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6일 대전 한국지질자원연구원(KIGAM) 지진연구센터 내 지진종합상황실에 들어서자 한쪽 벽을 가득 채운 거대한 모니터에 수많은 지표가 실시간으로 움직이고 있었다. 그중 한반도 동해안 해상에 빨간 점이 찍혀 있는 화면이 시선을 끌었다. 이날 새벽 4시 동해안에서 발생한 규모 2.2 지진을 태백과 속초, 동해에 있는 관측소에서 동시에 관측한 것이다. 왼쪽 화면에는 지진 계측 상황 수십 개가 실시간으로 움직이고 있었다. 전국에 설치된 61개 지진 관측소에서 보내온 계측 수치가 한곳으로 모이는 것이다. 지진종합상황실 관계자는 “매년 진동이 1000여 건 관측되지만 대부분 광산 발파 작업 같은 인공적인 진동이고 실제 지진과 같은 유의미한 관측은 70건 정도 된다”고 설명했다.

대전 지진연구센터는 한반도 지진 감시 전초기지 역할을 한다. 한국은 지각 구조상 태평양판과 유라시아판이 충돌하면서 영향을 받는다. 지속적인 지질 운동으로 한반도는 매년 남동쪽으로 3.1㎝씩 이동하고 있다. 지진연구센터는 이러한 지진 연구와 지진 방재 등을 위해 지역 관측소 61곳과 해저지진계 2곳, 지진·공중 음파 관측소 8곳 등을 운영하며 지진 상황을 감시하고 현장 연구를 하고 있다. 지난해 10월 충북 괴산에서 규모 4.1 지진이 발생했을 때 지진연구센터에서 현장 연구팀을 급파해 임시 지진계를 설치하며 지진 분석과 대비 체계를 만들었다. 조창수 지진연구센터장은 “지난 25일 저녁 누리호가 발사될 때도 공중 음파로 음압이 감지되는 등 전국의 감시망을 통해 전달되는 유의미한 관측들을 24시간 분석하고 있다”고 했다.

한국지질자원연구원 내 지진종합상황실에서 조창수 지진연구센터장이 전국 61개 지진 관측소에서 보내오는 계측 수치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24시간 운영되는 지진종합상황실은 한반도 주변의 지진 발생 상황뿐 아니라 북핵 실험과 같은 인공 지진에 대해서도 실시간으로 관측하고 있다. 매년 1000여 건의 진동이 관측되며, 이 중 유의미한 지진은 70건 정도인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지질자원연구원

◇“한반도 지진 안전지대 아니야”

앞으로 일어날 지진을 예측하려면 과거 지진의 흔적을 살펴보는 것도 중요하다. 지진 발생 주기를 알면 대략적인 발생 시기와 규모 예측도 가능하기 때문이다. 지진연구센터 1층에는 울산시 두서면의 ‘양산 단층’ 사진이 전시돼 있다. 2019년 해당 지역의 땅을 파서 단층을 확인해 보니 활성 단층이 잘린 흔적이 발견됐던 것이다. 활성 단층은 비교적 최근에 활동한 단층으로 가까운 미래에 다시 활동할 가능성이 있다. 최진혁 활성지구조연구센터장은 “단층이 잘린 흔적은 2만년 전 규모 6 이상 지진이 일어났었다는 증거”라면서 “한반도를 가로지르는 양산 단층, 울산 단층, 공주 단층 등이 힘을 간직하다가 터트리면 큰 지진이 발생한다”고 했다.

한반도의 지진 주기는 수천 년에서 수만 년 사이로 평가된다. 일본이나 미국 서부, 튀르키예 등 판 경계부에 있는 국가들의 지진 발생 주기는 길어도 수백 년에 불과하다. 최 센터장은 “한반도는 판 경계부 국가에 비해 비교적 중대형 지진 발생 빈도가 낮지만, 지진의 재발 주기가 길다는 것일 뿐 지진이 발생하지 않는다는 게 아니다”라며 “결코 안전하다고 볼 수 없다”고 했다.

◇북핵 실험 실시간 감시

지진연구센터의 중요한 역할 중 하나는 북한의 핵실험 동향을 관측하는 것이다. 지난 1970년부터 동아시아 등의 핵실험 탐지를 위해 미국이 운영하던 원주 지진관측소(KSRS)를 인수해 2015년부터는 독자적으로 운영하고 있다. 북한이 핵실험에 나서면 5분 안에 지진파 분석을 통해 핵실험 여부부터 폭발 규모, 위치, 깊이 등을 추정할 수 있다. 조 센터장은 “지난 6차례 북핵 실험도 성공적으로 분석한 바 있다”며 “핵폭발은 강한 충격파를 만들기 때문에 공중 음파를 통해서도 탐지할 수 있다”고 했다.

지진연구센터는 지진 예측이 지금의 과학기술로는 불가능에 가까운 만큼 지진 대비를 위한 진동 예측 연구를 강화한다는 계획이다. 특정 지역에 지진이 발생한다면 어느 정도 세기로 흔들릴지에 대한 예측 자료를 제공하는 식이다. 지진이 언제 발생할지는 알 수 없지만 지진이 발생할 때 어느 정도 세기로 흔들릴지를 알 수 있다면 건물 내진 설계 등으로 지진 피해를 줄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