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미래 먹거리로 집중 육성하고 있는 국가 전략기술 분야의 논문이 크게 부족하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양자컴퓨팅 논문 수는 세계 25위, 양자통신은 18위였고 차세대 원자력 기술로 꼽히는 소형원전(SMR) 논문도 10위에 불과했다.
한국연구재단은 5일 12대 국가전략기술 분야 가운데 반도체·디스플레이·이차전지·첨단 모빌리티·차세대 원자력·첨단바이오·수소·양자 등 8개 분야 중점 기술 27개의 10년간 논문 건수와 피인용 횟수, 특허 건수를 분석한 ‘국가 전략기술 분야 글로벌 상위 논문·특허 분석’ 보고서를 발표했다. 주저자인 고려대 에너지환경대학원 성창모 교수는 “논문을 하나라도 낸 국가를 포함하면 150여 국이 나오지만 의미가 있는 주요 40국을 대상으로 분석했다”고 말했다.
양자 분야의 경우 한국은 논문 수에서 선진국에 비해 뒤처졌다. 양자컴퓨팅 논문 수는 미국(1만690건)과 영국(4979건), 중국(2959건) 순이었는데, 한국은 307건으로 25위였다. 양자통신 역시 미국이 1위였고 한국은 18위로 나타났다. 양자센싱 분야에서는 중국이 1위로 두각을 나타냈다. 보고서는 “비교적 신흥 분야인 양자통신 및 양자센싱 분야에서 LG, 삼성 등 기업이 활발한 특허 발표를 하고 있다는 점 이외에는 양자컴퓨팅에서 한국의 경쟁력이 뚜렷하지 않았다”면서 “한국은 추격형 인재 양성과 연구 투자전략을 수행하고 있지만 국내 전문 인력 확보와 도전적 연구 강화를 기반으로 해외 협력을 구축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성 교수는 “한국은 선도 국가보다 양자컴퓨팅 분야에서의 초기 투자와 연구 출발점이 상대적으로 늦었다”며 “다만 논문의 인용 평균은 논문 수 상위 10개 국가 평균보다 높은 것으로 보아 최근 질적인 성장도 이뤄지고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고 말했다.
차세대 원자력 분야 중 SMR에서는 미국이 가장 앞서 있으며 중국과 독일, 영국, 일본 등의 주요 기관에서 활발히 연구를 수행 중이다. 한국은 자체 SMR인 스마트를 개발했지만 SMR 논문과 특허 수는 각각 10위로 나타났다. 보고서는 “KAIST와 서울대, 한국원자력연구원 등이 두각을 나타내고 있으나 글로벌 순위는 하위권에 머무른다”며 “SMR의 방사성 폐기물 처리 연구 등은 여전히 미흡하다”고 했다. 성 교수는 “MIT 같은 미국 대학들과 달리 한국은 특허보다 논문을 내는 경향이 있는데, 논문을 먼저 내면 원천성이 없어져 특허를 내지 못하게 된다”고 했다.
이 밖에 감염병 백신·치료제 논문 수는 17위, 이차전지 재사용·재활용은 13위로 상대적으로 낮은 순위를 기록했다. 한국의 강점인 반도체 분야는 논문 수와 특허 수가 3~8위에 분포했고, 국내 대기업들이 주도하는 자율주행시스템과 리튬이온전지 분야는 논문과 특허에서 상위권을 기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