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항공우주연구원 연구진이 25일 3차 발사 성공 후 서로 축하하고 있다. /한국항공우주연구원

누리호 3차 발사일로 예정됐던 지난 24일. 발사 전 마지막 절차가 한창 진행되고 있었다. 발사 3시간 24분 전인 오후 3시에 문제가 발생했다. 발사 제어 컴퓨터와 발사대 설비를 제어하는 컴퓨터 간 통신 이상이 발견됐기 때문이다. 발사 절차는 바로 중단됐다. 한국항공우주연구원 박사들은 실패에 대한 불안감에 휩싸였다. 하지만 이들은 하루 만에 문제점을 해결해 25일 성공적인 발사를 이뤄냈다.

불안을 성공으로 바꿔놓은 것은 항우연 연구자 40여 명의 밤샘 작업이었다.

누리호 발사대를 총괄하는 강선일 한국형발사체고도화사업단 책임연구원은 처음 문제 발생 소식을 접했을 때를 떠올리며 “오류 자체는 큰 문제는 아니었지만 발사체를 세워둔 상태에서 과연 해결할 수 있을까 걱정이 컸다”고 했다. 2000년 항우연에 입사해 나로호 때부터 발사대를 개발한 경험을 믿어 보기로 했다. 문제와 관련 있는 동료들이 모두 한자리에 모였다.

연구원들 앞에 놓인 것은 ‘통신 오류’라는 현상뿐이었다.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원인을 찾아야 했다. 안재철 책임연구원은 “원인이 뭔지를 파악하고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 가설을 세우고 하나씩 하나씩 검증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항우연 연구진이 세운 가설은 총 다섯 가지. 처음 세운 가설 네 개를 하나씩 검증하다 보니 새벽 2시가 됐다. 현장에서는 발사대에 세워져 있던 누리호를 다시 눕혀서 원인을 파악할 수밖에 없다는 논의가 진행되고 있었다.

누리호를 다시 눕히면 언제 재도전할지 기약이 없었다. 그러던 중 한 사람이 손을 들었다.

오화영 책임연구원은 “끝까지 해보자”면서 “마지막 가설에 대한 점검까지 마쳐야 아쉬움이 남지 않을 것 같다”고 했다. 문경록 책임연구원은 “새벽 3시가 넘어가니 실무자들은 머리가 안 돌아가고 일하는 것이 쉽지 않았다”고 말했다. 새벽 4시가 넘어가자 밤새 지친 연구원들을 보며 안쓰러운 마음이 든 고정환 한국형발사체고도화사업단장이 “이제 그만하고 쉬어라” “아쉽지만 누리호를 내려 충분히 시간을 갖고 검토하자”고 말했다. 하지만 연구원들은 “30분만 시간을 더 달라” “한 번만 더 해보겠다”며 끝까지 포기하지 않았다. 데드라인은 새벽 4시 30분. 강 책임연구원은 “그 시점에 오류가 기적적으로 해결됐다”며 “5시까지 6번 시험해 최종적으로 문제가 해결된 것을 확인했다”고 말했다. 발사대와 발사 제어 컴퓨터 간 명령이 제대로 작동되도록 코딩을 수정해 낸 것이다. 연구원들은 모두 기숙사로 들어가서 쓰러져 잠들었다고 한다. 강 책임연구원은 “우리는 가장 먼저 들어가 가장 나중에 나오는 일종의 ‘특수부대’였다”고 말했다.

지난 1~2차에 이어 3차 발사까지 이끈 고정환 단장은 발사가 성공한 이후 “이번에 특히 힘들었다”고 말했다. 고 단장은 좀처럼 감정을 드러내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지만 이번에는 표정과 말에 지친 기색이 역력했다. 그는 “발사를 한 번 한 번 할 때마다 부담이 줄어들 줄 알았는데 그렇지 않았다”며 “실용 위성 발사에 실패하면 지금까지의 고생이 허사가 되지 않을까 걱정도 됐다”고 말했다. 고 단장은 “잠을 제대로 자지 못해 저녁에 맥주 한잔하며 식사를 하던 중 잠이 들었다”고 말했다. 발사에 성공한 다음 날 아침에도 그는 “일어나자마자 아직 확인이 되지 않은 큐브 위성이 먼저 생각났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