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령은 ‘1차 백금 기반 화학요법에 실패한 전이성 소세포 폐암’을 적응증으로 보유하고 있는 항암 신약 ‘젭젤카(성분명 러비넥테딘)’를 지난1일 출시했다. 소세포 폐암(Small Cell Lung Cancer·SCLC)은 현미경으로 암세포를 관찰했을 때 세포 크기가 작은 폐암을 의미한다. 전체 폐암 환자의 약 15%가 소세포 폐암 환자이고, 소세포 폐암 치료제 세계 시장은 2026년 31억8800만달러(약 3조6000억원)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추정된다.

보령 제약

암의 성장 속도가 빠르며, 전신으로 퍼져가는 소세포 폐암은 예외적인 경우를 제외하고는 수술 대신 항암 화학요법 및 방사선 요법을 사용해 치료한다. 1차 치료는 항암 효과를 지닌 성분인 백금(platinum)을 기반으로 한 ‘시스플라틴’ 또는 ‘카보플라틴’에 ‘에토포시드’나 ‘아테졸리주맙’을 병용하는 요법을 주로 쓴다.

다만 소세포 폐암 환자 가운데 1차 치료만으로 완치되는 사례는 극히 드물다. 암 초기에도 평균 생존율이 2년 미만이며 중기로 넘어가면 1년 이상을 넘기기 어렵다. 적절한 치료제 사용이 항암 과정에서 필수적인 이유다. 문제는 종전 2차 치료에 사용되는 약제 대부분이 치료 효과가 10% 중반 수준밖에 미치지 못한다는 데 있다. 게다가 출시된 지 오랜 시간이 지난 ‘올드 드러그(old drug)’가 10~20년간 사용되어 왔을 정도로 선택 가능한 약도 제한적이었다 처방 의사와 환자들이 새로운 치료약을 기다려온 상황에서 젭젤카의 출시는 기존의 미충족 수요에 부응하는 의의가 있다.

◇젭젤카 출시로 소세포 폐암의 새로운 치료 열어

스페인 제약사 파마마(PharmaMar S.A.)에서 개발한 항암 신약 젭젤카는 2020년 미 식품의약국(FDA) 승인 이후 미국에서 2차 환자군 처방률이 40%를 넘어설 정도로 표준 요법으로 자리 잡은 약제다. 1차 평가 변수인 객관적 반응률(ORR·objective response rate)은 35%를 넘어 10%대인 타 약제보다 뛰어난 효과를 지녔다. 객관적 반응률은 사전에 정의된 최소한의 기간에 정해놓은 양 이상의 종양 감소를 보인 환자 비율을 뜻하며, 항암제 치료 효과의 중요한 지표 가운데 하나로 꼽힌다.

1차 치료 후 6개월이 지난 후 늦게 재발한 환자만 별도로 분석한 경우에는 젭젤카의 객관적 반응률이 60% 이상에 달했다.

보령이 항암 신약 ‘젭젤카(성분명 러비넥테딘)’를 출시했다. 젭젤카의 판매 및 유통 권한을 보유한 보령은 “국내 환자 대상 안전성 입증에 더욱 집중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 보령 제공

또 항암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혈소판 감소증, 호중구 감소증, 빈혈과 같은 혈액학적 독성으로 인한 부작용도 기존 2차 치료제 대비 더 적은 것으로 조사됐다. 약물의 영구적 사용 중단을 요하는 치료 관련 이상반응은 1.9%로 관리 가능한 수준으로 나타났다. 이처럼 젭젤카는 치료 효과는 물론 안전성 측면에서 기존 약제와 비교했을 때 눈에 띄는 강점을 지니고 있다.

젭젤카의 판매 및 유통 독점 권한을 보유한 보령은 국내 환자 대상 안전성 입증에 더욱 집중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실사용(리얼월드) 데이터에 기반한 4차 임상 시험은 물론, 모든 투약 환자를 대상으로 한 전수조사 등을 통해 처방의와 환자들이 안심하고 약제를 사용할 수 있도록 지원할 예정이다. 이와 함께 현재 다국적 제약사 등에서 젭젤카와 면역 항암제를 병용하는 1차 치료 적용 3상 연구가 진행되고 있어 젭젤카의 1차 치료 적응증 확장이 기대된다.

