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노미아 프로젝트 연구가 담긴 사이언스 표지./사이언스

과학자 100여명이 참여한 국제 공동 연구진이 240종의 포유류에서 얻은 유전정보를 분석했다. 이번 대규모 게놈 프로젝트가 포유류의 진화 과정을 밝히거나 사람의 질병 극복할 수 있는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MIT와 하버드대의 브로드연구소가 이끄는 국제공동연구진은 땅돼지와 미어캣, 인간 등 다양한 종의 게놈을 비교한 주노미아 프로젝트(Zoonomia Project) 연구 결과를 28일(현지 시각) 국제 학술지 ‘사이언스’에 발표했다. 240종의 게놈은 지구상 포유류 과의 80%를 포함한다.

◇ 포유류 240종 유전자 정보 분석해 진화와 인간 질병 비밀 푸는 ‘주노미아 프로젝트’

이번 주노미아 프로젝트를 통해 그동안 잘 몰랐던 주요 과학적 사실들이 밝혀졌다. 먼저 포유류가 공룡이 멸종하기 훨씬 전부터 진화가 진행된 것으로 나타났다. 포유류의 진화가 시작된 시기에 대해 과학계에서 오랫동안 논쟁해왔다. 전통적인 견해 중 하나는 약 6600만 년 전에 소행성이 지구에 충돌해 공룡이 멸종한 후 새로운 포유류 종의 수가 증가하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주노미아 프로젝트는 포유류가 약 1억200만 년 전 다양해지기 시작했다고 분석했다. 대륙이 분리될 무렵에 시작돼 공룡이 지구에 있을 때도 포유류 진화가 계속됐을 것이라는 뜻이다. 그리고 공룡이 멸종한 이후 훨씬 더 많은 새로운 포유류 종이 진화하기 시작했다.

◇ 공룡 멸종 전부터 포유류 진화 진행

생명을 구한 썰매개 발토를 본 딴 모형./클리브랜드 자연사 박물관

사람을 살린 유명한 썰매개에 대한 유전적 정보도 분석됐다. 1925년에 발토(Balto)라는 이름의 썰매개는 알래스카에서 어린이들에게 약을 전달하는 일을 도우며 많은 이들의 생명을 구했다. 유전자 분석결과 발토는 현대 순종개보다 더 건강하고 해로운 돌연변이가 적은 것으로 드러났다. 또한 피부 두께나 관절 같이 썰매개에게 중요한 영향을 미쳤을 다양한 유전적 변이를 가지고 있었다. 연구진은 현대 개보다 근친 교배가 적어 더 건강했고 이 덕분에 가혹한 환경에서도 적응을 잘 했다고 보고 있다.

알래스카에서 생명을 구한 발토./위키미디어커먼스

◇암 유발 유전자도 식별

포유류 게놈은 인간의 암을 유발하는 유전자를 식별하는 데 도움이 될 전망이다. 암 환자들의 게놈에서는 일부 돌연변이가 발생한다. 하지만 어떤 돌연변이가 중요한지는 알기 쉽지 않다. 주노미아 프로젝트의 데이터는 돌연변이의 중요도를 판단하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주로 어린이에게 발병하는 악성 뇌종양 수모세포종에서 발생하는 돌연변이를 조사했다. 연구진은 포유류의 게놈 중에서 잘 변하지 않는 부분에서 이 돌연변이를 찾았다. 연구를 발전시켜 치료제를 찾는데 도움이 될 것이란 뜻이다.

인간과 다른 포유류 게놈을 비교해 뇌의 비밀도 풀 수 있다. 과학자들은 인간의 DNA에서 다른 동물들과의 차이를 오랫동안 연구해왔다. 연구진은 다른 포유류보다 인간에서 더 빠르게 진화하는 영역을 찾았다. 주노미아 프로젝트는 “이것이 다른 동물과 달리 사람을 독특하게 만드는 요소일 수 있다”라고 했다. 빠르게 진화하는 영역과 뇌 발달과 관련된 유전자가 물리적으로 가깝도록 인간 유전자가 접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신발의 끈을 매듭으로 묶을 때 끈의 두 끝이 서로 더 가까워지는 것처럼 접힌다는 것이다. 이런 방식이 유전자에 영향을 미쳐 사람의 두뇌에도 영향을 미친다고 연구진은 설명한다.

2004년 개봉한 애니메이션 영화 발토 포스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