텅 비어있는 것 같은 우주의 별과 별 사이 공간은 미지의 물질로 가득 차 있다. 바로 관측할 수 없지만 분명히 존재하는 ‘암흑물질(Dark matter)’이다. 빛을 비롯한 어떤 물질과도 반응하지 않는 암흑물질의 정체를 밝히기 위한 망원경이 우주로 떠난다. 우주 탄생과 진화의 과정을 밝혀내는 것은 물론 우주의 종말이 어떤 모습일지도 보여줄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유럽 각국과 미국 등 21국이 10억유로(약 1조4300억원)를 투입한 초대형 프로젝트이다.

그래픽=백형선
그래픽=백형선

유럽우주국(ESA)은 1일(현지 시각) 우주망원경 ‘유클리드’를 스페이스X의 팰컨9 로켓에 실어 발사한다. 고대 그리스 수학자 ‘유클리드’의 이름을 딴 우주망원경에 대해 ESA는 “100억 년간 진화한 우주를 살펴봄으로써 우주를 구성하는 근본적인 물질과 에너지를 파악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과학자들은 별과 지구 같은 실체가 규명된 물질은 우주의 5%도 채 되지 않는다고 본다. 나머지를 채우는 것이 암흑물질과 암흑에너지이다. 우주의 26%가량을 차지하는 암흑물질은 입자 형태를 가지고 있지만 빛이 반응하지 않아 눈에 보이지 않는 물질이다. 매초 손톱만 한 면적에 수십만 개 이상이 지나쳐 갈 정도로 많다고 한다. 암흑물질은 별과 은하를 만든 씨앗으로 불린다. 암흑물질이 뭉쳐 강한 중력을 발휘하면서 원자와 가스 등의 물질을 끌어모아 별이 탄생했다는 것이다. 암흑물질의 존재는 1933년부터 알려져 왔다. 빠르게 회전하는 은하 집단에서 은하가 튀어나가지 않고 계속 유지되는데, 은하의 중력만으로는 이런 힘이 나올 수 없기 때문이다. 결국 물리학계에서는 관측되지 않는 힘인 암흑물질이 은하와 은하 사이에 존재하면서 은하를 붙잡아 두는 힘을 발휘한다는 것이 정설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나머지 69%를 차지하는 암흑에너지는 일종의 ‘에너지장’으로 여겨지는데 아직 가설조차 명확하지 않다. 우주를 끊임없이 팽창시키고 있는 에너지로만 알려져 있다. 유클리드는 지구와 달의 거리(38만㎞)의 네 배에 이르는 150만㎞의 라그랑주L2 궤도를 향한다. 태양과 지구의 중력이 균형을 이뤄 안정적인 관측이 가능한 곳이다. 이후 6년간 우주의 3분에 1에 해당하는 넓은 영역을 관측한다.

유클리드는 ‘미세중력렌즈’ 효과를 이용해 암흑물질 규명에 나선다. 빛이 은하와 같이 질량이 큰 물질을 만나면 휘어지는 것을 중력렌즈라고 한다. 같은 원리로 암흑물질이 뭉쳐 있는 곳을 지나가면 빛이 약하게 굴절되는 미세중력렌즈가 나타난다. 관측되는 물질이 없는데 미세중력렌즈가 나타나면 암흑물질이 있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제임스웹 망원경과 유클리드는 모두 광학렌즈를 기본으로 사용한다. 하지만 제임스웹이 우주의 특정 별이나 은하에서 나오는 빛을 모두 촬영하는 반면, 유클리드는 은하나 별이 발산하는 색에 맞는 필터를 활용해 빛의 형태와 양을 집중적으로 관측한다. 이렇게 만들어진 이미지를 기반으로 미세중력렌즈의 영향을 계산해 우주에 암흑물질이 얼마나 있는지, 암흑물질이 시간에 따라 어떻게 변하는지를 알아낼 계획이다.

이보미 한국천문연구원 선임연구원은 “지상 관측으로는 미세중력렌즈 측정에 한계가 있었지만, 유클리드가 더 고해상의 이미지 데이터를 줄 것“이라고 했다. 유클리드는 지상의 망원경보다 50배 이상 선명한 이미지를 얻을 수 있다. ESA는 관측 과정에서 암흑에너지에 대한 실마리도 얻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