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 검사로 알츠하이머를 조기에 진단하는 기술이 개발됐다. 베일에 싸여 있던 알츠하이머 발병 원인을 추적하는 과정에서 얻어낸 성과다.
미국 피츠버그 의과대학 연구팀은 혈액 검사로 치매를 유발하는 알츠하이머를 조기 진단할 수 있다는 연구 결과를 내놨다. 별 모양 뇌세포인 ‘아스트로사이트’가 비정상적으로 활성화되면 알츠하이머로 이어지는데, 이를 혈중 농도 측정으로 알 수 있다는 것이다. 이번 연구는 29일(현지 시각) 의학 학술지 ‘네이처 메디슨’에 발표됐다.
연구팀은 인지 능력이 손상되지 않은 노인 1000명 이상의 혈액을 검사하고 경과를 추적했다. 그 결과 혈액 속 아스트로사이트의 활성 지표가 비정상이면서 뇌의 아밀로이드 단백질 이상이 함께 검출된 사람은 미래에 알츠하이머가 발병한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이전 연구에서 알츠하이머 원인은 뇌 표면의 베타 아밀로이드 단백질과 신경세포의 타우 단백질이 엉키면서 독성 단백질로 변하는 점이라고 설명해왔다. 알츠하이머 치료제도 이러한 기전을 늦추거나 막는 데 집중돼왔다. 하지만 뇌에 아밀로이드 단백질이 쌓여도 알츠하이머 치매에 걸리지 않는 사람이 발견되면서 또 다른 발병 원인이 있을 것으로 추측돼 왔다.
알츠하이머의 새로운 원인으로 지목된 아스트로사이트는 ‘글리아 세포’의 일종으로, 정보 처리에 관여하는 신경세포에 영양분과 산소를 공급하고 병원체를 차단하는 역할을 한다. 지금까지 뇌 연구 분야에서 주로 신경세포의 역할에 더 집중해왔지만, 최근 신경세포를 돕는 글리아 세포가 뇌 질환에 직접적으로 관여한다는 연구 결과가 이어지고 있다. 연구팀은 “아스트로사이트는 오케스트라 지휘자처럼 뇌의 아밀로이드와 타우 단백질의 관계를 조절한다”면서 “이번 연구 결과가 알츠하이머 진단 시기를 더 앞당겨 치료제 개발 판도를 바꿀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