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6월 21일 원자력학회 이슈위원장 정범진 경희대 원자력공학과 교수가 한반도 와 그 주변의 방사능 농도를 나타내 주는 eRAD 앱을 보여주며 조금만 관심을 기울이면 얼마든지 과학적인 방사능관련 정보를 얻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전기병 기자

회원 수 6000명에 이르는 국내 원자력 분야 최고 권위 단체인 한국원자력학회는 성명서를 내고 20일 일본 후쿠시마 오염수 공포를 조장하는 세력에 공개 토론을 제안했다. 원자력학회 이슈위원장으로 이 성명을 주도한 정범진 수석부회장(경희대 원자력공학과 교수)은 21일 본지 인터뷰에서 “명백한 사실을 말하는 과학자들을 돌팔이라고 부르며 국민을 선동하는 세력을 지식인 입장에서 더 이상 두고 볼 수 없었다”면서 “공개 토론이 이뤄지면 국민들이 누가 옳고 그른지 이성적으로 판단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정 부회장은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가 위험하지 않다는 것은 숫자가 입증한다고 했다. 그는 “2011년 후쿠시마 원전 사고 당시 오염수 300톤이 바다에 흘러들어 갔지만 지금까지도 그 영향이 한국에 나타나지 않았다”며 “현재 일본이 처리한 오염수는 방사성 물질이 2011년 당시의 0.05%도 안 된다”고 했다. 그럼에도 국민이 불안해하는 점에 대해 “광우병이나 사드 사태 때처럼 국민들이 과학과 친근하지 않다는 점을 이용한 일부 세력의 선동 때문”이라며 “일본에 대한 적개심을 자극하는 행동, 정치 팬덤 등을 이용해 국민들을 속이고 있다”고 했다.

-학회가 어제 공식 성명을 냈다. 지금 나선 이유는 무엇인가.

“지식 집단의 책임감 때문이다. 광우병 때처럼 과학적으로 전혀 위험하지 않은데 괜한 피해가 발생하고 있다. 전문가들이 목소리를 내지 않으면 괴담이 커지고 결국 어민 등 피해자가 발생한다.”

19일 서울 동작구 노량진수산시장이 한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내달로 예상되는 일본의 후쿠시마 원자력발전소 오염수 방류로 한반도 주변 바닷물이 오염될 것이란 우려로 일각에선 미리 천일염을 사놓고, 수산물을 기피하는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오종찬기자

-후쿠시마 오염수가 방류돼도 안전하다고 했는데 어떤 근거인가.

“2011년 후쿠시마 사고 당시 고농도의 방사능 물질이 섞인 물이 하루에 300톤씩 바다에 들어갔다. 하지만 지금까지 한반도에는 아무런 영향이 없었다. 2001년부터 측정해온 한반도 주변 방사능 농도 수치가 이를 말해준다. 숫자는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 앞으로 일본이 방류하려고 하는 방사능 물질은 사고 당시의 0.003~0.05%에 불과하다.”

-우리 해역에 오염수가 들어오지 않더라도 일본 선박이 평형수를 배출함으로써 오염수가 영향을 미치게 된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세슘 같은 방사성동위원소는 다핵종제거설비(ALPS)를 거쳐 기준치 미만으로 걸러진다. 삼중수소만 걸러지지 않는데 일본의 배출 기준은 리터(L)당 6만 베크렐(Bq)이다. 일본은 여기에 바닷물을 희석시켜 1500Bq로 낮추겠다고 밝혔다. 방류구에서 3㎞ 떨어지면 100Bq로 떨어진다. 이는 한강물 수준이다. 세계보건기구(WHO)의 음용수 기준이 1만Bq이다. 선박이 일본 해역에서 담은 평형수를 배출해도 전혀 문제가 없다.”

-최근 후쿠시마 원전 앞바다에서 잡힌 물고기에서 방사성 세슘이 기준치 이상으로 검출돼 문제가 됐는데.

