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더나가 IBM과 손잡고 인공지능(AI)과 양자컴퓨터 기술을 활용해 메신저리보핵산(mRNA) 치료제 개발에 나선다고 26일 밝혔다. 모더나는 mRNA가 신체 내에서 이동할 때 이를 캡슐화해 보호하는 지질나노입자(LNP)를 IBM의 생성형 AI ‘몰포머’로 최적화하고 신약 후보 물질을 탐색한다. 모더나 측은 “신약 개발 기간을 단축하는 등 차세대 기술을 탐구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제약 바이오 기업들이 앞다퉈 AI로 신약 개발에 나서고 있다. AI로 단백질 구조나 부작용을 예측해 신약 개발 기간과 비용을 줄이면서 성공률을 높일 수 있기 때문이다.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은 글로벌 AI 신약 개발 시장 규모가 매년 45.7% 성장해 2027년 40억350만달러(약 5조4600억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김우연 한국제약바이오협회 AI신약개발지원센터장은 “신약 개발 과정에서 AI 활용 분야가 넓어지고 있기 때문에 이제 AI는 선택이 아닌 필수”라고 했다.
◇AI로 신약 개발 가속
AI 신약 개발의 가장 큰 장점은 개발 시간 단축이다. 한국보건산업진흥원에 따르면, 전통 방식 신약 개발에는 평균 15년이 필요하다. 5000~1만여 신약 후보 물질 중 전 임상 시험에 들어가는 물질을 찾는 데만 5년이 걸리고, 독성 시험과 임상, 허가에도 10년이 걸린다. 반면 AI 기술을 이용하면 논문 100만편 이상을 한 번에 분석할 수 있다. 연구자 수십 명이 5년간 할 일을 하루 만에 끝낼 수 있을 정도다.
국내 기업들도 AI 기반 신약 개발에 나서고 있다. 바이오헬스 기업 HK이노엔은 AI 신약 개발 기업인 에이인비와 신약 공동 개발에 나섰다. 세포 유전자 치료제를 위한 항체 후보 물질을 발굴할 계획이다. HK이노엔 관계자는 “AI를 활용해 신약 후보 물질과 신규 기술 확보 소요 시간을 앞당길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항체 신약 개발 기업 와이바이오로직스도 에아스텍과 항체 성능을 개선하거나 면역 항암제를 개발하는 등 공동 연구를 추진할 계획이다. 국내에서만 AI 신약 개발 기업 51곳이 새로운 후보 물질이나 약물 적응증 탐색, 약물 설계 등에 뛰어들고 있다. 삼진제약이나 대웅제약 등은 아예 사내 AI 전담팀을 만들어 자체 AI 분석 기술을 확보하거나 관련 데이터를 확보하고 있다.
◇AI 신약 개발 “이제 시작”
김 센터장은 “전 세계에서 약 개발에 AI를 접목하는 시도가 늘어나고 있지만 아직은 초기 단계”라고 강조했다. 당장 AI를 접목해도 신약 개발 속도가 눈에 띄게 빨라지거나 허가 제품이 늘어나지는 않는 것이다. 실제로 한국제약바이오협회 AI신약개발협의회가 지난해 AI 신약 개발 기업 11곳의 임상 현황을 파악할 결과, AI 신약 개발은 81건이 진행되고 있지만 임상에 들어간 건 4건에 그쳤다. 그마저 대부분 기존 약물을 다른 질병에 활용하거나 복합 처방 조합을 찾을 때 AI를 활용했고, AI를 신약 개발 전 과정에 접목해 성공한 사례는 없었다.
AI 기반 신약 개발 기업 온코크로스 김이랑 대표는 “AI로 신약을 개발해도 독성 평가나 임상, 효과성 검토 등의 과정은 종전 방식대로 이뤄지기 때문에 당장 신약 개발 기간이 대폭 단축되지는 않는다”면서 “지금은 AI가 신약 개발 후보 물질을 찾는 단서를 제공해주는 정도지만 향후에는 AI 기반의 신약 개발이 주류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