웨이드 앨리슨(82) 옥스퍼드대 명예교수는 15일 본지 인터뷰에서 “후쿠시마 오염수에 대해 과도한 공포를 가질 필요가 없다”라고 했다. 40년 넘게 방사능 분야를 연구해 온 앨리슨 교수는 오는 17일 제주에서 열리는 한국원자력학회 춘계학술발표회를 위해 한국을 찾았다. 그는 2009년 ‘공포가 과학을 집어삼켰다’ 저서에서 방사능과 원자력에 대한 오해를 다루며 세계적 명성을 얻었다.
앨리슨 교수는 “후쿠시마 원전 사고가 발생했을 때 방사능 유출로 사망한 사람은 한 명도 없었다”며 “후쿠시마 방사능 이야기는 사회 공포를 조장하는 과장된 이야기일 뿐이다”라고 말했다. 그는 저서에서도 “원자력 사고보다 통상적 사고가 인명을 빼앗을 위험이 훨씬 크다”고 했다. 체르노빌 사건 58명, 후쿠시마에서는 한 명도 없었던 사망자가 파이퍼 알파 유정 화재에서는 167명, 보팔 유독가스 사고는 3800명에 이르렀다는 것이다.
◇”원자력은 사악한 에너지 아니야”
그는 2011년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 네 차례 후쿠시마 현장을 방문했다. 일본은 후쿠시마 사고 이후 원전 부지 내에 쌓인 오염수를 정화시설(ALPS)로 처리해 방류한다는 계획이다. ALPS 처리 과정에서 다른 방사성 물질은 모두 걸러지고 삼중수소만 미량 남는다. 환경단체들은 이 삼중수소가 위험하다는 입장이다. 앨리슨 교수는 “삼중수소는 우리 주변의 민물이나 바닷물에도 포함돼 있어 평상시에도 체내에 들어왔다 12~14일 정도면 아무런 위해없이 배출되는 물질”이라며 “특히 넓은 바다에 방류돼 자연 상태 수준으로 희석되기 때문에 우리 생태계에 아무런 영향을 주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나는 충분히 정화돼 있는 후쿠시마 오염수는 당장 1리터라도 마실 수 있다”고 했다. 실제로 해양과학기술원과 원자력연구원 시뮬레이션 결과 후쿠시마 오염수가 한국에 미치는 영향은 국내 해역 평균 삼중수소 농도의 10만분의 1 수준에 불과하다.
앨리슨 교수는 기후변화 위기 속 원전의 필요성도 강조했다. 그는 “원자력은 화석에너지와 마찬가지로 자연 세계의 일부이지 ‘사악한 에너지’가 아니다”라며 “(위험성은) 공상과학에서 자극적으로 만들어진 이야기일 뿐”이라고 말했다. 이어 “한 사람이 평생 쓸 에너지를 원전으로 생산할 때 1㎏의 연료만 있으면 된다”며 “풍력·태양력·수력 에너지는 많은 양을 만들어 내지 못하고 간헐성 때문에 이용률이 20~30% 정도밖에 되지 않는다”라고 말했다.
◇”한국 원전 기술 뛰어나”
앨리슨 교수는 한국이 개발한 소형모듈원전(SMR)을 코로나 팬데믹(대유행) 때의 ‘백신’으로 비유했다. 그는 “증기 엔진이 소형화돼 자동차에 적용된 것처럼 규모가 작은 SMR도 전력망이 갖춰지지 않은 곳에서 전력을 공급할 수 있다”며 “아랍에미리트(UAE)에 대형 원전을 수출한 한국은 좋은 기술력을 가졌으며 SMR도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그는 ‘공포가 과학을 집어삼켰다’ 책의 가장 첫 문장에 이렇게 썼다. ‘과학은 광기와 미신에 대한 최고의 해독제다(애덤 스미스).’ 앨리슨 교수는 “미래 세대인 어린아이들부터 원자력에 대한 제대로 된 과학 교육을 해야 한다”면서 “이를 통해 원자력의 혜택을 잘 이해하며 정치인들의 말로부터 공포심을 느끼지 않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웨이드 앨리슨 교수
1941년생 물리학자. 영국 케임브리지대를 졸업하고 옥스퍼드대에서 박사 학위를 받았다. 40년 넘게 방사선 분야를 연구하고 있으며 현재 옥스퍼드대 명예교수다. 주요 저서로 ‘공포가 과학을 집어삼켰다’ ‘핵은 생명을 위한 것이다’ 등이 있다. 방사능과 원자력에 대한 오해를 바로잡는 교육 분야의 세계적 권위자로 꼽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