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리호가 3차 발사에 성공하면서 한국은 세계적으로 수요가 급증하고 있는 위성 발사 시장에서 한 축을 담당할 수 있음을 입증했다. 위성을 자력 발사할 수 있는 국가는 한국을 포함해 7국뿐이다. AP통신은 “한국은 이번 발사로 중국, 일본, 인도 등 아시아 이웃 국가들과의 경쟁에서 앞설 수 있다는 희망을 갖게 됐다”고 평가했다. 정부는 앞으로 실용 위성을 탑재한 누리호를 3회 더 발사해 한국형 발사체의 신뢰성을 높인다는 구상이다. 또한 달과 화성 등 더 먼 우주로 나아갈 수 있는 좀 더 강력한 차세대 발사체도 개발할 계획이다. 이상률 한국항공우주연구원 원장은 “누리호로 기술 역량은 입증했지만, 본격적 상용 발사 서비스 시장에 진출하려면 더 저렴하면서도 강력한 발사체를 개발해 운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2027년까지 누리호 3회 더 발사
누리호가 상용 서비스에 나서려면 반복 발사가 필요하다. 누리호는 2025년부터 2027년까지 매년 한 차례 발사할 예정이다. 2025년 차세대 중형 위성 3호, 2026년 초소형 위성 2~6호, 2027년 초소형 위성 7~11호가 누리호에 실려 발사된다.
해외 우주 선진국 역시 첫 발사 성공 이후에 반복 발사를 통해 발사체의 성능을 입증해 왔다. 스페이스X는 주력 제품 팰컨9의 성공률이 100%로 지난해 60회 발사했다. 6일에 한 번꼴로 발사한 셈이다. 스페이스X는 2006년 팰컨1을 처음 발사했지만 3차례에 걸쳐 추락과 폭발 사고를 겪었다. 팰컨5는 개발 자체가 취소됐고, 팰컨9 역시 2015년 발사 때 폭발 사고가 있었다. 이런 과정을 겪은 뒤에야 안정적 발사가 가능해진 것이다.
안재명 KAIST 교수는 “위성이 고가인 데다 서비스 계획까지 일정이 정해져 있기 때문에 발사를 맡기는 고객들은 신뢰성이 검증된 발사체를 원한다”면서 “반복 발사를 통해 신뢰를 높이는 것”이라고 말했다. 가장 중요한 걸림돌은 가격 경쟁력이다. 이창진 건국대 교수는 “아무리 잘 만들어도 발사체가 비싸면 사용하기 어렵기 때문에 스페이스X나 유럽 아리안스페이스 같은 다른 경쟁 기업들 수준까지 가격 경쟁력을 낮춰야 한다”고 말했다.
한국은 이미 누리호보다 더 강력한 발사체 개발도 시작했다. ‘차세대 발사체 개발 사업’은 지난해 11월 예비 타당성 조사를 통과했다. 올해부터 2032년까지 총 2조132억원이 투입된다. 차세대 발사체는 대형 위성 발사와 우주 탐사에 활용할 발사체로 성능이 누리호보다 대폭 향상된다. 차세대 발사체 1단은 100톤급 액체 엔진 5기를 클러스터링(묶음)으로, 2단은 10톤급 액체 엔진 2기로 구성한다. 3단 발사체인 누리호는 1단이 75톤급 엔진 4기로 구성됐다. 1단 추력이 300톤에서 500톤으로 높아진다. 강력한 추력 덕분에 차세대 발사체는 지구 저궤도인 고도 200㎞에 화물 10톤을 수송할 수 있다. 누리호는 3.3톤까지 화물 수송이 가능하다. 항우연은 “향후 스페이스X처럼 지상이나 바다에서 회수해 다시 활용하는 재사용 발사체로 개량할 수 있도록 재점화, 추력 조절 기술도 적용할 것”이라고 했다.
◇2032년 달 착륙 목표
차세대 발사체는 총 3회 발사한다. 2030년 달 궤도 투입 성능 검증 위성을 발사해 발사체 성능을 확인한다. 2031년에는 달 착륙선 예비 모델을 발사하고 2032년 달 착륙선 최종 모델을 발사해 달 착륙에 도전한다. 윤석열 대통령이 발표한 ‘미래 우주 경제 로드맵’의 2032년 달 착륙과 2045년 화성 착륙 때 바로 이 차세대 발사체를 쓴다. 지금까지와 달리 차세대 발사체 사업은 처음부터 체계 종합 기업을 선정한다. 기업이 설계·제작·조립·시험·발사 등 발사체 개발·운용의 전 단계에 참여한다. 출발부터 민간 우주 경쟁 시대를 겨냥하겠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