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인 간의 낭만적인 키스가 고대 메소포타미아 문명부터 시작됐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키스로 인한 사랑의 역사는 인간 전염병 확산에도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보인다.
덴마크 코펜하겐대의 트로엘스 아르볼 교수와 영국 옥스포드대의 소피 라스무센 박사의 연구에 따르면 키스는 4500년 전 고대 메소포타미아 지역에서 일찌감치 문화로 자리 잡았다. 기존에는 3500년 전 인도에서 키스가 시작된 것으로 알려져 있었지만 이보다 1000년 전에도 이미 키스를 하는 문화가 있었다는 것이다. 이번 연구는 사이언스지에 18일(현지 시각) 게재됐다.
연구팀은 고대 메소포타미아 문명이 남긴 점토판을 근거로 키스에 대한 기록을 찾았다. 메소포타미아 사람들은 수메르어와 아카드어로 기록을 남겼는데 수메르어로 된 초기 문헌에서는 키스는 성적인 행위와 관련 있었다. 아카드어로 남겨진 문헌에서 키스에 대한 언급은 가족적인 애정이나 연인 간 사랑의 행위로 묘사됐다. 아르볼 교수는 “키스는 어느 한 지역에서 시작돼 퍼져나간 관습이 아니라 수천 년에 걸쳐 여러 고대 문화권에서 이뤄졌다”고 했다.
서로 입을 맞추는 키스는 전염병이 퍼지는 매개체가 되기도 했다. 대표적으로 헤르페스 바이러스로 알려진 단순포진바이러스 1형(HSV-1)과 파르보바이러스(B19)가 있다. 해당 바이러스는 주로 타액을 통해 병원체를 옮기기 때문에 고대 문명에서도 키스로 인해 바이러스가 퍼졌을 가능성이 있다. 연구팀은 고대 의학 문헌에 나오는 ‘부샤누’라는 질병이 HSV-1과 같은 전염병이라고 추측한다. 아르볼 교수는 “부샤누에 걸리면 입안이나 입 주위에 수포가 생긴다는 기록에 비춰 볼 때, 이는 HSV-1에 감염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했다.
키스의 역사는 대부분의 문화에서 수많은 독립적인 기원을 가졌을 것으로 보인다. 지난 2017년에는 선사 시대 네안데르탈인의 치석 분석을 통해 고대인들이 타액 교환을 통해 미생물을 공유한 흔적이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오기도 했다. 감정을 교류하는 키스라고 보기는 어렵지만 키스가 의도치 않게 여러 문화권에서 오래도록 질병의 전염을 가속화시켰을 가능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