다만 소세포 폐암과 같이 환자가 적고 치료 옵션이 제한적인 질환의 경우, 검증된 치료 효과가 있어도 신약에 대한 보험 급여 적용이 소극적인 상황은 풀어야 할 점으로 꼽힌다. 환자들의 생존 가능성을 높이기 위해 보험 급여 확대에 관한 적극적인 검토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김영석 보령 Onco(항암 총괄) 부문장은 “백금계 항암 화학요법에 실패한 소세포 폐암 환자들에게 2차 치료제 선택 폭이 좁았는데, 젭젤카가 소세포 폐암 치료의 새로운 선택지로서 도움이 되는 약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꾸준한 항암 포트폴리오 확대

보령은 국내 제약사 중 항암제 시장점유율 1위로 젭젤카 신규 출시와 시장 점유율 확대에 주력해 항암 포트폴리오를 확장했다. 보령의 2022년 항암제 관련 매출은 1606억원으로 전년 대비 61% 성장했다. 이러한 실적은 바이오시밀러는 물론이고, 합성의약품부터 항암 보조 치료제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항암 관련 품목을 구축하고 글로벌 항암제를 도입한 데서 비롯했다.

바이오시밀러 부문에서는 2021년 삼성바이오에피스와 독점 판권 계약을 통해 ‘삼페넷(성분명 트라스투주맙)’, ‘온베브지(성분명 베바시주맙)’를 도입했다. 보령은 이를 통해 첫 바이오시밀러를 출시하며 항암제 포트폴리오를 기존 합성 의약품 위주의 항암제에서 바이오 의약품으로 확대했다. 또 보령은 지난해 초 호중구 감소증 치료제인 ‘그라신(성분명 필그라스팀)’과 ‘뉴라스타(성분명 페그필그라스팀)’를 다국적 제약사 한국쿄와기린과 공동 판매를 시작했다. 그라신과 뉴라스타는 국내 시장은 물론 글로벌 시장에서도 처방 1위를 기록하고 있다.

보령은 LBA(Legacy Brands Acquisition)를 통해 시장 선도 품목들을 자산화하는 데도 주력하고 있다. LBA는 특허 만료 후에도 높은 브랜드 충성도에 기반해 캐시카우(현금 창출원) 역할을 할 수 있는 오리지널 의약품을 인수하는 전략을 뜻한다. 보령은 일라이 릴리에서 2021년 항암제 ‘젬자(성분명 젬시타빈)’에 이어 지난해 비소세포 폐암 치료제 ‘알림타(성분명 페메트렉시드)’의 국내 판권 및 허가권 등 모든 권리를 인수했다. 비소세포 폐암 1차 치료제이자 최초의 유지 요법 치료제인 알림타는 면역 항암제 키트루다(성분명 펨브롤리주맙) 병용 요법이 전이성 비편평 비소세포 폐암 환자에게 주요한 1차 치료 옵션으로 주목받으면서 처방 시장 확대를 이끌 것으로 전망된다.

보령은 올해 1월부터 BMS(브리스톨 마이어스 스퀴브)의 파클리탁셀 성분 오리지널 항암제인 ‘탁솔’을 독점 판매하기 시작했다. 앞서 2008년부터 2015년까지 보령은 BMS와 탁솔 공동 판매를 진행하며 시장점유율 1위를 유지했다. 보령은 이번 계약을 통해 파클리탁셀 시장점유율 1위를 목표로 한다고 밝혔다.

보령은 종별 포트폴리오 확장 노력을 이어가면서 신규 출시 품목의 시장점유율 확대에 집중해 나갈 방침이다. 보령 장두현 대표는 “보령은 신약 도입과 LBA(레거시 브랜드 인수)는 물론, 자체 R&D(연구 개발)를 통해 항암 제품 포트폴리오 확대를 적극 추진하고 있다”며 “확장된 포트폴리오와 탄탄한 국내 영업 마케팅 역량을 바탕으로 항암제 시장을 선도하는 제약사로 지속적인 역할을 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