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리호가 목표 고도 550㎞ 궤도에 주 탑재 위성을 무사히 올리면서 첫 실전 발사에 성공했다. 그동안 국산 위성들은 해외 발사체에 의지해 우주로 향했지만 이제는 국산 발사체로 ‘맞춤형 발사’가 가능해졌다. 한재흥 한국과학기술원(KAIST) 인공위성연구소 소장이 누리호 발사 성공 소감을 통해 “이코노미 클래스를 타다가 퍼스트 클래스를 탄 기분”이라고 말한 이유다.

◇이번 발사 핵심은 주 탑재 위성

누리호에는 KAIST의 차세대소형위성 2호가 주 탑재 위성으로 실렸고, 한국천문연구원의 우주 날씨 관측용 큐브 위성(꼬마 위성) 도요샛 4기와 민간 기업의 큐브 위성 3기 등 모두 8기의 위성이 탑재됐다.

이 가운데 지금까지 지구와 통신한 것은 6기이다. 도요샛 1기와 스타트업 져스택의 큐브 위성이 아직 신호를 보내지 않고 있다. 조선학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거대공공연구정책관은 “큐브 위성의 경우 신호를 수신하고 교신하는 일정을 최대 일주일 정도로 보고 있어 확인에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

큐브 위성 2기의 위치가 확인되지 않고 있지만 누리호 발사 자체는 성공한 것으로 평가된다. 휴지곽 크기 정도에 무게도 4~10㎏ 정도인 큐브 위성은 위성 자체의 문제로 신호가 끊어지는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채연석 전 한국항공우주연구원장은 “이번 누리호 3차 발사의 핵심은 차세대소형위성 2호”라며 “발사체가 목표 궤도에서 인공위성을 모두 내려줬으면 발사체의 임무는 성공한 것으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

KAIST 차세대소형위성 2호는 국산 기술로 만든 영상레이더(SAR)가 탑재돼 있다. 일반 광학 카메라는 주변이 어둡거나 구름으로 가려지면 관측이 힘들다. SAR 기술은 마이크로파를 지상으로 쏴 반사돼 돌아오는 신호로 지형지물을 인식하기 때문에 주·야간 구분 없이 악천후에도 활용 가능하다. 도요샛은 우주 방사선 등으로 수시로 변하는 우주 날씨를 관측하기 위해 큐브 위성 최초의 편대 비행을 한다. 궤도 안착 후 3개월간은 위성 4기가 일렬 종대로 비행하며 시간적 변화를 살피고, 이후 3개월은 횡대 비행으로 공간에 따른 날씨 변화를 관측한다. 일정한 간격을 두고 같은 지역을 관찰하면서 정확도를 높이는 시도이다. 천문연은 위성 1기의 신호를 받지 못한다 해도 나머지 3기로 임무를 수행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져스택의 큐브 위성은 해상도 4m의 우주용 관측 카메라의 성능을 검증한다. 해상도 4m는 지상 4㎡ 면적을 한 픽셀로 찍을 수 있다는 의미로 지상의 자동차 형상을 구분할 수 있을 정도다. 벤처기업 루미르의 위성은 우주 방사능이 위성에 장착된 메모리 등 부품에 미치는 영향과 이로 인한 오류를 극복하는 기능이 실제로 작동하는지 시연한다. 스타트업 카이로스페이스는 큐브 위성으로 우주 쓰레기 경감 기술을 검증한다. 수명이 다하면 궤도를 벗어나 대기권에서 소멸하는 방식으로 사라지게 만드는 것이 목표이다.

◇2027년, 우리별 2호 지구로 데려온다

누리호의 신뢰도가 높아진 만큼 4~6차 발사에서는 더 다양한 위성을 시험할 수 있게 됐다. 2025년 4차 발사되는 누리호에는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이 개발 중인 차세대중형위성 3호가 실린다. 우주 공간에서 국산 기술로 만든 과학 장치가 잘 작동하는지 확인하는 임무를 맡고 있다. 2027년 누리호 6차 발사에 탑재되는 차세대소형위성 3호는 수명이 다해 우주를 떠도는 위성을 포집(捕執)하는 임무를 맡는다. 지난 1993년 발사돼 지구 상공 800㎞ 궤도를 떠돌고 있는 우리별 2호를 낚아챈 뒤 지구 대기권으로 진입해 함께 소멸할 예정이다. 누리호 5·6차 발사 때는 국내 민간 위성 기업 쎄트렉아이의 초소형 위성 10기도 올린다. 초소형 위성들이 군집 비행을 하며 영상 정보를 수집하면, 이를 기반으로 재난 재해나 국가 안보 위기 상황에 빠르게 대응한다는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