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일 국제원자력기구(IAEA)가 최종 보고서를 내면서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가 현실로 다가왔다. 전문가들은 ‘제대로 처리해서 방류하면 안전하다’고 하지만 많은 국민이 여전히 불안을 호소한다. IAEA가 작성한 최종 보고서를 바탕으로 후쿠시마 오염수에 대한 질문 6가지를 정리했다.

그래픽=김현국

Q1. 다핵종제거설비(ALPS)를 거치면 안전한가

방류가 시작되면 현재 탱크에 보관된 오염수가 ALPS를 거쳐 바닷물과 섞는 희석 절차를 마친 후 터널을 통해 방류된다. ALPS는 후쿠시마 원전 사고 문제 해결을 위해 일본 기업이 개발한 설비로 흡착 물질을 이용해 방사성물질(핵종)을 걸러낸다. IAEA는 최종 보고서에서 “ALPS 처리를 거친 오염수는 인체에 위험하지 않다”고 강조했다. ALPS 설비를 거칠 경우 삼중수소 이외에 방사성물질(핵종)은 남지 않는다는 것이다.

일본은 ALPS 처리 후에 삼중수소와 핵종 29종 등 총 30종을 측정·평가할 계획이다. 여기에는 스트론튬과 세슘 등 주요 방사성 물질이 포함돼 있는데 ALPS를 거치면 이런 물질이 기준치 밑으로 떨어진다는 것을 IAEA가 확인했다. IAEA는 또 도쿄전력이 원전 인근 해역의 넙치, 게, 갈조류(미역과 같은 갈색 조류) 등에 대한 방사성 노출 정도를 평가한 부분도 들여다봤다. IAEA는 “오염수 노출을 상정해 시뮬레이션한 일본의 결과를 검증해 보니 넙치나 게, 미역 모두 후쿠시마 원전의 오염수에 장기간 노출돼도 국제 안전 표준을 넘지 않는 것으로 확인됐다”고 했다.

Q2. 걸러지지 않는 삼중수소는 문제가 없나

ALPS 처리를 거쳐도 방사성 물질 가운데 삼중수소는 거를 수 없다. 그러나 IAEA는 최종 보고서에서 “독립적인 샘플 채집과 교차 검토를 거쳐 ALPS 처리와 희석 단계를 거치면 삼중수소의 농도가 인체에 영향을 미치는 수준 이하로 내려가는 것을 확인했다”고 했다. IAEA는 ALPS로 처리한 오염수에 100배에 달하는 해수를 섞어 희석 후 방출할 경우 삼중수소의 농도가 1L당 1500Bq(베크렐) 이하로 떨어지는 것으로 확인됐다고 설명했다. 세계보건기구(WHO)가 정한 삼중수소의 음용 기준은 1L당 1만Bq인 반면 처리 이전인 후쿠시마 오염수의 삼중수소 농도 평균은 1L당 62만Bq 수준으로 알려졌다.

Q3. 방류된 오염수, 한국에 영향 미치나

최종 보고서에서 IAEA는 처리 후 한국 등 먼바다로 흘러간 오염수에서 삼중수소를 탐지하는 것이 거의 불가능할 것으로 내다봤다. IAEA는 “태평양에 자연적으로 존재하는 삼중수소의 양은 1L당 0.1~1Bq 수준인데 해양 분산 모델링을 통해 예측한 결과 자연 농도 이상의 삼중수소가 유지되는 것은 배출 지점에서 3㎞ 이내로 제한됐다”고 했다.

IAEA는 ALPS 처리된 오염수가 파이프 고장 또는 탱크 고장으로 희석 없이 유출될 경우를 가정한 분석도 내놨다. 이에 대해 IAEA는 “이런 상황에서 해산물을 장기간에 걸쳐 다량 섭취하는 경우를 가정해도 방사성 물질 피폭 정도가 연간 5mSv(밀리시버트)의 100분의 1에 불과하다”고 했다. 통상 우리나라 성인은 1년간 약 3~5mSv의 방사선을 받고 있다.

Q4. 방류 언제 시작되나

IAEA의 보고서가 나왔다고 해서 당장 방류가 시작되는 것은 아니다. 한국과 중국 등 주변국의 반응뿐 아니라 일본 국내 반대 여론도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IAEA의 최종 보고서를 가지고 설득 과정을 거친 후 실제 방류가 이루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일본 정부는 이미 방류를 위한 1㎞ 길이의 해저 터널 굴착 공사를 완료하는 등 준비를 모두 끝마쳤다. 지난달 27일 방류 설비 시운전도 완료했다. 일본 원자력규제위원회가 후쿠시마 원전 운영사인 도쿄전력에 ‘(검사)종료증’을 교부하면 행정적 절차는 모두 종료된다. 결국 방류 시점은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에게 달려 있다.

그래픽=양인성

Q5. 오염수 바다 방류밖에 답이 없나

오염수를 처리하는 방법은 크게 5가지가 있다. 해양 방출과 수증기 방출, 전기분해 수소 방출, 지하 매설, 지층 주입이다. IAEA는 보고서에서 “5가지 방법 가운데 해양 방출과 수증기 방출이 가장 실현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 나머지는 기술이나 시간적인 측면에서 쉽지 않다는 것이다. 수증기로 방출하는 방법은 대기 중에 흩어진 방사성 물질을 추적하는 것이 어렵다는 단점이 있다. 또 대기 중의 방사성 물질이 비나 눈으로 육지에 떨어질 수도 있다. 이 때문에 일본이 선택할 수 있는 것은 사실상 해양 방류뿐이다. 정용훈 KAIST 교수는 “땅에 묻더라도 대기 중으로 증발하기 때문에 피폭이 더 크다”며 “추적이 쉽지 않고 결국 바다로 간다”고 말했다.

Q6. 오염수 처리 후 사고 원전은 어떻게 되나

일본 정부는 오염수 방류가 순조롭게 진행되면 후쿠시마 원전 폐로(閉爐) 작업을 시작할 계획이다. 오염수 방류가 폐로 작업의 첫발인 셈이다. 원전 부지에 저장되어 있는 오염수를 처리하고 나면 오염수 저장 탱크 수를 줄이면서 방사성 물질에 오염된 토지를 복원하고 녹아내린 핵 연료를 제거하는 과정 등을 거친다.

후쿠시마 원전 인근은 사고 이후 지금까지 통행이 제한돼 있다. 약 3만명이 후쿠시마 밖으로 피난해 있고 귀환을 포기한 사람 등을 합하면 약 10만명 이상이 고향으로 돌아가지 못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오염수 방류에만 30년이 예정돼 있고, 사고 원전의 폐로 기술도 아직 완전히 개발되지 않아 상당한 시일이 필요할 전망이다.

☞ALPS

다핵종제거설비(ALPS·Advanced Liquid Processing System)는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에 있는 각종 방사성 물질을 별도로 거를 수 있는 흡착물질로 제거하는 장비로 일본 도시바가 지난 2013년 개발했다. 오염수를 ALPS로 반복 처리하면 세슘과 스트론튬 등 오염수에 녹아 있는 62종의 방사성 물질 농도를 기준치 이하로 낮출 수 있다. 다만 삼중수소는 제거하지 못한다.