트
평택 바이오플랜트는 현재 완제 의약품 기준으로 연간 2000만개 이상의 ‘프리필드 시린지 주사기(prefilled syringe)’를 제조할 수 있는 생산 능력을 보유하고 있다. 동물세포 배양 기반 설비를 갖춘 국내 주요 CMO 회사들과는 달리 평택 바이오플랜트는 미생물 배양을 이용하는 제조 설비를 갖추고 있다. 이런 방식으로 만드는 바이오의약품을 빠르고 경제적으로 대량생산할 수 있는 점이 차별점으로 꼽힌다.
코로나 팬데믹(대유행) 이후 새롭게 주목받는 DNA 및 mRNA 백신도 대규모로 제조 가능하다. 오랜 기간 축적한 R&D 역량을 토대로 원료 및 완제 의약품 제조와 품질 시험, 허가 자료 작성까지 가능한 ‘엔드 투 엔드(end-to-end)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 평택 바이오플랜트는 작년 9월 미 식품의약국(FDA) 시판 허가를 받은 바이오신약 ‘롤베돈(한국명 롤론티스)’을 생산해 미국 현지에 순조롭게 공급하고 있으며, 글로벌 제약사인 미국 MSD가 개발 중인 비알코올성지방간염(NASH) 치료 후보 물질의 임상용 제품을 만들어 해외에 공급하고 있다. 이같이 임상용에서부터 상업용에 이르기까지 글로벌 스탠더드를 충족한 바이오의약품을 현재 생산해 전 세계에 공급하고 있다는 점이 평택 바이오플랜트의 검증된 능력이라고 회사 측은 밝혔다.
한미약품 김세권 이사(바이오제조개발팀)는 “롤베돈의 미국 시장 진출을 통해 확인한 바이오의약품 대량생산 및 품질관리 역량을 기반으로 더 적극적으로 CMO 비즈니스를 펼쳐나갈 계획”이라며 “해당 분야를 한미약품그룹의 새로운 신성장동력으로 구축할 수 있도록 전사적인 노력을 기울여 나가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