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3~14일 제주도에서 열린 2023 한국생물공학회 춘계학술발표대회와 국제심포지엄에서 세계적인 석학들이 모여 최신 생명공학 기술을 소개했다. 인류의 난치병을 치료할 수 있는 신기술뿐 아니라 농업기술, 탄소중립 같은 기후변화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기술들이다. 해외 유명 석학과 신진 연구자 등 국내외 생명공학 전문가 2500여 명이 모여 미래 신기술에 대해 논했다. 이상엽 한국생물공학회 회장은 “미래 생물공학 연구에 큰 도움이 될 지식들이 공유됐다”라고 말했다.

지난 13일 제주도에서 열린 한국생물공학회 춘계학술발표대회에서 크리스토퍼 보이트(왼쪽에서 둘째) 미국 매사추세츠공대(MIT) 교수와 크리스티나 스몰케(왼쪽에서 셋째) 스탠퍼드대 교수가 인터뷰하고 있다. /한국생물공학회

◇mRNA 기술로 암 백신 개발

미래 생명공학 기술로 인류의 난치병 극복이 눈앞으로 다가오고 있다. 모더나 창업자인 로버트 랭거 미국 매사추세츠공대(MIT) 교수는 “mRNA 기술로 암 환자를 위한 맞춤형 백신도 만들 수 있다”고 밝혔다. 모더나는 랭거 교수의 기술로 빠르게 코로나 백신을 상용화해 전 세계 코로나 극복에 기여했다. mRNA 기술이 이번에는 암 극복에도 사용되는 것이다. 지난해 12월 모더나가 공개한 흑색종 mRNA 백신 임상 결과, mRNA 백신을 항암제와 같이 투여한 환자군은 항암제만 투여한 환자보다 피부암 재발이나 사망이 44% 적은 것으로 나타났다. 고분자 물질로 약물을 가둔 뒤 특정 시간대에 약물을 전달할 수 있는 약물 전달 기술은 피임약에도 적용될 수 있다고 랭거 교수는 설명했다.

몰리 스티븐스 영국 임페리얼칼리지런던(ICL) 교수는 인체면역결핍바이러스(HIV) 퇴치에 나서고 있다. 스티븐스 교수는 나노(1나노는 10억분의 1m) 크기의 물질을 감지하는 센서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그는 특히 세포에서 분비되는 ‘엑소좀’이라는 나노 입자에 주목했다. 나노 입자 분석을 통해 세포의 성질을 분석하는 것이다. 스티븐스 교수는 “엑소좀을 활용한 바이오센싱을 통해 HIV 반응을 100배 정도 증폭시켰다”며 “지역민들의 질병을 효과적으로 감지하고 관리할 수 있다”고 했다.

자료=한국생물공학회

◇양귀비 대신 효모에서 진통제 생산

합성생물학 분야 권위자인 크리스티나 스몰케 스탠퍼드대 교수는 효모를 개량해 의약품을 손쉽게 생산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코로나 팬데믹(대유행)으로 인해 글로벌 의약품 공급망이 무너지면서 의약품 부족 문제는 더욱 심각해지고 있다. 현재 치료제의 75%는 저분자 물질이며, 그 가운데 40%는 식물에서 유래한다. 스몰케 교수가 연구하는 진통제는 양귀비에서 생산되는데, 양귀비의 절반은 호주에서 재배돼 이곳에서 수급 문제가 생기면 전 세계가 피해를 보게 된다. 스몰케 교수는 양귀비 같은 약용식물의 유전자를 효모에 넣고, 효모 안에서의 복잡한 반응 경로를 조절해 의약품 성분을 만들어 내고 유전자 편집 등을 통해 효율을 높였다. 효모가 일종의 ‘공장’ 역할을 하는 셈이다. 이 기술은 진통제인 오피오드 생산 비용을 10분의 1로 줄일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스몰케 교수는 “원하는 곳에서 의약품을 빠르게 생산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의약분야뿐 아니라 농업에도 생명공학 신기술이 적용된다. 크리스토퍼 보이트 미국 MIT 교수는 비료 대신 미생물을 이용한 농업 기술을 개발했다. 고압에서 촉매를 이용해 질소와 수소를 합성하는 하버-보슈 공정은 비료의 주성분인 암모니아를 만들 수 있지만, 온실가스의 배출 원인으로 지목된다. 보이트 교수는 공기 중의 질소를 암모니아 같은 질소화합물로 만드는 박테리아를 연구하고 있다. 그는 “이 기술로 농업에서 나오는 온실가스 배출량을 줄이고 주요 작물의 수확량을 높일 수 있다”며 “질소뿐 아니라 식물의 성장에 필요한 인(P)을 제공할 수 있는 미생물 연구도 하고 있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