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한양행이 폐암 치료제 ‘렉라자’를 글로벌 블록버스터 신약으로 만들기 위해 적응증 확대에 나서는 등 연구개발에 속도를 내고 있다. 사진은 경기도 용인시에 위치한 유한양행 중앙연구소의 전경. /유한양행 제공

창립 97주년을 맞은 유한양행이 폐암 치료제 ‘렉라자’를 글로벌 블록버스터 신약으로 만드는 데 속도를 내고 있다. 유한양행은 렉라자를 연구개발(R&D) 중심의 글로벌 제약회사로 도약하기 위한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삼겠다는 전략이다.

지난 2020년 국내서 새로 진단된 암 환자 10명 중 1명이 폐암이다. 폐암은 갑상선암에 이어 암 발생률 2위를 차지할 만큼 발생률이 높다. 특히 여성 폐암 환자 수가 급격하게 증가하고 있다. 지난 2011년에서 2020년까지 10년간 여성 폐암 환자는 36.7% 늘었다. 여성 폐암 환자 10명 중 9명은 비흡연자로 폐암과 직접적인 관계가 있는 흡연을 하지 않는데도 폐암 환자는 늘어나고 있다.

비흡연 여성의 폐암 환자 증가 원인으로 ‘상피세포 성장인자 수용체(EGFR)’ 유전자 돌연변이가 지목되고 있다. 아시아인과 여성에게서 많이 발견되는 EGFR 변이는 비소세포폐암의 약 40%를 차지할 정도로 흔한 유전자 변이암이다. 임선민 연세암병원 종양내과 교수는 “EGFR 유전자 변이는 가족력이 있어서가 아니라 돌발적으로 생기며 아직 그 원인이 명확하게 밝혀지지 않았다. 다만 표적치료제가 개발돼 우수한 치료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고 했다.

렉라자는 EGFR 변이에 대한 3세대 표적치료제다. EGFR 변이 폐암 환자의 2차 치료에 대한 효능과 안전성을 인정받아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사용 승인을 받았다. 렉라자의 치료 효능은 실제 진료 현장에서도 확인된다. 처방 데이터를 모아 분석한 ‘리얼월드데이터’에 따르면, 치료를 받은 후 질병이 진행되지 않은 상태로 환자가 생존한 기간을 의미하는 ‘무진행 생존 기간’의 중앙값이 13.9개월로 나타났다. 임상에서 확인한 11.1개월과 비슷한 결과가 나온 것이다. 임선민 교수는 “기존에서 3세대 EGFR 치료제가 부족했는데 국내에서 신약이 허가되고 실제 진료 현장에서도 사용할 수 있게 됐다. 치료 옵션이 하나 더 늘었다는 점에서 의료진과 환자 모두에게 도움이 될 것”이라며 “리얼월드데이터 결과는 설계된 임상과 유사한 결과를 보였다는 점과 국산 신약의 처방 근거를 쌓았다는 점에서 고무적”이라고 설명했다.

유한양행은 2차 치료제로 사용되는 렉라자를 1차 치료제로 확대하고 있다. 지난해 전 세계 13국에서 진행한 다국적 임상 3상 시험에서 1차 치료제로서의 효과를 확인한 만큼 렉라자의 허가 변경에 속도를 높이고 있다. 렉라자가 1차 치료제로 확대 적용되고 급여까지 받게 된다면, EGFR 변이 양성 비소세포폐암 환자들에게 치료 접근성이 크게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한국을 포함한 아시아인에서 비소세포폐암 환자 10명 중 4명이 EGFR 변이로 인해 발병한 것으로 추정될 만큼 치료제를 늘려 접근성을 높이는 게 중요하다. 유한양행 측은 “2023년 1분기 식약처에 렉라자정의 1차 치료 적응증 추가를 위한 심사를 제출했다. 다국가 임상 3상의 성공을 통해 전 세계 EGFR 돌연변이 양성비소세포폐암 환자들에게 새로운 1차 치료 옵션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렉라자는 지난 2018년 1월 얀센바이오테크에 1조4000억원 규모로 기술 수출되기도 했다. 얀센이 진행하는 렉라자와 아미반타맙의 병용 임상시험도 성공적으로 이뤄지고 있다. 특히 얀센은 존슨앤드존슨 전략 결정 콘퍼런스 콜에서 비소세포폐암 치료제 아미반타맙과 렉라자 병용 요법이 2025년 안에 연간 매출 50억달러 이상을 달성할 파이프라인으로 선정했다. 유한양행은 렉라자의 성공을 기반으로 다양한 R&D를 통해 글로벌 제약기업으로 도약할 성장동력을 마련한다는 계획이다. 조욱제 유한양행 사장은 “제2, 제3의 렉라자를 조기에 개발할 수 있도록 선택과 집중을 통해 기존 중점 과제들의 임상단계 진입 속도를 높일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