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은 25일(현지 시각) 국빈 방미 중 미 항공우주국(NASA) 고더드 우주비행센터를 방문했다. 윤 대통령은 이날 미국 국가우주위원장을 맡고 있는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의 안내를 받아 고더드 우주비행센터의 주요 프로젝트인 ‘로만 우주망원경’과 해양-대기 관측위성 ‘PACE’ 등을 둘러봤다. 윤 대통령은 공동 기자회견에서 “한미 동맹의 영역이 지구를 넘어 우주로 확대되고 새로운 한미 동맹 70주년의 중심에 우주 동맹이 있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종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과 팜 멜로이 NASA 부청장은 이날 ‘우주탐사 및 우주과학 협력을 위한 공동성명서’에 서명했다. 양 기관은 심우주 통신·항법과 달 정거장인 게이트웨이를 포함한 달에서의 과학기술 연구에 협력하기로 했다. 또 달 거주를 위한 로봇·모빌리티 개발과 우주의학을 포함한 우주 과학 분야에서 공동 프로젝트를 발굴하기로 했다. 윤 대통령은 “오늘 공동 성명서는 그간 양국 우주 협력이 명실상부한 우주 동맹으로 한 단계 도약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동안 한국과 미국은 여러 우주 분야에서 협력해 왔다. 한국 최초 달 탐사선 ‘다누리’에 실린 NASA의 극지 촬영용 섀도캠이 대표적이다. 한국은 2021년에는 10번째 국가로 아르테미스 프로그램에 참여했다. 아르테미스 프로그램은 아폴로 시대 이후 다시 인류를 달에 보내려는 유인 달 탐사 계획이다. 2025년에 달에 발을 내딛는 것이 목표다. 한국을 포함한 23국이 참여하고 있다. 해리스 부통령은 “우주를 향한 인류의 진전에서 한국과 한 팀이 된 것을 자랑스럽게 생각한다”며 “우리는 미래에 아르테미스 프로그램에 대한 협력을 확대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이날 한인 NASA 과학자 20여 명과 간담회도 가졌다.
윤 대통령이 방문한 NASA 고더드 우주비행센터는 우주 업계에서 상징적인 곳이다. 고더드 우주비행센터는 세계 최초로 액체 연료 로켓을 쏘아 올린 미국 물리학자 로버트 고더드의 이름을 따 1959년 세워졌다. NASA의 첫 연구소이기도 하다. 박근혜 전 대통령도 2015년 이곳을 방문한 적이 있다. 정우성 포스텍 산업경영공학과 교수는 “미국의 케네디 대통령이 자주 NASA를 찾았던 것처럼 국가 지도자의 우주센터 방문은 우주 개발에 대한 강력한 의지의 표현”이라며 “중국은 장쩌민 주석, 일본은 나카소네 총리가 우주 개발을 밀어붙인 덕분에 우주 강국이 됐다”고 말했다.
실제로 윤 대통령은 대선 후보 시절 우주항공청(KASA·Korea AeroSpace Administration) 설치를 공약으로 내세웠고 올해 안에 개청할 계획이다. 윤 대통령은 NASA의 초기부터 현재의 조직도까지 살펴보며 우주항공청 설립 과정을 직접 챙기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전문가를 영입하기 위해 높은 연봉 등 파격적인 조건도 우주항공청 설립 법안에 담았다. 윤 대통령은 지난해 11월 ‘미래 우주 경제 로드맵’을 발표하며 “2045년에는 화성에 태극기를 꽂을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