“항만 인근 방파제 안쪽을 내항이라고 한다. 일본은 후쿠시마 사고 이후 내항과 항구에서 20㎞ 떨어진 곳의 방사능 농도를 감시해 왔다. 2013년 이후 내항 외에 다른 곳은 기준치 미만이었다. 아직 내항에 가두리를 친 곳에서 방사능에 오염된 물고기가 잡히기도 한다. 먹는 물고기가 아닌 방사능 농도를 검사하기 위해 잡은 물고기다. 무엇보다 2011년 때 방류된 다량의 방사능 물질에 영향을 받은 물고기다. 일본이 앞으로 방류하는 오염수와 인과관계가 전혀 없다. 결론적으로 식탁에 오르는 물고기들은 안전하다.”

-일본이 제시하는 데이터가 정확하지 않다거나, 국제원자력기구(IAEA)가 일본에 유리한 판단을 내린다는 주장도 나온다.

“공신력 있는 국제기구인 IAEA가 거짓말을 한다면 세상에 어떤 자료를 믿겠나. 만약 일본의 말이 거짓이라면 가장 큰 피해를 보는 것은 자국민일 것이다. 일본은 자국민 보호를 하지 않는 국가라는 것이냐.”

-과학적 근거를 들어 이야기해도 사람들이 불신하는 이유는 뭘까.

“선동이 성공했다고 본다. 지금 반대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세슘이나 삼중수소 같은 방사성동위원소가 얼마나 위험한지 장황하게 설명하면서 그 양이 극미량이라는 것은 말하지 않는다. 그건 과학이 아니다. 그리고 색안경을 씌우고 프레임을 만든다. 일본에 대한 적개심을 자극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다. 후쿠시마 오염수가 안전하다고 말하면 ‘일본 총리십니까’라고 말하는 식이다.”

-지난 6일 방송된 KBS 라디오 ‘주진우 라이브’에 출연해 주진우씨의 후쿠시마 오염수에 대한 우려를 조목조목 반박한 것이 화제가 됐다.

“나는 정치색이 없는 사람이다. 주진우씨의 정치적 성향에 대해 조금 듣기는 했지만 그렇게 주목받는 사람인 줄도 몰랐다. 다만 내가 전해야 할 메시지만 기억하고 나갔다. 후쿠시마 오염수가 안전하다는 것과 일본의 방류 결정에 대해 (오염물질이) 기준치 이하라면 다른 나라는 ‘하지 말라’고 할 권리가 없다는 것, 두 가지였다. 일본이 오염수를 방류하라는 말이 아니다. 다만 방류를 반대할 수 없다는 것이다.”

-원자력 발전소 안전 문제에 대해 목소리를 많이 내고 있는데, 이유가 있나.

“원자력은 종합 과학이다. 굉장히 많은 전문가들이 있지만 전체를 보는 사람은 그렇게 많지 않다. 세부 분야 전문가들은 나보다 그 분야에 대해 더 뛰어나겠지만 그 외 실무에 대한 답을 할 수가 없다. 그렇다 보니 원전 반대하는 사람들과 만나 토론할 때 뒤로 물러서는 모습이 많이 보인다. 나는 공무원 시절 전체를 보는 경험을 했고 전공인 안전공학이 어떻게 하면 시스템을 안전하게 만들 수 있을지, 안전 설계는 어떻게 해야 하는지 연구하는 것이기 때문에 전체 원전 시스템에 대해 관심을 가질 수밖에 없다.”

원자력학회 이슈위원장인 정범진 경희대 원자력공학과 교수./전기병 기자

-앞으로 정부가 할 역할은 무엇이라고 보나.

“잘못된 정보로 불안감이 커지는 것, 수산업 종사자 등 피해자가 발생하는 것을 막는 것이다. 매일 정보를 공개하고 검사도 확대하는 등 신뢰를 얻어야 한다. 이런 문제와 관련해 정부가 하는 일은 방류 허용량을 정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농산물을 생각해보면 잔류 농약을 얼마까지 허용해주는 것이 정부의 역할이고, 그래도 더 깨끗하게 생산된 농산물을 먹고 싶다 하는 사람들은 유기농 제품을 선택하면 된다. 국민이 불안하니 모든 농산물을 유기농으로 생산하게 하라고 하면 안 된다. 정부가 노력해도 반대하는 사람들은 있을 수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