멸종 위기종 캘리포니아 콘도르가 주사를 맞는다. 미국 어류·야생동물국(FWS)은 지난달 25일(현지 시각) 캘리포니아 콘도르에 대한 고병원성 조류 인플루엔자(HPAI) 백신 접종을 승인했다. 미국 당국이 이 백신의 조류 접종을 허가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HPAI는 2021년 10월 이후 5개 대륙의 70국 이상에서 보고됐다. 특히 조류뿐만 아니라 너구리, 여우, 물개 같은 포유류도 감염되고 있다. 과학저널 네이처는 “아직까지 HPAI가 사람에게 감염된 사례는 드물고 대부분 조류와의 밀접 접촉에서 발생했지만, 포유류 감염이 확산되면 변종 바이러스가 사람 사이에 퍼질 가능성이 있다”고 경고했다.
막대한 피해에도 미국은 농장 노동자나 야생 동물 관리자 소독, 감염된 조류 살처분 등으로 대응이 충분하다는 입장을 유지해 왔다. 하지만 캘리포니아 콘도르만은 특별 대우의 대상이 됐다. 1987년 캘리포니아 콘도르는 야생에 27마리만 남아 있었다. 미국은 이들을 포획해 보호하고 번식을 시도해 작년까지 537마리로 늘렸고 이중 63%는 야생에 살고 있다.
하지만 올 들어 21마리의 캘리포니아 콘도르 사체가 발견됐고, 이 가운데 15마리가 HPAI에 감염돼 죽은 것으로 확인됐다. 20년 이상 진행된 캘리포니아 콘도르 복원 노력이 순식간에 수포로 돌아갈 위기에 처한 것이다.
과학자들은 캘리포니아 콘도르에게 백신 효과가 있을지 검증하기 위해 같은 과에 속하는 20마리의 검은 독수리를 대상으로 시험을 진행했다. 이들에게서 효과가 확인되면 곧바로 접종이 시작된다. 캘리포니아 콘도르는 대표적인 야생의 청소부로 꼽힌다. 죽은 동물 사체만 먹기 때문에 질병 전파의 매개체를 없애는 역할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