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체 내부에 로봇을 넣어 병을 치료하는 ‘마이크로 의료 로봇’ 개발이 활발해지고 있다. 캡슐 내시경부터 세포 로봇까지 연구가 시작되면서 지금까지 손이 닿지 않았던 곳을 로봇으로 치료할 수 있는 길이 열리고 있다.
마이크로 의료 로봇은 인체 내에 삽입돼 자유롭게 움직이며 진단, 치료, 약물 전달 등을 할 수 있는 로봇이다. 시장조사 기관 퓨처마켓인사이트에 따르면, 글로벌 마이크로 의료 로봇 시장은 매년 17.45% 급성장해 2032년에는 135억달러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보인다. 박종오 한국마이크로의료로봇연구원(KIMIRo) 원장은 “아직 초기 단계지만 하나의 기술이 개발될 때마다 적용 분야가 두세 개씩 늘어나고 있는 상황”이라고 했다.
마이크로 의료 로봇의 가장 큰 장점은 수술의 자동화와 표준화를 가능하게 한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 간암 치료법으로 가장 많이 활용하는 화학색전술은 동맥에 얇은 카테터를 삽입해 색전 입자로 종양을 사멸시키는 방법이다. 혈관을 따라 카테터를 정교하게 움직여야 하기 때문에 시술자의 컨디션에 따라 결과가 달라지고 2차 감염 가능성도 있다. 하지만 마이크로 의료 로봇을 삽입해 종양 근처까지 움직인 뒤 로봇 안에 담아둔 색전 입자를 뿌릴 수 있게 되면, 수술 시간도 짧아지고 시술 난도가 내려가는 효과를 볼 수 있다.
마이크로 의료 로봇을 활발하게 활용하고 있는 분야로는 캡슐 내시경 진단이 꼽힌다. 지금은 카메라가 달린 관을 입에 집어넣는 연성 내시경을 주로 활용하지만 장 천공이나 마취 부작용 등의 가능성과 소장·대장을 따로 검사해야 한다는 한계가 있다. 캡슐 내시경은 사람이 삼킨 캡슐이 소화기관을 따라 움직이며 영상을 찍는 기술로 관 삽입에 따른 불편감이나 부작용이 적은 게 장점이다. 외부에서 자기장을 이용해 캡슐을 자유자재로 움직이며 원하는 부위를 볼 수 있는 기술이 개발되고 있으며, 캡슐로 장내 미생물 샘플을 채취하도록 활용할 수도 있다.
로봇 크기가 작아질수록 지금껏 손이 닿지 않았던 곳까지 시술이 가능해지기도 한다. 미 바이오 기업 바이오넛 랩스가 개발한 마이크로 의료 로봇은 끝이 뾰족한 나선형 모양으로, 뇌 깊은 곳에 들어가 약물을 전달하거나 낭종을 터트려 제거할 수 있다. 외부 자기장으로 로봇을 조종할 수 있으며, 대상 질환과 치료 목적에 따라 로봇의 모양도 바꿀 수 있다. 바이오넛은 이 로봇을 파킨슨병이나 헌팅턴병은 물론 뇌척수액이 고여 뇌를 짓누르는 댄디워커 증후군 등 다양한 뇌 질환에 활용한다는 계획을 갖고 있다.
마이크로 의료 로봇은 로봇의 크기와 구동 방식에 따라 각기 다른 역할을 수행할 수 있는 만큼 다양한 아이디어가 시도되고 있다. 미국 노스웨스턴대서 개발한 로봇은 다리 8개를 가진 ‘게’ 모양의 보행 로봇으로 크기가 벼룩보다 작은 0.5mm에 불과하다. 형상 기억 합금으로 만들어져 열을 가하고 식히는 것에 따라 로봇이 움직이며, 막힌 혈관을 뚫는 등 시술에 활용할 수 있다. 이스라엘 텔아비브대 연구진은 인간 세포 크기와 비슷한 10마이크로미터(㎛)의 의료 로봇을 개발했다. 전자기장을 사용해 로봇을 움직일 수 있고, 로봇이 스스로 세포들을 탐색하면서 정상 세포와 손상 세포를 구별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