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위대한 항해자’로 불리는 미 항공우주국(NASA) 우주탐사선 보이저호의 수명을 연장하기 위한 노력이 이어지고 있다. 보이저가 더 멀리, 더 오래 항해할수록 우주의 비밀을 풀 실마리를 더 많이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쌍둥이 탐사선인 보이저 1, 2호는 지난 1977년 목성과 토성 관측을 위해 발사됐다. 4년에 불과했던 임무 기간이 계속 연장되면서 벌써 47년째 우주를 날고 있다. 임무도 거대한 별과 별 사이 공간을 탐험하는 성간우주 탐사로 바뀌었다. 두 보이저호는 시속 약 6만㎞로 태양과 거리를 벌리고 있다. 이제 보이저 1호에서 빛의 속도로 신호를 보내도 지구에 도착하기까지 22시간이 걸릴 정도다.
기술전문매체 와이어드는 8일(현지 시각) “NASA 과학자들이 보이저호의 동력 확보를 위해 고심하고 있다”며 “태양과 멀리 떨어진 만큼 태양열을 활용해 동력을 얻을 수 없기 때문”이라고 보도했다. 현재 보이저호는 ‘방사성동위원소 열전발전기(RTG)’로 동력을 얻는다. 플루토늄-238이 자연 반감되면서 발생하는 열을 전기로 바꾸는 일종의 ‘원자력 배터리’ 힘으로 작동하고 있다. 플루토늄-238의 자연 반감기는 87년이기 때문에 전략 생산량은 연간 약 4W씩 줄어든다. 이미 절반 가까이 생산량이 줄어든 상태로 시간이 지날수록 에너지는 고갈될 수밖에 없다.
NASA는 보이저 2호의 전력 충당을 위해 지난 3월부터 선체 전압 안전장치를 위해 마련해둔 예비 전력을 사용하기 시작했다. 본래 전력 절약을 위해 과학 관측 장비를 순차 중단시키려 했지만, 예비 전력을 사용하면서 2026년까지는 장비 운영이 가능해졌다. 보이저 2호의 안전성이 확인되면 올해 가을 보이저 1호의 예비 전력도 가동될 계획이다.
보이저호의 수명을 연장하기 위한 조치는 이전부터 이어져 왔다. 지난 2019년에는 과학 관측 장비 중 태양풍 입자를 분석하는 ‘우주선 서브시스템(CRS)’ 보온 장치 가동을 중단했다. 태양열이 닿지 않아 기온이 영하 50도 넘게 떨어졌지만 관측 장비 작동에는 무리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동력 상황이 악화되면 나머지 관측 장비의 보온장치를 순차적으로 멈추면서 2030년에는 모든 관측 장비의 운영이 종료될 전망이다.
두 탐사선의 항해는 인류에게 태양계와 우주의 신비를 알려줬다. 보이저 1호는 지구에서 약 61억㎞ 떨어진 곳에서 지구를 촬영한 역사적 사진 ‘창백한 푸른 점’을 남겼다. 보이저 2호는 천왕성과 해왕성을 지나며 지금껏 보지 못했던 행성의 사진과 구성 물질, 위성, 고리의 모양 등 관측 정보를 보내왔다. 태양계를 벗어나 성간우주 탐사를 시작한 보이저호는 동력이 고갈돼 통신이 끊기더라도 마지막 임무를 계속 수행한다. 바로 자연의 소리와 음악, 55개 언어 인사말이 담긴 금속 레코드판을 싣고 우주인을 만나 이를 전달하는 ‘인류의 전령사’ 역할이다. NASA는 보이저호가 300년 후 혜성의 고향으로 불리는 ‘오르트 구름’에 닿고 29만6000년 후에는 밤하늘의 가장 밝은 별인 ‘시리우스’에 도달할 것으로 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