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쥬라기 공원’ 속 티라노사우루스는 악어처럼 입을 다물어도 날카롭고 큰 이빨이 드러난 모습이다. 자연사 박물관의 티라노사우루스 화석이나 모형도 대부분 비슷한 형태이다. 하지만 실제 티라노사우루스는 악어보다는 도마뱀처럼 이빨이 입술에 가려져 평상시에는 밖으로 보이지 않았을 것이라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미국 오번대 토머스 컬런 교수가 이끄는 국제공동연구진은 지난 30일(현지 시각) 국제 학술지 사이언스에 발표한 논문에서 “티라노사우루스 같은 육식 공룡들은 입 주변에 입술의 역할을 하는 연조직을 가지고 있었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동안 과학자들은 육식 공룡인 수각류의 이빨이 크고, 가까운 친척인 악어가 이빨을 드러내고 있기 때문에 수각류 역시 이빨이 노출됐을 것으로 추정해 왔다. 영화도 이를 바탕으로 공룡을 묘사했다.
연구진은 수각류의 치아에 주목했다. 이빨의 단단한 겉면인 법랑질은 공기에 노출돼 건조해지면 부서지기 쉽다. 입술이 없어 이빨이 드러나는 악어는 밖으로 노출되는 쪽이 안쪽보다 더 많이 마모된다. 반면 티라노사우루스의 가까운 친척인 다스플레토사우루스의 경우 이러한 패턴을 보이지 않고 이빨이 고루 마모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입술 덕분에 입안이 침으로 촉촉하게 유지됐기 때문이라고 연구진은 분석했다.
연구진은 살아있는 파충류와 수각류의 두개골 턱에 있는 작은 구멍들도 분석했다. 이 구멍은 혈관과 신경을 입 주위 연조직과 연결하는 통로다. 도마뱀 같은 입술이 있는 파충류는 작은 구멍들이 치아 근처 턱 가장자리를 따라 일렬로 배열돼 있다. 반면 악어는 작은 구멍들이 턱 전체에 흩어져 있다. 티라노사우루스는 도마뱀처럼 일렬로 작은 구멍들이 있기 때문에 연구진은 입술이 있었을 것이란 근거로 봤다.
연구진은 티라노사우루스가 거대한 이빨을 가져 입술 아래 가려지는 것이 불가능하다는 주장도 반박했다. 날카로운 이빨이 입술 안에 숨겨진 왕도마뱀의 두개골과 티라노사우루스의 두개골을 비교한 결과, 티라노사우루스는 이빨의 크기만큼 두개골도 커 입술로 덮기에 충분하다고 연구진은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