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월부터 전국 영유아 보호자들은 해열제를 찾아 이 약국 저 약국 돌아다니는 것이 일상이 됐습니다. 어린이 해열제 시장 판매량 1, 2위 제품인 동아제약 ‘챔프시럽’과 대원제약 ‘콜대원키즈펜시럽’의 제조·판매가 중단됐기 때문입니다. 두 제품 모두 아세트아미노펜 계열 해열제인데, 챔프시럽은 잔균이 기준치 이상 발견됐고 키즈펜시럽은 액체와 가루가 분리되는 상분리 현상으로 판매가 중단됐습니다.

문제는 두 제품이 약국에서 구매할 수 있는 어린이 해열제 판매량의 90%가량을 차지한다는 점입니다. 당장 약국에서 어린이용 해열제를 찾기 어렵게 되자 마음이 급한 부모들은 ‘다른 회사들이 어린이 해열제 생산량을 빨리 늘려야 한다’고 하지만 업계 상황은 복잡합니다. 제약회사의 생산능력을 갑자기 조정하는 것이 어렵다는 겁니다. 대체품을 보유한 한 제약사 관계자는 “증설이나 확장이 아니면 다른 제품 생산량을 줄이고 어린이 해열제 생산량을 늘려야 하는데 다른 제품도 품귀 현상이 발생할 수 있다”고 했습니다.

하지만 결국 어린이 해열제가 ‘돈이 안 되기 때문’이라는 지적이 업계 안팎에서 나옵니다. 지난해 어린이 해열제 판매액은 210억원 수준인데 각 사별로 수천억~조 단위 매출이 나오는 의약품 시장에서 비율이 크지 않습니다. 약국에서 해열제 품귀 현상이 발생하자 소아과에서 해열제를 미리 처방받아 두는 보호자들이 늘면서 처방 해열제도 품귀 현상을 빚고 있습니다.

챔프시럽과 콜대원키즈펜의 판매 재개는 아직 요원합니다. 두 기업 모두 문제 원인을 파악하고, 이를 개선한 제품으로 식약처 안전성 검사를 거쳐야 합니다. 개별 사안에 따라 허가에 걸리는 시간이 달라 재개 시기를 예측하기도 어렵습니다.

제약사의 복잡한 셈법 중에 고통받는 것은 어린이용 해열제가 꼭 필요한 환아들입니다. 지난 20일 대한아동병원협회에 따르면 44개 아동병원을 대상으로 필수 의약품 수급을 조사한 결과 141개 소아청소년 필수 의약품이 품절된 상태라고 합니다. 협회 측은 “요즘 일반 의약품 해열제까지 품귀가 빚어지면서 계속 환자들에게 약이 없다고 말해야 한다”며 “이런 품절 사태에 정부가 왜 손을 놓고 있느냐”고 합니다. 빠른 시일 내에 대책이 나오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