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이차전지 분야 특허 심사 기간이 일본보다 두 배 이상 긴 것으로 나타났다. 특허 심사 기간이 늘어나면서 기술 경쟁의 핵심인 특허가 제때 보호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11일 특허청에 따르면, 이차전지 분야 국내 특허 심사 기간이 지난 2018년 12.4개월에서 2022년 22.4개월로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같은 기간 특허 출원량도 3520건에서 7240건으로 두 배 이상으로 늘었다. 국내에서는 우선 심사를 거쳐도 17.2개월이 걸리는 반면 한국과 기술 경쟁을 벌이고 있는 일본은 10.1개월, 유럽은 4.8개월 만에 특허 판단 결과가 나온다. 특허청 관계자는 “출원량이 계속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앞으로 우선 심사도 기간이 늘어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했다.
특허 심사 기간은 기술 개발 속도와 해외 출원, 후발 주자 견제 등에 영향을 주기 때문에 빠를수록 좋다. 이차전지 분야에서 한국을 매섭게 추격하고 있는 중국은 특허 심사 인력을 지난 2011년 4402명에서 2022년 한국의 약 17배 수준인 1만6000명으로 늘렸다. 또 주요 도시 8곳에 심사협력센터를 세워 핵심 기술에 대한 특허를 분석해 지역 기업을 지원하고 있다. 한 예로 중국 푸젠성 심사협력센터는 LG에너지솔루션의 특허를 분석해 배터리 세계시장 점유율 1위인 CATL에 연구·개발(R&D) 전략을 제공하고 있다. 이차전지 업계 관계자는 “중국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으로 CATL이 39일 만에 특허 등록을 받은 사례가 있을 정도”라고 했다.
이차전지 시장은 2020년 30조원에서 30년 517조원 규모로 성장하면서 2025년 메모리 반도체 시장 규모를 넘어설 것으로 전망된다. 특허청 관계자는 “첨단 기술 각축전에 대응하기 위해 이차전지 분야 전문가들을 특허 전문 심사관으로 채용할 예정”이라며 “전문 심사 인력이 늘어나면 심사 기간도 절반 이하로 단축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