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2일(현지 시각) 뉴욕 증시에서 미국 제약사 일라이릴리(릴리)의 주가가 전일 대비 1.03% 오른 457.68달러에 거래를 마감하며 52주 신고가를 경신했다. 이 회사 주가는 올 들어 25.40%, 1년 전과 비교하면 46.35% 급등했다. 릴리의 시가총액은 이달 초 4300억달러(약 560조5500억원)를 넘어서면서 20여 년간 부동의 제약 업계 시총 1위였던 미국의 존슨앤드존슨을 제쳤다.

그래픽=송윤혜
그래픽=송윤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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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세대 ‘블록버스터 신약(연 매출액이 100억달러 이상인 약물)’으로 각광받는 비만·당뇨 치료제를 두고 글로벌 제약 업계 지형이 흔들리고 있다. 릴리는 임상시험 결과에서 투약 환자의 평균 체중 감소율이 20%를 넘어선 ‘마운자로’를 내세워 업계 1위에 올랐고 현재 비만 치료제 시장 1위 제품을 보유한 덴마크의 노보노디스크도 올해 들어 주가가 15.29% 올랐다. 국내 제약사들도 앞다퉈 비만 치료제를 신성장 동력으로 삼기 위해 공격적인 투자에 나서고 있다.

◇일라이릴리, 비만·치매 치료제로 업계 1위

현재 비만·당뇨 치료제 시장에서 선두를 달리고 있는 것은 노보노디스크의 ‘위고비’다. 이 회사는 2014년 ‘삭센다’로 비만 치료제 시장을 연 이후 투약 횟수를 매일 1회에서 주 1회로 줄인 ‘위고비’를 출시해 시장을 선도하는 중이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릴리의 비만·당뇨 치료제 ‘마운자로’가 곧 1위 자리를 차지할 것으로 보고 있다. 주 1회 주사는 동일한데 체중 감량 효과가 더 뛰어나기 때문이다. 마운자로는 3상 임상시험에서 72주간 15㎎씩 투약한 환자군의 평균 체중 감소율이 22.5%에 달했다. 시장에서는 올해 마운자로의 매출이 30억달러에 이를 것으로 보고 있다.

릴리의 또 다른 성장 동력은 알츠하이머 치료제다. 최근 신약 도나네맙이 알츠하이머 진행을 35%가량 늦춰준다는 3상 임상시험 결과가 나오면서 주가가 또 한 번 크게 뛰었다. 반면 존슨앤드존슨은 블록버스터인 자가면역질환 치료제 ‘스텔라라’의 특허가 올 하반기 만료되면서 복제약이 대거 등장할 전망이다.

◇국내사들도 도전, 블록버스터 수혜 볼까

국내 제약·바이오사들도 자체 신약 개발이나 병용 기술, 제형 변경 등으로 비만·당뇨 치료제 수혜를 기대하고 있다. 한미약품은 마운자로와 같이 식욕을 억제하는 ‘글루카곤 유사 펩타이드-1(GLP-1)’ 호르몬에 작용하는 에페글레나타이드를 개발하고 있고 유한양행 역시 식욕 억제 호르몬을 활용한 신약 ‘YH34160′을 개발 중이다. 동아에스티는 신약 후보 물질 ‘DA-1726′가 체중 감소 및 지방간염 치료제로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올릭스는 비만 생쥐 모델에게 신약 후보 물질 OLX702A를 투여하면 체중이 감소되는 효능을 확인하고 임상을 준비하고 있다. 개발에 성공하면 릴리 마운자로 등과 경쟁도 가능할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국내사 중 비만 치료제와 관련해 최근 가장 크게 주목받은 것은 코스닥 상장사인 펩트론이다. 펩트론은 23일부터 미국 샌디에이고에서 열리는 미국 당뇨병학회(ADA)에 참석해 독자적인 당뇨·비만 치료제 약효 지속성 전달 물질인 스마트데포(SmartDepot) 기술의 전임상 결과를 발표한다. 현재 글로벌 비만·당뇨 치료제 시장 1, 2위를 차지하고 있는 위고비, 마운자로가 주 1회 주사형인데 스마트데포 기술을 적용하면 월 1회, 또는 2개월 1회까지 지속력을 높일 수 있다는 것이다.

펩트론 주가는 ADA 발표 소식이 알려진 지난 19일 하루 만에 20.40% 뛰어올랐다. 다만 펩트론의 기업 규모를 고려하면 올해 안에 기술이전에 성공하지 못하면 추가 운영 자금이 필요한 상황에 놓일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허혜민 키움증권 연구원은 “현재 시장에 나와 있는 당뇨·비만 치료제가 이미 충분한 체중 감소율을 보였기 때문에 이제 경쟁은 체중 감소 효과보다는 편의성 측면으로 옮겨갈 것”이라며 “국내 제약·바이오사들도 제형 변경, 기술 거래 등으로 수혜를 볼 수 있을 전망”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