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두 차례 발사로 비행 시험 딱지를 뗐고, 이제는 누리호가 우주에서 충분한 역할을 할 수 있다는 것을 입증해야 하는 첫 실전 발사입니다.”
지난달 25일 나로우주센터 조립동에서 만난 고정환 한국항공우주연구원 한국형발사체개발사업본부장은 누리호 3차 발사가 ‘첫 실전 발사’라는 점을 강조했다. 누리호는 이제 실제 ‘손님’을 태우고 우주로 향한다. 기체는 동일하지만 비행 소프트웨어는 두 차례 발사를 통해 수치 등을 보정했다. 발사 횟수가 늘어날수록 성공률이 높아지는 이유다. 하지만 발사 성공을 장담할 수는 없다. 고 본부장은 “로켓 발사는 어제 성공했다고 오늘도 성공하는 건 아니다”라고 하면서도 한 번도 ‘실패’를 언급하지 않았다.
누리호 3차 발사는 5월 24일 오후 6시 24분으로 예정돼 있다. 한 달도 남지 않은 발사일을 맞추기 위해 연구원들은 종합 조립동에서 누리호 1·2단 로켓의 성능 시험과 단(段) 분리에 사용되는 화약을 장착하느라 분주했다. 이달 1일부터 입고되는 8기의 위성을 1단 로켓에 실은 뒤 종합 조립동에서 총조립을 하면 발사 준비가 끝난다. 고 본부장은 “지금부터는 문제가 생기면 발사 일정을 조정해야 하는 상황으로 이어지기 때문에 다들 작은 소리 하나에도 민감하게 반응할 정도로 예민해져 있다”고 했다.
◇사상 첫 ‘실전 발사’
고 본부장이 가장 신경 쓰고 있는 부분은 ‘위성 사출’이다. 2차 발사 때는 모형 위성과 성능 검증 위성만 분리했지만 이번에는 KAIST 인공위성 연구소 등 민간이 만든 실제 위성 8기를 궤도에 올려 놓아야 한다. 각 위성을 20초 간격으로 순차 분리하는데, 목표한 궤도에서 서로 부딪치지 않게 하는 것이 관건이다. 고 본부장은 “외국 발사체로 쏘아 올리던 위성을 우리 발사체로 쏘아 올린다는 데 큰 의미가 있지만 그래서 더욱 부담과 책임감을 느끼며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실전 발사인 만큼 발사 고도와 시간도 탑재하는 위성 임무에 맞췄다. 주 탑재 위성인 차세대 소형위성 2호의 레이더 영상 장비(SAR)는 많은 전력을 필요로 하기 때문에 항상 태양빛을 받으며 임무를 수행하는 일명 ‘여명·황혼 궤도’에 올려야 한다. 이를 위해 누리호의 목표 고도를 700㎞에서 550㎞로 낮추고 발사 시각도 기존에 발사했던 오후 4시에서 150분 미뤘다. 항우연 관계자는 “이번에 누리호 실전 배치가 가능하다는 것을 증명해야 앞으로 ‘위성 고객’ 확보가 가능하다”고 했다.
◇누리호 민간 이전 첫 단추
이번 발사부터는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체계종합기업으로 참여해 제작 총괄 관리와 발사 공동 운용을 맡는다. 종합 조립동에서는 한화 관계자들이 수첩을 들고 다니며 항우연 연구진과 함께 누리호를 살피고 있는 모습도 볼 수 있었다. 발사 당일에도 누리호 발사를 총지휘하는 발사지휘센터(MDC)에 한화 관계자가 참석할 예정이다. 당장 2025년 누리호 4차 발사부터 이끌어야 하는 한화는 순천에 우주발사체 단조립장 건설을 추진하며 우주종합기업으로의 도약에 속도를 내고 있다.
누리호를 비롯한 국내 발사체 활용의 문도 넓어지고 있다. 지금까지는 미국 부품을 사용한 인공위성을 미국이 허용한 발사체로만 쏘아 올릴 수 있다는 국제무기거래규정(ITAR)으로 인해 위성 발사에 제한이 있었다. 특히 고성능 인공위성은 대부분 미국 첨단 부품을 사용하기 때문에 누리호를 개발해도 고성능 위성 발사가 불가능했다. 하지만 이번 한미 정상회담을 통해 미국이 규제를 완화하기로 하면서 국내 우주발사체 개발은 물론 국제 우주 기술 협력에도 청신호가 켜졌다. 고 본부장은 “누리호가 안정적으로 상용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게 되면, 미국을 비롯한 다른 국가에서 부품 수입이 원활해지는 등 협력의 폭이 넓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우리 우주 기술로 다른 나라 위성을 쏘는 것 같은 해외시장 개척도 가능해진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