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당한 음주는 건강에 도움이 된다는 것이 지금까지의 상식이었다. 하루에 와인 한 잔은 심장병 위험을 낮춘다는 식이다. 하지만 음주에 관한 연구들을 새로 분석한 결과 술은 조금만 마셔도 사망 위험을 높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캐나다 물질사용연구소 연구진은 지난달 국제학술지 ‘JAMA네트워크오픈’에 발표한 논문에서 “적당한 음주가 사망 위험을 낮추는 데 영향이 없었다”며 “하루 2~3잔 정도의 음주를 하는 사람들도 사망 위험이 상당히 증가했다”고 밝혔다.
연구진은 1980년부터 2021년 7월까지 발표된 알코올 사용 및 사망에 관한 107개의 연구를 분석했다. 107개의 연구에는 480만명의 대규모 인원이 참여했다. 이들 연구는 대부분 적당한 음주가 사망 위험을 낮춘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연구진은 기존 연구들이 적당히 술을 마시는 사람들의 건강습관을 간과했다고 지적했다. 술을 적당히 마시면서 자제할 수 있는 사람들은 전반적으로 소득이 높고 운동과 건강한 식단으로 생활한다는 것이다. 또 체중이나 치아 건강도 평균보다 훨씬 나았다. 음주자의 대조군인 금주자 선정에도 오류가 나타났다. 술을 평생 마시지 않은 사람들이 아니라 건강상 문제가 있어 술을 잠시 끊은 사람들이 금주자로 분류됐다. 이들 중 상당수는 장애가 있거나 소득 수준이 낮아 규칙적인 생활 습관을 가지지 않았을 가능성이 더 컸다. 연구진은 “건강이 좋지 않아 금주하는 사람과 계속 음주하는 사람들을 비교하면 음주자들이 오히려 더 건강해 보이고 사망률이 낮은 것처럼 보인다”고 했다. 잘못된 실험 설계로 인해 술을 적당히 마시면 건강해진다는 오해가 생겼다는 것이다.
연구진이 실험 결과를 다시 분석한 결과, 하루에 알코올을 25g 이상 마시는 여성과 45g 이상 마시는 남성은 모든 원인으로 인한 사망 위험이 증가했다. 와인이나 위스키 같은 술 2~3잔만 마셔도 건강에 해롭다는 뜻이다.
실제로 캐나다 정부는 지난 1월 “일주일에 2잔의 술을 마시는 것은 건강상 위험과 관련 있고, 7잔 이상은 높은 위험을 가져온다”며 음주를 줄이라는 새로운 지침을 발표했다. 지난 2011년 일주일에 여성은 10잔 이하, 남성은 15잔 이하로 권고했던 지침을 강화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