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일 오후 7시 7분, 누리호 발사 43분 뒤 남극 세종기지 기지국에 차세대소형위성 2호가 살아 있다는 생존신호(비콘신호)가 수신됐다. 누리호가 목표 궤도에 제대로 위성을 올려 놓았다는 명확한 증거였다. 오후 7시58분에는 대전 KAIST 인공위성연구소에 위성의 현재 상태 진단 정보와 위성의 각종 장치가 제대로 작동하고 있다는 신호가 수신됐다. 누리호에 함께 탑재됐던 큐브위성(꼬마위성)들도 잇따라 생존신호를 보내오기 시작했다.
누리호 발사를 총지휘하는 발사지휘센터(MDC)에서는 연달아 환호성이 터져 나왔다. 지난해 6월 누리호 2차 발사 성공에 이어 3차 발사까지 연이은 성공을 거두면서 한국은 우주 강국의 입지를 탄탄하게 다지게 됐다. 이종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은 성공 브리핑에서 “정부와 기업 연구진이 한 팀으로 뭉쳐 일궈낸 쾌거”라고 말했다.
누리호 3차 발사는 ‘첫 실전 발사’라는 점에서 이전 발사와 뚜렷한 차이가 있다. 지난 2차 발사가 누리호 성능 검증에 초점이 맞춰졌다면, 이번에는 실용급 인공위성을 우주 궤도에 올리는 실전 임무를 수행했다. 전 세계 고객사에 한국의 로켓 기술력을 공개 시연한 것이다. 이번 발사로 실제 위성을 쏘아 올릴 수 있는 누리호의 능력이 검증되면서 국내 우주 산업 개발도 한층 속도가 날 전망이다.
◇누리호의 여정
누리호는 발사 125초 후 1단 로켓을 분리하며 우주를 향해 치솟았다. 발사 234초 후 위성을 보호하고 있던 페어링, 272초 후 2단 로켓을 순차적으로 분리한 뒤 3단의 7톤급 액체 엔진의 힘으로 목표 고도 550㎞에 도달했다. 분리된 1단과 2단 로켓은 발사장에서 각각 약 430㎞, 2804㎞ 거리의 해상에 떨어졌다.
초속 7.6㎞ 속도에 도달한 누리호는 발사 783초 뒤부터 인공위성을 차례로 분리했다. 주 탑재체인 ‘차세대 소형위성 2호’를 시작으로 민간 기업의 큐브 위성 3기와 한국천문연구원의 도요샛 4기가 20초 간격으로 분리됐다. 누리호는 위성을 분리하면서 충돌을 방지하기 위해 1초마다 조금씩 자세를 바꿨다. 1138초 만에 비행을 종료한 누리호는 남은 연료를 배출한 뒤 우주 궤도를 돌다가 대기권에 진입하며 소멸하게 된다. 과기정통부는 각 위성의 최종 교신 결과를 종합해 위성 궤도 진입 성공 여부를 26일 오전 공개할 계획이다.
◇지난 발사와 달라진 점
누리호 발사 시간도 이번에는 인공위성 운용에 맞춰졌다. 누리호 3차 발사 시간은 오후 6시 24분으로 오후 4시였던 지난 2차 발사보다 144분 늦어졌다. 발사 시간이 늦어진 이유는 주 탑재체인 ‘차세대 소형위성 2호’가 항상 태양빛을 받을 수 있는 이른바 ‘여명·황혼 궤도’에 올라야 계속 작동할 수 있기 때문이다. 여명·황혼 궤도는 지구 그림자에 가려지지 않고 낮과 밤의 경계를 따라 태양을 거의 90도로 바라봐 항상 태양빛을 받을 수 있는 궤도이다. 주 탑재 위성인 차세대 소형위성 2호가 전력 소비가 많아 이 궤도를 택했다.
처음으로 민간 개발 인공위성이 실렸다는 점도 지난 발사와 다르다. 한국천문연구원의 도요샛은 지난해 러시아 소유스 로켓에 실려 발사될 예정이었지만 우크라이나 전쟁이 발발하며 발사가 연기되다 누리호를 타고 우주로 향했다. 방효충 KAIST 항공우주공학과 교수는 “해외 발사체를 이용하는 경우 발사 비용이 높고 위성 발사 시기에 제약이 많은데, 우리 발사체를 이용하면 원할 때 바로 쏘아 올릴 수 있는 등 우주 경제의 역량을 갖추게 됐다는 점에 의의가 있다”고 했다.
이번 발사부터 누리호 기술의 민간 이전도 본격 시작됐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체계종합기업으로 참여해 2027년까지 누리호 반복 발사를 이끈다. 체계종합기업은 발사체 제작부터 운영까지 개발 전 과정을 총괄하는 기업이다. 3차 발사는 발사체 제작 막바지에 참여했지만 2025년 이뤄지는 4차 발사부터는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누리호 제작부터 발사까지 총괄한다. 미 항공우주국(NASA)을 통해 기술을 이전받으며 성장한 스페이스X처럼 한국에서도 민간이 우주 개발을 이끄는 ‘뉴스페이스’ 시대를 연다는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