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중국 시안 반도체 공장. /삼성전자 제공

12일 삼성전자의 반도체 공장 설계 자료를 중국에 빼돌린 혐의로 검찰에 기소된 최모(65)씨는 국내 반도체 공정 분야 최고 권위자로 손꼽히던 인물이다.

삼성전자에서 18년을 일하며 메모리사업부 상무까지 지냈던 그는 2001년 하이닉스반도체로 자리를 옮겨 2003년 메모리생산센터장, 2005년 메모리제조본부장을 역임했다. 특히 이 과정에서 삼성전자에 비해 현저히 떨어졌던 하이닉스의 역량을 크게 끌어올렸다. 회사가 워크아웃으로 투자조차 제대로 이뤄지지 않을 때, 개별 공정 별로 장비를 개선하고 공정 과정을 재편하며 회생의 구원투수를 자처했다. 그 결과 삼성전자보다 먼저 80나노 공정에 돌입하는데 성공하면서 ‘반도체 수율(생산품 대비 정상품 비율)의 달인’으로 불리게 됐다.

당시 이 소식을 들은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이 반도체 경영진을 강하게 질책했다는 일화도 전해지고 있다. 이런 업적으로 하이닉스 최고기술책임자(CTO)까지 올랐고 하이닉스 사장 후보군에도 이름을 올렸다.

2010년 하이닉스를 떠나 태양광 업계로 자리를 옮긴 뒤에도 ‘수율의 달인’으로서 면모를 과시했다. 태양광 제품의 고질적 문제였던 발전효율 감소현상을 획기적으로 줄이면서도 효율성은 높였다. 반도체 분야에서 얻은 노하우를 살려 업계 최저 수준의 제조 원가를 실현해 해당 기업의 경쟁력을 한 단계 끌어 올린 것이다.

최씨는 그동안 쌓아 올린 경험을 바탕으로 중국과 싱가포르 등에 반도체 제조 회사를 설립했다. 이 회사는 반도체 관련 특허를 43개나 보유하고 있어, 중국 반도체 기술 개발에 핵심 역할을 할 것이란 관측이 제기되기도 했다.

최씨는 중국 반도체 제조에 참여하면서 자신의 과거 인맥을 대폭 활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하이닉스 시절 동료들은 최씨가 세운 반도체 컨설팅 업체의 최고운영책임자와 최고기술책임자를 맡기도 했다. 반도체 업계의 한 관계자는 “최씨와 몇몇 전문가들만 있으면 설계도가 없어도 반도체 공정의 모든 것을 그대로 구현할 수 있을 정도”라며 “반도체 업계도 큰 충격을 받은 상태”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