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28세 여성 A씨는 특별한 병력도 없었고 운동도 꾸준히 하는 등 평상시 생활 습관을 건강히 유지했다. 하지만 결혼을 앞두고 시행한 검진에서 난소기능저하가 의심된다는 이야기를 듣고 난소나이검사를 한 결과 폐경과 다름없는 수치가 나왔다. 결혼식을 올리기 전까지 약 열 차례 난임 시술 시도 끝에 배아를 겨우 4개 모으는 데 성공했다. 이 배아들을 이식해 결국 임신에 성공, 무사히 출산했다. 출산 이후에는 폐경이 돼 호르몬 치료를 받고 있다.
#2. 5년 전 결혼한 43세 여성 B씨는 2~3년간은 부부 모두 바쁜 사회생활로 임신을 적극적으로 시도하지 않았다. 중간에 난소나이검사를 했더니 30대 중반으로 본인 나이보다 젊게 나와 언제든 원할 때에 임신을 쉽게 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이제 여유가 생겨 임신을 시도했지만 잘 되지 않았다. 난자의 수는 좋은 편이었지만 나이가 들며 질이 떨어졌기 때문이다. 그는 9번 시술에서 임신 실패와 유산 과정을 겪고 10번째 시도 끝에 성공해 출산을 앞두고 있다.
저출산 문제가 심각한 가운데 난임 치료가 그 해결책으로 제시되고 있다. 아이를 낳지 않으려는 사회적 분위기뿐 아니라 최근 결혼 나이가 늦어지며 난임의 비율이 증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난임은 피임 없이 정상적인 부부 관계를 가져도 1년 넘게 아기가 생기지 않는 경우를 말한다. 국내외 제약사들은 난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제품을 내놓고 있다. 문경용 아이오라여성의원 원장은 “한 달에 한 번인 생리주기에 자연적으로 임신에 성공해 출산할 확률은 25세 미만에서 약 25%이지만 35세가 되면 25세 미만보다 절반으로, 40세 이상이 되면 5% 미만으로 떨어진다”며 “난임시술의 성공률도 나이에 반비례하기 때문에 난임 치료의 핵심은 빨리 병원을 방문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 출산율 0.78명, OECD 꼴찌
특히 한국은 저출산 문제가 심각하다. 2000년만 해도 출생아 수가 64만명, 합계출산율은 1.48명이었지만 지난해 각각 25만명과 0.78명으로 떨어졌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8국 가운데 가장 낮다. 초혼 나이도 점점 높아져 지난해 남자는 33.7세, 여자는 31.3세였다. 난임 시술 환자 수도 한 해에 14만명에 달하며 진료비만 2591억원이다.
난임시술은 크게 배란유도, 인공수정, 체외수정으로 나뉜다. 인공수정은 한쪽이라도 난관이 정상인 여성의 자궁 내에 배란기에 맞춰 정자를 넣어 임신을 유도하는 방법으로 자연 임신과 유사하다. ‘시험관 시술’이라고도 알려진 체외수정은 체내 나팔관에서 일어나는 상황을 체외에서 재현해 임신을 시도하는 방법이다. 과배란을 유도해 채취된 난자와 정자를 체외에서 수정하고 생성된 배아를 배양한 후 임신 가능성이 큰 배아만을 선별해 체내에 이식해 임신을 유도하는 과정이다.
◇실시간 감시하는 배아 인큐베이터
제약사들은 임신 성공률을 높이는 배란 유도제를 개발하고 있다. 머크의 ‘고날-에프’는 1995년 출시한 최초의 유전자재조합 난포자극호르몬 제제다. 난소를 자극해 난자를 성숙시켜 과배란을 유도하는 원리다. 머크는 난자의 질을 높여주는 황체형성호르몬을 더한 ‘퍼고베리스’ 제품도 개발했다. 오가논은 배란유도제인 ‘퓨레곤’과 함께 과배란 유도를 받는 여성의 조기 배란 급증을 예방하는 ‘오가루트란’을 개발했다. 국내 제약사에서는 LG화학과 동아ST가 관련 제품을 내놓았다. 이 밖에 배란 이후 수정된 배아의 착상을 돕기 위한 호르몬 제제도 개발되고 있다. 국내 식품의약품안전처에 허가받은 난임 치료제는 약 30개다.
수정된 배아를 배양하는 인큐베이터도 점차 진화하고 있다. 인큐베이터는 모체의 환경과 최대한 비슷한 조건이어야 한다. 온도와 배양액의 수소이온농도(pH)를 조절해준다. 최근에는 배아를 꺼내지 않고 실시간으로 발달 단계를 모니터링할 수 있는 ‘타임랩스 인큐베이터’가 개발되고 있다. 한국머크 바이오파마와 호주 제니아 바이오메딕스의 실시간 배아 모니터링 인큐베이터 ‘제리’가 대표적이다. 고화질 카메라가 설치돼 최대 11개의 초점면으로 5분마다 배아를 촬영한다. 한국머크는 “배아 발달 현황을 인공지능(AI)으로 평가하는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고 했다. 기업뿐 아니라 의료기관에서도 실시간 감시가 가능한 인큐베이터를 개발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