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자들이 연쇄창업하는 것이 중요하다.”
김진수 전 서울대 교수는 14일 제주에서 열린 ‘2023 한국생물공학회 춘계학술발표대회 및 국제심포지엄’에서 기자들과 인터뷰에서 “로버트 랭거 MIT 교수는 회사 40개를 창업했는데, 맨 처음 기업만 창업했다면 지금의 모더나는 없었을 것”이라며 이렇게 말했다. 유전자 교정 분야 석학인 김 교수는 지난해 기초과학연구원(IBS) 단장을 사임한 이후 싱가포르국립대 초빙교수를 맡고 있다.
김 교수는 열악한 한국 바이오 스타트업 창업 생태계 환경을 지적했다. 김 교수는 “미국은 밴처케피탈(VC)가 주도해서 창업한다”며 “VC가 최고경영자(CEO) 선임이나 회사에 대한 책임을 지기 때문에 창업한 교수들은 자유롭다”고 했다. 그는 “과학자들은 초기 창업 때 기술 개발에 관여하지만 5~10년 후면 창업자는 할 일이 없다”며 “그때는 회사를 놔줘야 한다. 계속해 관여하게 되면 잘 안 된다”고 말했다. 이어 “한국은 교수가 창업하면 계속 CEO를 해야 돼 20~30년 묶인다”며 “한국 바이오테크의 성장을 가로막는 걸림돌이다”고 했다. 교수는 CEO로서의 역할 보다는 계속해 새로운 연구로 창업에 나서야 한다는 의미다.
김 교수는 최근 잇따라 바이오 스타트업을 창업했다. 혈액을 배양해 만드는 스타트업 ‘레드진’ 창업을 돕고, ‘엣진’과 ‘그린진’을 창업했다. 김 교수는 앞서 1999년 유전자 교정 전문 기업 툴젠을 창업했다. 그는 “아이디어가 많아 창업하고 싶은 것도 많지만 CEO를 구하는 것이 문제다”며 “한국에서도 이런 점들이 뒷받침만 되면 창업기회는 무수히 많을 것이라고 본다”고 했다. 그러면서 지금 창업한 회사를 궤도에 올리고 5~10년 뒤에는 다른 창업을 할 수도 있다고 김 교수는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