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 탐사가 본격화되면서 민간 기업들이 우주 산업에 앞다퉈 뛰어들고 있다. 우주 개발이 미래 먹거리로 떠오르면서 새로운 미래 사업 영역을 차지하기 위한 경쟁이 시작된 것이다. 우주 산업은 달 여행과 배송, 자원 채취 등을 둘러싼 ‘달 경제(Lunar economy)’로 이어지며 몸집을 키울 전망이다.

각국 정부와 민간 기업들이 우주 산업에 주목하는 이유는 재사용 로켓 등 우주 개발에 필요한 기술이 갖춰지면서 달 탐사에 속도가 붙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과 소련, 중국에 이어 인도는 올해 6~7월 달 탐사선 찬드라얀 3호를 쏘아 올릴 계획이다. 러시아는 7~8월 중 루나 25호를, 중국은 내년 창어 6, 7호를 발사해 달 탐사에 나선다.

달 탐사가 성공하면 본격적인 ‘달 경제’가 열릴 것으로 보인다. 달은 지구와 가장 거리가 가까운 천체로 아직 개발되지 않은 각종 자원이 풍부하게 매장돼 있다. 미 항공우주국(NASA)이 주도하는 아르테미스 계획도 달에 상주 기지를 짓고 광물자원을 개발하는 게 목표다. 벤처캐피털(VC) 스페이스 캐피털에 따르면, 지금까지 ‘달 경제’에 뛰어든 민간 회사가 적어도 22개이며 지난 10년간 최소 1조원 이상 투자됐다. 모건스탠리는 2040년 세계 우주산업 시장이 약 1000조원으로 성장할 것으로 보고 있다.

◇달에 진출한 ‘택배 사업’

스페이스X와 블루오리진 등 대형 우주 기업들이 자체 개발 로켓으로 지구에서 달로 화물 운송 서비스를 만드는 동안, 스타트업들은 틈새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미 우주 스타트업 ‘벤추리 아스트로랩’은 지난달 31일(현지 시각) “이르면 2026년 중순, 스페이스X로 자체 개발한 탐사 로버 ‘플렉스’를 달로 실어 나를 것”이라고 밝혔다. 목표는 플렉스를 이용해 달에서 ‘택배 사업’을 시작하는 것. 민간 우주 기업이 실어 나른 화물을 달에서 받아 최종 목적지로 배달하는 ‘우주 라스트 마일’ 시장을 겨냥한 것이다.

아스트로랩이 우주 택배 사업을 위해 개발 중인 플렉스는 중형 SUV 크기로 1.5톤의 화물을 실을 수 있다. 4개의 바퀴로 시속 54㎞까지 달릴 수 있고, 내부 배터리로 최대 100~300시간 작동 가능하다. 뒤에는 두 명이 탑승할 수 있어 운송은 물론 탐사선으로도 활용 가능하다. 지난해부터 미 캘리포니아 사막에서 실물 크기의 프로토 타입으로 주행 성능과 원격 조종 등 여러 시험을 진행 중이다. 자렛 매슈스 아스트로랩 최고경영자(CEO)는 뉴욕타임스에 “이미 여러 건의 운송 계약을 체결했다”면서 “달뿐만 아니라 화성에도 진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우주 광물 채굴에도 스타트업들이 뛰어들고 있다. 일본 아이스페이스는 지난해 12월 달 탐사선 ‘하쿠토-R’을 스페이스X 로켓에 실어 보내 이달 착륙할 예정이다. 달에 착륙해서는 카메라로 달 표면을 촬영하며 표토를 수집할 계획이다. 달에는 우라늄, 티타늄과 백금족 금속 등 여러 가지 광물이 묻혀 있다. 미국 아스트로포지는 소행성에서 광물을 채굴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미 스타트업 ‘론스타 데이터 홀딩스’는 지구의 기후변화를 예측할 수 없다며 ‘달 데이터 센터’ 설립을 추진하고 있다. 이미 국제우주정거장(ISS)의 저중력 환경에서 테스트를 마쳤고, 지구와의 재송신에도 성공했다. 올해 안에 1kg 미만의 초소형 서버를 달 표면으로 발사하겠다는 계획이다.

◇400명 머물 수 있는 우주호텔

각 기업들은 우주 기술을 활용한 우주 관광에도 도전하고 있다. 스페이스X는 민간인 4명을 태우고 지구를 3일간 돌았고, 블루오리진은 지구와 우주의 경계선인 약 100㎞까지 올라 지구를 내려다보는 관광을 진행했다.

다른 민간 기업들은 지구에서 더 멀리, 더 오래 머무르는 데 도전하고 있다. 미국 오비탈 어셈블리는 500~550㎞ 상공에 우주 호텔을 짓겠다고 밝혔다. 호텔은 지름 200m의 거대한 튜브 모양으로 ISS보다 훨씬 큰 규모다. 400명이 최대 2주까지 머무를 수 있으며 2027년 서비스를 시작하는 것이 목표다.

일본 스타트업 이야와 기켄은 우주에 가기 위해 기존보다 저렴하면서 특별한 훈련을 받지 않아도 되는 우주관광을 하겠다고 밝혔다. 2인용 객실을 고도 25㎞까지 올릴 수 있는 풍선을 개발해 우주에 다녀오는 것이다. 승객은 대형 창문을 통해 우주에서 지구 전경을 바라볼 수 있다. 회사 측은 “초기 여행 비용은 2400만엔이지만 수백만엔으로 비용을 낮출 계획”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