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대에 알츠하이머에 걸렸어야 할 남성이 67세에 발병했다. 이 남성에게 특이한 유전자 돌연변이가 있었기 때문이다. 과학계는 새로운 알츠하이머 치료법의 열쇠가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독일 함부르크대가 이끈 국제 공동연구진은 15일 국제학술지 ‘네이처 메디슨’에 발표한 논문에서 “비교적 젊은 나이에 알츠하이머를 유발하는 ‘파이사(paisa)’ 돌연변이 유전자를 가진 1200명의 게놈(유전체)과 병력을 분석한 결과 67세인데도 가벼운 인지 장애만 가진 남성을 찾았다”고 밝혔다.

연구진은 40대 이전에 알츠하이머에 걸린 6000명을 추적했다. 그 결과 ‘파이사 돌연변이’를 가진 1200명은 모두 조기에 알츠하이머가 발병했다. 하지만 67세 남성은 예외였다.

연구진이 이 남성의 뇌를 스캔해보니 뉴런(신경세포)을 죽이고 알츠하이머를 유발하는 것으로 알려진 아밀로이드 단백질과 병이 진행되면서 축적되는 타우 단백질이 많았다. 연구진은 “중증 알츠하이머를 앓는 환자의 전형적인 뇌”라고 했다.

하지만 기억을 관장하는 뇌의 영역인 내후각 피질에는 타우 단백질의 양이 적었다. 이는 정신분열과 관련된 ‘릴린(Reelin)’ 단백질을 만들어내는 유전자에 돌연변이가 있기 때문으로 나타났다. 돌연변이 릴린이 타우 단백질이 서로 달라붙는 것을 방해하면서 기억력 감퇴를 막았다는 것이다. 앞서 2019년 연구진은 알츠하이머와 관련된 APOE 단백질 돌연변이로 인해 평균보다 30년 늦게 알츠하이머에 걸린 여성도 찾았다. 이 여성의 뇌에도 일반인보다 훨씬 높은 수준의 아밀로이드 단백질이 있었지만 돌연변이로 발병이 늦춰졌다.

릴린과 APOE가 작용하는 원리를 찾으면 알츠하이머 신약 개발에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지금까지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승인을 받은 알츠하이머 치료제는 인지능력 저하 속도를 약간 개선하는 수준에 머물러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