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1일 인천 송도에 위치한 올림푸스한국 의료서비스센터. 대형 병원과 같은 의료계 고객들이 보내온 올림푸스의 의료 기기를 수리하는 곳이다. 이날 엔지니어들이 멸균 작업을 거친 내시경 62대의 고장 여부를 확인하고 있었다. 누수가 있는지, 렌즈에 손상이 있는지 등을 파악하는 것이다. 센터 곳곳에서 내시경을 분해해 수리하는 엔지니어들도 있었다. 하리마 카즈미 리페어(수리)본부 본부장은 “연간 1만3000대 이상을 수리하고 있다”고 했다.

올림푸스는 세계 각국에 의료 기기를 수리할 수 있는 서비스센터 200여 곳을 갖추고 있다. 올림푸스가 신제품 개발만큼이나 수리 후 품질 보증에 공을 들이는 이유는 의료 기기 시장이 급성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시장 조사기관 피치 설루션에 따르면 세계 의료 기기 시장은 2021년 4542억달러(약 586조원)에서 2026년 6637억 달러로, 연평균 7.9% 성장할 전망이다. 고령화에 따른 건강검진과 치료가 늘어나면서 국내외 기업들이 의료기기 사업을 확대하고 기술 개발에 나서고 있다.

의료기기 시장을 선점한 글로벌 기업들은 이 분야에 더욱 힘을 쏟고 있다. 1919년 현미경 생산 기업으로 출발한 올림푸스는 대중들에게는 카메라 기업으로 널리 알려져 있다. 하지만 2020년 카메라 사업, 지난해 현미경 사업을 잇따라 매각하며 현재는 100% 의료 사업에 집중하고 있다. 전 세계 소화기 내시경 분야에서 올림푸스의 점유율은 70%에 달한다. GE는 올해 초 의료 기기 사업부를 GE헬스케어로 분사하는 작업을 마무리했다. 나스닥에 상장된 GE헬스케어는 연간 약 10억달러를 연구·개발(R&D)에 투자하고 있다.

국내 의료 기기 업계는 아직 후발 주자다. 특히 내시경 같은 정밀 의료 기기 같은 경우는 독일과 일본 기업이 강자다. 한국은 인공지능(AI)과 같은 첨단 IT 기술을 접목해 의료 기기의 성능을 높이며 추격 중이다. 한국전기연구원 출신 박사들이 창업한 메디인테크는 병변을 자동으로 탐지해 오진율을 기존 30%에서 5% 이하로 낮출 수 있는 AI를 내시경에 적용했다. 웨이센 역시 소화기 내시경의 정밀도를 높여주는 AI를 개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