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리호는 3차 발사에 성공하면서 지상에서 550㎞ 떨어진 지구 저궤도에 위성을 배치하는 능력을 입증했다. 더 큰 위성과 탐사선을 3만6000㎞의 정지궤도, 나아가 달과 화성으로 보내려면 더 강력한 발사체가 필요하다. 이런 발사체의 조건은 무엇일까. 일곱 가지 질문으로 정리했다.
◇추력이란 무엇인가
발사체는 작용·반작용의 원리로 날아간다. 발사체 뒤쪽으로 연료와 산화제가 내뿜는 힘의 반작용으로 앞으로 나아간다. 땅에서 중력을 거슬러 발사체를 밀어 올리는 힘을 추력(推力)이라고 한다. 발사체가 땅에서 이륙하려면 발사체 무게보다 큰 힘으로 밀어줘야 한다. 그래야 발사체에 실은 위성을 지구 궤도에 올려놓을 수 있는 속도까지 가속할 수 있다. 이번에는 1단에 75톤(t)급 엔진 4기를 묶어 총 300t의 추력을 내는 방식으로 200t에 달하는 누리호를 들어 올렸다. 발사체가 가벼울수록 발사가 쉽다. 허환일 충남대 교수는 “누리호는 연료와 산화제를 제외한 무게가 전체 무게의 12% 수준”이라고 말했다. 스페이스X 등 주요 선진국 발사체들은 연료를 제외한 무게가 전체의 8%로 더 경량화돼 있다. 누리호가 개선해야 할 핵심 과제다.
◇발사체는 빠를수록 좋은가
위성을 궤도에 올려놓으려면 발사체의 추력을 정밀하게 조절해야 한다. 궤도에서 위성을 배치하는 시점에는 대략 초속 7~8㎞의 속도가 필요하다. 안재명 KAIST 교수는 “속도가 낮으면 위성은 추락하고 속도가 높으면 원하는 궤도가 아닌 다른 궤도로 이탈하게 된다”고 했다. 지난 누리호 1차 발사 때는 목표 속도에 도달하지 못해 위성 모사체를 궤도에 안착시키지 못했다. 이번 누리호 3차 발사에서는 궤도 550㎞에서 초속 7.6㎞로 위성이 투입됐다. KTX 속도의 91배다.
◇먼 우주는 어떻게 가나
같은 연료량을 사용할 경우 목표 거리가 멀어질수록 발사체가 실을 수 있는 무게는 줄어든다. 현재의 누리호 엔진을 활용하면 200㎞까지는 3.3t을 실어 나를 수 있지만, 달까지는 0.1t만 보낼 수 있다. 지구 궤도를 벗어나는 과정에서 많은 연료를 사용하기 때문에 이후의 여정에 필요한 연료가 거의 남지 않는다. 안재명 교수는 “달에 가려면 더 큰 발사체를 개발해 많은 양의 연료와 산화제를 실어야 한다”고 말했다. 미국 스페이스X가 달·화성 탐사용으로 개발 중인 스타십은 무게가 5000t, 추력은 7590t에 달한다. 이 때문에 스타십은 최대 100명의 우주인을 태울 수 있다. 유인 달 탐사가 목적인 아르테미스 프로젝트에 이용되는 스페이스론치시스템(SLS) 로켓은 무게 2600t, 추력 4000t이다. 발사체는 강력한 추력으로 지구 중력의 영향을 벗어나야 먼 우주로 나아갈 수 있다. 이른바 지구 탈출 속도인 초속 11.2㎞를 넘어서기 위해 강력한 힘이 필요한 것이다.
◇엔진 성능은 어떻게 높일까
하나의 엔진이 낼 수 있는 성능에는 한계가 있다. 이 때문에 클러스터링(묶음) 기술로 추력을 높인다. 스페이스X 스타십은 랩터 엔진 33기가 묶여 있으며, 누리호 1단은 75t급 엔진 4기로 이뤄져 있다. 추력이 큰 엔진을 하나 만드는 것보다 제조 비용을 줄일 수 있고 세밀하게 엔진 각각을 제어하기도 쉽다. 스페이스X의 경우 랩터 엔진 33기 중 일부를 발사 이후 역분사해 지상으로 다시 착륙시키는 데 활용하고 있다. 다만 일부 엔진이 점화되지 않거나 다른 엔진과 다른 추력을 내는 경우 발사 실패의 위험이 있다. 스페이스X의 스타십 시험 비행이 실패한 원인이기도 하다.
◇발사 비용은 얼마나 드나
수거한 발사체와 로켓을 재활용하면 발사 비용이 획기적으로 줄어든다. 현재까지 재사용 기술을 상용 발사체에 구현한 곳은 스페이스X뿐이다. 스페이스X의 주력인 팰컨9의 회당 발사 비용은 6700만달러(약 890억원)인데 발사체와 엔진, 우주선을 모두 재활용하면 비용을 절반 이하로 줄일 수 있을 전망이다. 민간 우주 기업 블루오리진도 재사용 로켓을 개발하고 있다. 반면 누리호 3기를 개발하는 데는 약 2조원이 들었다. 상용화된 발사체가 아닌 개발 단계여서 단순 비교는 어렵지만, 한 기당 6600억원에 달한다. 스페이스X와 비교해 7배가량 차이가 나는 것이다. 이창진 건국대 항공우주정보시스템공학과 교수는 “누리호가 상용 발사 서비스 시장 경쟁력을 갖추려면 결국 가격이 관건”이라고 했다. 한국 역시 차세대 발사체 사업에서는 재활용 기술에 본격적으로 나선다. 항우연은 “향후 재사용 발사체로 개량할 수 있도록 엔진 재점화, 추력 조절 등의 요소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의 달 탐사 전략은
한국도 달에 가기 위한 차세대 발사체를 개발하고 있다. 차세대 발사체의 1단은 100t급 엔진 5기로 구성된다. 문윤완 한국항공우주연구원 부장은 “1단의 총추력은 500t으로 누리호의 300t보다 훨씬 강력하다”며 “경량화에도 중점을 둘 것”이라고 했다. 한국형 차세대 발사체에는 1.8t까지 탑재가 가능해 달 탐사선을 실을 수 있다. 미국 SLS의 경우 달까지 42t을 실어 나를 수 있다. 문 부장은 “보조 엔진을 사용해 추력을 높이는 방법, 연료를 줄여서 경제적으로 달까지 가는 궤도 개발 등 다양한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달로 가는 길은
달로 가는 방법은 크게 세 가지다. 지구에서 달까지 직진으로 가는 방법이 첫째다. 단 5일이면 달까지 갈 수 있다. 미국 아폴로 달 탐사 미션이 이 경로를 이용했다. 지구를 크게 타원 모양으로 여러 번 돌다가 달 궤도에 들어가는 방법도 있다. 한 달가량 시간이 걸리지만 연료 소모가 상대적으로 적다. 마지막으로 한국의 다누리가 선택한 것은 태양과 지구의 중력이 균형을 이루는 라그랑주점, 즉 먼 우주까지 갔다가 다시 돌아오는 방법이다. 태양과 지구, 달의 중력에 탐사선이 이끌리도록 하는 방법이기 때문에 가장 연료 소모가 적지만 4~5개월이라는 시간이 걸린다. 유인 탐사보다는 무인 탐사에 적합한 방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